이 리뷰를 쓰기 위해,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경건하게 맥주 한 캔을 땄다. 왜냐하면, ‘미르4’는 나로 하여금 난생 처음 동맹(여기서는 문파)에 들어갈 만큼 레벨을 키워 소소하지만 동료에게 기여하는 기쁨을 맛보게 한 그런 게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질(결제)까지 했다. 약 보름여간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비록 캐릭터지만 그간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은 동료를 소개한다는 감흥에 젖어 맥주를 한 모금 넘긴다. 상백 사형, 사형도 맥주 한 캔 할래요?

아니, 내가 게임하면서 화면을 200장이 넘게 캡처했는데 상백 사형 사진 왜 이런 거 밖에 없어…

미르4는?

게임 개발사 위메이드가 만든 모바일 MMORPG 게임이다. 중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얻은 PC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해 만들었다. 광활한 미르 대륙에서 인간군상이 수놓는 한 편의 대서사시를 K-판타지로 구현했다는 것이 위메이드 측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미르4로 위메이드 이름 되살리겠다” 


시작, 직업 골라 잡기


앞서 여러편의 겜알못 리뷰를 하면서 검증한 사실이지만, 나는 모든 게임에 공평하다. 전부 못한다는 이야기다. MMORPG라고 해서 잘 할 턱이 없다. 때문에 처음 직업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 너무 앞에서 싸우는 전사는 가까이 다가가려다가 한 대 때려보지도 못하고 죽을 거 같고, 힐러는 엉뚱한 이만 고쳐주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두려움이 있다. 다시 말해 쫄보다.

밤낮으로 하다보면 레벨이 빨리 오른다. 아니, 낮에는 일했다 회사에서. 진짜다.

그래서 택했다. 술사. 멀리서 공격이 가능하다는데다 무과금 유저에게 인기가 있다는 평가를 보니 마음이 혹했다. 이 때만 해도 내가 과금을 할 거라는건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큰 고민이 없었다. 게다가 술사가 맨 무기(지팡이)가 선택지 중 두 번째로 멋졌다.


다른 직업인 전사와 무사는, 진짜로 내가 드는 것도 아니면서 무기가 너무 무거울 것처럼 느껴졌다. 실수로라도 떨어트려 내가 내 발등을 찍으면 어떡하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 안다 나도. 세상 쓸 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제일 멋있는 건 도사가 드는 칼이였지만 딱 봐도 근거리에서 싸워야 할 각이다. 역시 나는 덜 멋져도 지팡이로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술사.


청파 공주를 구하라, 그 이야기 속으로


내가 게임의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원래 MMORPG에서 스토리텔링이 이렇게 큰 몫을 차지하나? 미르4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이 게임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이다. 마치, 무협지나 중국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고, 나는 그 이야기의 하나의 조연으로 참여한다.

이전에는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끽하려면 소설이나 만화, 영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르4는 게임에 이런 스토리텔링 요소를 강화했다.  게임 중 스토리모드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전투를 하고 있다. 어차피 게임은 정해진 스토리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지만, 내가 움직여야 다음 스토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유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같은 패턴의 전투 반복이 자주 나오는 MMORPG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느낌이 든다.

청파 공주다. 나름 엄청난 비밀을 갖고 있다.

게임의 큰 줄거리는 이렇다. 왕가의 몰락으로 청파 공주(아마도 주인공)가 도망자 신세가 된다. 성을 함락한 비천 성주는 청파 공주와 강제로 결혼하려 하고, 내가 속한 문파의 수장인 대마법사 사르마티는 제자들과 함께 청파를 도우려한다. 그러나 청파는 곧 악으로 추정되는 무리에 의해 납치가 되는데…

스토리만 보면 악을 제압해서 청파 공주를 구하고, 선한 나라를 제대로 세우는 게 될 것 같은데 게임을 하면서 점점 캐릭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내편이 선하다는 믿음이 착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때때로 같은 편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 말하면 스포가 될까봐 여기까지만. 캐릭터가 입체적이라 예상되는 순간 재미는 커진다.

대마법사 사르마티는 나의 사부다. 그를 도와 청파 공주를 구하고는 있지만 그의 숨은 의도가 궁금하다.

딱 하나, 평면적인 인물이 있다면 사제 이은이다. 시종일관 얄밉다. 주로 다음 미션을 안내하는 역할로 나오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싸우고 나면 그 과실을 “사저, 사저는 싸움을 잘 하니까 이건 제가 가져도 돼요?” 이런 대사를 치면서 가로챈다. 아오, 간식 상자 찾아낸 다음 엄마한테 간식 안 주면 비상금 아빠한테 이르겠다고 약올리는 짱구만큼이나 얄밉다.

사제 이은. 특징: 얄밉다.

이 외에도 여러 캐릭터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권력을 둘러싼 여러 인간군상이 갈등하는 스토리이고, 사건의 핵심에 들어갈수록 숨겨진 비밀이 풀리면서 선과 악의 구분이 불분명해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등장 인물들이 꽤 많다.

캐릭터 보면서 배우 안재모 씨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 캐릭터의 배우가 안재모였음.

 

사르마티의 친구인 할아버지인데, 이런 모습으로 나오는 이들은 대부분 고수다. 어디 있는지 숨어 있다가 위험할 때마다 나와서 도와주는 고마우신 분.


