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끝없는 패배를 맛보던 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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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지는거 조금 더 화끈하게, 현란한 손가락 콘트롤이 되어야 비벼볼 수 있을 것 같은 PC게임에 도전하기로 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기자의 지난 PC 게임 추억은 오로지 스타크래프트다. 한창 친구 따라 PC방을 구경다니던 아득한 시절, 컴퓨터만이 나와 1 대 1로 겨뤄줬던 그 게임. 그때 나는, 나와 한 편을 먹으면 진다며 나를 외면하던 찐우정들을 기억한다. 이제는 다른 추억을 쌓을 때가 됐다.

어떤 게임을 골라볼까. 인터넷 웹서핑을 시작한다. 검색창에 ‘PC방 인기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집어 넣었다. 그러다 그 이름을 보고 말았다. 헐, 서든어택? 그 서든어택?

출처=게토(PC방 관리 프로그램)

서든어택(이하 서든)이 ‘오버워치’를 제치고 PC방 인기게임 3위에 올라 있었다. 서든은 넥슨GT가 만들고 넥슨이 유통하는 FPS(1인칭 슈팅) 게임이다. 게이머가 직접 무기를 들고 적과 싸우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2005년 처음 선보였고, 한동안 PC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다. 롤이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같이 쟁쟁한 게임이 잇달아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서든의 인기가 올라온 것은 지난 2월 무렵. 재택근무가 확산되던 시점과 맞물린다. 회식에서 해방된 아재들이 모두 PC 앞으로 모인 걸까. 10위권 안팎에 머물렀던 서든이 지난 두달 사이 2~3위권 게임이 되어 있었다. 넥슨도 바람을 놓치지 않고 이 기간 잦은 업데이트를 하고 이벤트를 열며 호객했다. 역시 사람이든 게임이든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전성기는 언제고 다시 오고야 만다.

출처= 검색 화면 캡처. 심지어 최고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뷔도 팬클럽 아미와 서든어택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래는 PC방을 가려 했다. 그러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작고 소중하지만, 성능은 그저그런 노트북을 열었다. 서든어택을 위한 권장 PC 사양은 운영체제 윈도우7 이상, 인텔 코어2 듀오 E8400 이상, 메모리 4GB에 하드 20GB 이상이다.

화면 오른쪽 위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면 서든어택을 설치할 수 있다. 게임신의 방해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저 버튼을 세번 쯤 누른 후에야 게임 설치 파일을 받을 수 있었다.

최소 사양을 확인하고 내 노트북이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을 넘었다고 안심하며 서든 홈페이지를 열어 프로그램 설치를 시도했다. 참고로 기자의 노트북은 2016년형 LG 그램이다. 그리고 나는,

프로그램 설치, 고통의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PC방으로 달려갑시다. 아니면, 사양 좋은 컴퓨터 하나씩 마련합시다

건강을 지킨 대신 시간을 잃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창밖을 바라보며 “꽃이 폈구나, 내 인생은…” 따위의 쓰잘데기 없는 상념에 젖길 반복하는 그 영겁의 시간이 흐른 후, 비로서 나는 서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물론, 한 번의 설치가 끝나면 다음 번 게임을 할 때는 긴 로딩 작업을 반복하지 않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초보들에게 ‘루키’ 클랜에 들어갈 것이 권유된다. 일단은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능력자들이 뛰어 노는 곳엔 처음에 입장이 안 될 뿐더러, 갈 수 있대도 가봤자 총알받이 밖에 안 된다. 왜 죽는지 모르고 죽는 그 슬픔을 겪어서 좋을 것 없지 않은가. 여튼, 루키 클랜에 들어가면 용병 등록을 할 수 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나를 게임에 초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일단 용병에 등록하고 나면 심심찮게 초대 메시지가 온다. 이때, 빨리 승락하지 않으면 어느새 다른 플레이어가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다. 잠시 망설이는 사이, 여러번 콜을 놓쳤다. 내가 초보라 미안한 마음은 살짝 접어두고, 다시 오는 메시지를 얼른 승락했다. 그런데.

 

… 뭐야? 나 겜알못인거 눈치 챈거야?

강제 퇴장 당한 울적한 마음을 달래고 일반전을 클릭했다.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초보는 랭크전에 들어가지 못한다. 중사 이상의 레벨만 입장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쪼랩은 일반전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내 본능이 말을 걸어왔다. 일반전이라는 글자 위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니 ‘빠른 입장’과 ‘방 만들기’ 메뉴가 나왔다. 방을 만들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만들어진 방에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빠른 입장을 누르면, 추천 맵이 뜬다. 기본 상황이 설정된 맵 위에서 전투를 치르는 것이므로 초심자에 가장 쉬울 것 같은 맵을 고르면 된다. 눈에 띈 것은 AI- 봇 모드의 맵이다. 어딘지 익숙하다. 저기, 아까 나를 강퇴시켜 컴퓨터랑 게임하게 만든 사람, 진짜로 내 고딩 때 친구들인가. 설마.

