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배달의민족, 1등도 절박해야 살아남는다

성공한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결정적 순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중요한 결정적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기업은 없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간 8주년을 맞아 창간 기획 시리즈 <결정적 순간>을 연재합니다.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순간을 돌아봄으로 해서 많은 스타트업과 창업가, 테크 기업이 그와 같은 결정적 순간에 성공의 길을 선택하길 기대합니다.

<연재 순서>
네이버, 커머스 사업을 위한 꽃을 피우다
곰인 줄 알았던 사자 한 마리, 카카오를 뒤흔들다
③ 10년 전, 쿠팡은 어떻게 49일만에 로켓배송을 내놓게 됐나
④ 토스 건물 외벽에 “해냈고, 할 수 있고, 해낼 것”이라고 쓰인 순간
⑤ 숙박 예약하던 야놀자는 어떻게 글로벌을 꿈꾸게 됐나
크래프톤, “인도에서도,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배달의민족, 1등도 절박해야 살아남는다
돈 못벌던 카카오택시, ‘가맹’으로 상황을 뒤집다
물이 들어오면 고민 말고 노를 저어라, 업비트
당근이 이메일을 버리고 지역 인증을 도입했을 때
갑자기 춘천으로 이사간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비즈온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하 우형) 회의실에는 최고위급 인사들이 자주 모였다. 당시 사업 총괄인 이국환 현 대표와 김범준 당시 대표 (현 네이버 COO)를 비롯해, 김봉진 창업자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회의의 주제는 ‘단건배달’이었다. 김봉진 창업자는 경영진에게 “이건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는 서비스”라고 자주 말했다.

이전까지 배달앱의 라이더는 한번 움직일 때 두세 주문을 같이 처리했다. 주문 당 배달비가 많지 않아도 두세 주문을 같이 배달하면 손에 쥐는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묶음배달은 업계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2019년 6월 쿠팡이츠가 등장하면서 시장에 격동이 일어났다. 쿠팡이츠는 주문이 들어오면 다른 주문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배달을 시작하는 단건배달 서비스를 발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빨리 배달을 받을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듯, 쿠팡이츠는 단건배달로 배달앱 시장에 폭탄을 던졌다.

단건배달은 수지타산이 맞기 어려운 서비스다. 특히 해외에서는 여럿이 실패를 맛봤다. 건당 배달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너무 낮아 라이더(배달원)이 콜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배달비를 인상하면 소비자의 부담이 커져 배달 수요가 줄어든다. 딜레마적인 상황이다. 쿠팡이츠는 배달지원금을 제공하며 라이더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쳤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이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때문이다. 2019년 12월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기업 결합을 신청한 당시, 공정위는 배달의민족에게 어떠한 사업적 변화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20년 12월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달의민족 인수를 승인했다.

쿠팡이츠의 단건배달을 긴장하며 바라보던 김봉진 창업자는 2020년 말 결단을 내렸다. 강남3구에서 시작해 점차 쿠팡이츠의 영향력이 커지다못해, 배달의민족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월간활성이용자수도 2022년 한해 동안 10배 이상 늘어났다. 당시 배달의민족 경영진은 자본력으로 승부를 걸어온 쿠팡이츠에 맞대응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배달앱 시장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봉진 창업자는 “상대만이 강점을 가지게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우형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쿠팡이츠에 대응하는 단건배달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서비스 기획부터 개발, 파트너 확보 후 서비스 출시까지 초스피드로 움직였다. 그리고 3~4개월만에 배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단건배달 서비스를 출시했다. 2021년 4월 자체 배달 ‘배민딜리버리’ 이름 하에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다가, 그해 6월 정식으로 배민원 서비스를 출시했다.

2021년까지 쿠팡이츠는 자본력으로 배달앱 시장에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었으나, 배달의민족이 배민원을 출시하면서 확장세가 주춤했다. ‘단건배달’이라는 서비스가 더이상 쿠팡이츠만의 서비스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해 상장과 맞물려 본체인 쿠팡은 마냥 쿠팡이츠에 돈을 쏟아부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쿠팡이츠는 결국 배달앱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밀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12월 700만명을 돌파한 쿠팡이츠의 MAU는 2023년 3월 298만명으로 하락했다.

한편, 배민원(현 배민배달)은 배달의민족이 광고 수익인 깃발(울트라콜) 대신 수수료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도 됐다. ‘정률제’ 수수료 기반인 배민원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현재 배민배달 이용 업체에게 주문 중개 이용료로 주문금액 6.8%를 받고 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국내 1위 업체로 안착하는가 싶던 배달의민족에게 다시 한 번 쿠팡이츠가 칼을 꺼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MAU 기준 배달앱 시장 2위 주자인 요기요를 제쳤다.