전투에 들어가면


자, 스토리는 이쯤하고 실제 게임에 들어가보자. 여느 MMORPG와 유사하게 수집과 채집, 전투, 미션 등을 하면서 레벨을 올리고 스토리를 이어 나간다. 초반에는 크게 어려운 일 없이 시스템이 하라는 대로 하면 무난히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 또, 화면 하단에 ‘자동전투’와 ‘자동채집’을 선택할 수 있으니 바쁜 일이 있다면 일단 스마트폰에 맡기고 볼일을 보고 오면 된다. 그럼 캐릭터가 알아서 미션을 클리어한다.

약간 레벨을 올리고 난 후에는 이런저런 기능을 알려주고 전투를 돕는 목적으로 수호령과 빨리 이동하는 것을 도와줄 탈 것(=말)을 획득할 수 있다. 수호령은 꽤 귀엽게 생겼다.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수호령. 레벨이 올라갈 수록 수호령 친구가 더 많이 생긴다.

게임을 해나가면서 여러가지 비법을 습득하게 되는데 운기조식이나 경공 같은 무협지에서 봤을 법한 내용들이다. 아주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할 때는 잇달아 경공을 해야 하는데 버튼 조작을 잘해야 원하는 곳에 착지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이였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언덕 위에 있는 커다란 과일을 따오라는 미션을 나는 끝내 실패했다. 진짜 경공도 아닌데 이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철저히 내 기준에서 쓰는 리뷰라는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

경공. 평범하게 가도 되는데

미션이나 채집을 통해서 체질을 개선하고 내공을 올릴 수 있는 재료를 모아야 한다. 내공의 단계에 따라서 전투력도 올라간다. 전투력이 높아야 문파에 가입이 쉬워진다. 초반에 전투력과 레벨을 키우는데 집중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문파에 들어가기 위함이다. 문파를 만들거나 가이이 허용되는 레벨은 낮지만, 실제로 문파가 받아주는 전투력 수준은 꽤 높다. 문파에 들어가려면 열심히 싸워야 한다.

그래서 싸우고,

 

또 싸우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게 내 캐릭터지?

저렇게 싸우다가 내 전투력이 떨어지면 곧 죽는다. 임무 실패. 낯익은 말이지만 언제 들어도 유쾌하진 않다. 덜 죽으려면 전투력이 세져야 하니까 무기를 강화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버들이 큰 목소리로 “강화 성공!” 하던 그것을 나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욕심은,

화를 부른다.

각 무기는 레벨5 가 될 때까지는 강화실패가 없다. 그 이상은 복불복이다. 완전 센 무기를 원한다면 대실패로 파괴가 될 것을 감안하고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쫄보는 5단계에서 만족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강화 재료 모으려면 나가서 무언가를 캐거나 채집하거나 미션을 하느라고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 그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서…


초보자를 위한 팁


게임 내에서 개인과 개인이 싸워 상대를 죽이는 PVP가 가능하다. 그렇다. 나같은 쫄보가 감히 다른 개인에게 시비를 걸었을리도 없는데 죽었다는 것은 눈 뜨고 코베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내가 죽고 나서야 누군가와 싸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자동 전투 중에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이런 참사를 막을 방법이 있다.

첫번째. 화면 상단에서 나의 상태를 조정할 수 있다. 거기에서 내가 ‘평화’ 모드를 고른다면 아무도 나를 이렇게 무참히 살육할 수 없다. 나는 처음에 저 상태 설정이 뭔지 모르고 그냥 세보이고 싶어서 ‘살육’을 골랐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혼자만 평화로운 상태에서 살육을 당했다. 비슷한 일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모드가 네 가지이니 잘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

두번째는 자기가 위치한 곳이 어느정도 위험한 땅인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상대를 죽이는 PK가 불가능한 안전 지역이 있고 타인을 학살해도 성향 점수가 줄지 않는 위험 지대가 있다. 지역의 상태는 창에 계속 떠 있으니 이를 잘 살피며 게임을 하면 참사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그 다음은 과금 부분이다. 게임을 할 때 꼭 과금을 해야 하느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진 않다. 대부분의 것은 시간만 들인다면 과금 없이 얻을  수 있다. 레벨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는 현질을 고민하게 된다. 토벌 입장권을 구해야 한다거나 강화된 무기를 빨리 구매하고 싶을 때 등등에서 골드가 쓰인다.

문파에 들어가면 무엇이 좋으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일단 소속감이 짱이다. 소소한 재미가 있는데,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여러 보물상자를 열려면 대기 시간이 있다. 이때 문파원들이 도움을 줘서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문파에 기여한 만큼 나에게도 보상이 돌아온다. 때때로 선물 꾸러미가 뿌려지는데 그걸 받아오는 것도 쏠쏠하다. 문파에서 비기를 개발하면 그것도 문파원에게 당연히 도움이 된다.

나는 해본적 없지만, 나를 괴롭히는 다른 문파원을 신고(?)하면 방주가 척살 명령을 내려 같은 문파원들이 복수를 도와준다고도 한다.

문파 시스템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서버 점검이 잦은 편이다. 한참 게임을 하고 있는데 “용사님을 맞이하기 위한 점검”이 시작되면 강제로 퇴장을 당하게 된다. 좋은 점은?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가 흥미롭다. 문파나 내공 증진 시스템 같은 것들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한 번 켜면 그래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것은 장점인지 단점인지 헛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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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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