처음 게임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룰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키보드 단축키는 미리 알고 들어가야 한다. 모든 것이 마우스 하나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내가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5초 정도 달리지 못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제자리 뛰기를 했다는 걸 고백하는 것은 아니다.

의도치 않게 그렇게 보이긴 하겠지만, 욕 아니다. 게임 시작 전 꼭 알고 들어가야 할 단축기다. W는 앞으로 S는 뒤로. 그리고 A와 D는 양 옆으로 움직이게 한다. 저거 모르면 캐릭터가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한 자리에 서서 발만 동동 구르는 체험을 하게 된다.

게임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 끝나면 모두들 적을 향해 뛴다. 나도 그랬다.  나도 우선 정신을 놓고 뛰었다. 적이 보이면 쏘아야지.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죽어 있다. 서든어택 초보자 한 줄 설명이다.

조금 더 적응을 하다보면 여러 기능이 보인다. 우선 총을 교체할 수 있다. 네 가지 종류의 무기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가까운 적, 혹은 멀리 있는 적을 구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앞에 적이 있는데 총을 교체하려면 손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야 한다. 콘트롤이 좋아지는데는 시간이 좀 들 것 같았다. 창문 너머로 적이 있을까 싶어 그냥 여러발 쏴보기도 했는데, 그러다 막상 적을 만났을 때 총알을 장전하느라 죽음을 맞이한 슬픈 사건도 있었다.

미안해요, 얼굴을 모르는 나의 팀원들.

죽었다고 넋 놓고 있을 시간은 없다. 팀 대 팀으로 전투가 치러지므로, 어느 한 편의 승리가 확정이 되면 곧바로 다시 게임이 시작된다. 여러번 부활한다는 것은, 여러번 죽는 걸  뜻한다. 그래도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데 드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무조건 빨리 뛰어가서 적을 공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남들의 뒤를 따라 뛰다 벽 뒤로 몸을 은폐 후, 전투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튀어나가 방아쇠를 당겼다. 착각일 수 있지만, 적이 쓰러지는데 내가 기여한 느낌이 들었다. 왜 FPS를 하는지, 그 재미를 엿볼 수 있었다.

먼저 죽고 난 후에는, 관전 모드가 시작된다. 관전 모드에서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의 시선으로 게임을 따라 다니며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게임 배우기가 가능하다. 이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는지 그리고 어떤 총을 사용해 어떻게 싸우는지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반모드를 나와서, 생존모드에 들어갔다. 계급장 떼고, 누가 가장 오래 살아남는가를 다투는 곳이다. 입장하면 게임 시작 전에 아래가 훤히 보이는 투명한 유리바닥 위에 서서 대기하게 된다. 구역이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어디로 떨어지게 될 것인가는 본인의 선택이다.

직사각형으로 9분할 된 공간 한 가운데 보급창고 존이 있다. 거기가 가장 살벌할 것으로 보였다. 생존자들에게는 처음에 무기로 망치가 주어진다. 때문에 오래 살려면 보급창고에서 총이나 총알 같은, 신식 무기를 구해야 할 듯 했다. 아니면 전투로 이겨서 남의 것을 가져오거나.

우선 보급창고와 거리가 먼 오른쪽 제일 가장 자리에 자리 잡았다. 사실, 어떤 게임을 하든 겜알못의 세계에서 캐릭터의 우승이나 최종 생존 따위를 꿈꾸는 것은 사치다. 애초에 높은 목표 따위는 세우지 않았다. 이번 목표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눈치껏 잘 숨어 있으면 살아 있을 확률이 높다. 창으로 우리 팀의 생존이나 전력이 뜨는데, 열심히 뛰어다니던 리더가 살해당하는 걸 봤다. 게임에서는 방송으로 “최종 우승 후보에 가까운 누가 죽었다”는 류의 안내가 나왔다. 어, 그러게 왜 그렇게 열심히 뛰어 다녔어. 잘가. 우리 다음 게임에선 만나지 못하겠죠?

그렇다고 마냥 숨어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모래 폭풍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아무래도 모래에 갇히면 죽게 되는 것 같다. 왜냐면 다른 우리 팀원 중 하나가 “빈사 상태로 죽었다”는 안내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말은, 총 세 명으로 이뤄진 우리팀에서 최종 생존자가 나 하나라는 뜻이다.

외롭지만, 모래가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뛰어 다녔다. 그러다 멀리 사람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더 빨리 반대 쪽으로 돌아 뛰었다. 물론 가장자리로만. 상대편은 서든어택을, 나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내가 계속 살아남아 보급창고까지 달려가 무기를 획득할 수 있을까? 심장이 쫄깃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