일각에서는 쿠팡이츠의 양상이 이전과는 다르다고 평가한다. 이전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전국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이전에 수도권에서만 배달의민족을 상대했다면, 이제는 전국구로 맞서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배경에는 ‘돈 버는’ 쿠팡의 자신감이 숨어있기도 하다.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한 쿠팡이 가장 먼저 투자하기 시작한 사업 중 하나가 쿠팡이츠이기 때문이다. 반면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유일한 희망이 됐다. 라이더, 점주 등 안팎에서의 압박 속에서 배달의민족은 또 한 번 자리를 지켜야 한다.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성공한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결정적 순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중요한 결정적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기업은 없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간 8주년을 맞아 창간 기획 시리즈 <결정적 순간>을 연재합니다.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순간을 돌아봄으로 해서 많은 스타트업과 창업가, 테크 기업이 그와 같은 결정적 순간에 성공의 길을 선택하길 기대합니다.

<연재 순서>
네이버, 커머스 사업을 위한 꽃을 피우다
곰인 줄 알았던 사자 한 마리, 카카오를 뒤흔들다
③ 10년 전, 쿠팡은 어떻게 49일만에 로켓배송을 내놓게 됐나
④ 토스 건물 외벽에 “해냈고, 할 수 있고, 해낼 것”이라고 쓰인 순간
⑤ 숙박 예약하던 야놀자는 어떻게 글로벌을 꿈꾸게 됐나
크래프톤, “인도에서도,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배달의민족, 1등도 절박해야 살아남는다
돈 못벌던 카카오택시, ‘가맹’으로 상황을 뒤집다
물이 들어오면 고민 말고 노를 저어라, 업비트
당근이 이메일을 버리고 지역 인증을 도입했을 때
갑자기 춘천으로 이사간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비즈온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하 우형) 회의실에는 최고위급 인사들이 자주 모였다. 당시 사업 총괄인 이국환 현 대표와 김범준 당시 대표 (현 네이버 COO)를 비롯해, 김봉진 창업자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회의의 주제는 ‘단건배달’이었다. 김봉진 창업자는 경영진에게 “이건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는 서비스”라고 자주 말했다.

이전까지 배달앱의 라이더는 한번 움직일 때 두세 주문을 같이 처리했다. 주문 당 배달비가 많지 않아도 두세 주문을 같이 배달하면 손에 쥐는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묶음배달은 업계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2019년 6월 쿠팡이츠가 등장하면서 시장에 격동이 일어났다. 쿠팡이츠는 주문이 들어오면 다른 주문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배달을 시작하는 단건배달 서비스를 발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빨리 배달을 받을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듯, 쿠팡이츠는 단건배달로 배달앱 시장에 폭탄을 던졌다.

단건배달은 수지타산이 맞기 어려운 서비스다. 특히 해외에서는 여럿이 실패를 맛봤다. 건당 배달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너무 낮아 라이더(배달원)이 콜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배달비를 인상하면 소비자의 부담이 커져 배달 수요가 줄어든다. 딜레마적인 상황이다. 쿠팡이츠는 배달지원금을 제공하며 라이더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쳤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이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때문이다. 2019년 12월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기업 결합을 신청한 당시, 공정위는 배달의민족에게 어떠한 사업적 변화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20년 12월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달의민족 인수를 승인했다.

쿠팡이츠의 단건배달을 긴장하며 바라보던 김봉진 창업자는 2020년 말 결단을 내렸다. 강남3구에서 시작해 점차 쿠팡이츠의 영향력이 커지다못해, 배달의민족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월간활성이용자수도 2022년 한해 동안 10배 이상 늘어났다. 당시 배달의민족 경영진은 자본력으로 승부를 걸어온 쿠팡이츠에 맞대응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배달앱 시장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봉진 창업자는 “상대만이 강점을 가지게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우형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쿠팡이츠에 대응하는 단건배달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서비스 기획부터 개발, 파트너 확보 후 서비스 출시까지 초스피드로 움직였다. 그리고 3~4개월만에 배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단건배달 서비스를 출시했다. 2021년 4월 자체 배달 ‘배민딜리버리’ 이름 하에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다가, 그해 6월 정식으로 배민원 서비스를 출시했다.

2021년까지 쿠팡이츠는 자본력으로 배달앱 시장에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었으나, 배달의민족이 배민원을 출시하면서 확장세가 주춤했다. ‘단건배달’이라는 서비스가 더이상 쿠팡이츠만의 서비스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해 상장과 맞물려 본체인 쿠팡은 마냥 쿠팡이츠에 돈을 쏟아부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쿠팡이츠는 결국 배달앱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밀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12월 700만명을 돌파한 쿠팡이츠의 MAU는 2023년 3월 298만명으로 하락했다.

한편, 배민원(현 배민배달)은 배달의민족이 광고 수익인 깃발(울트라콜) 대신 수수료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도 됐다. ‘정률제’ 수수료 기반인 배민원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현재 배민배달 이용 업체에게 주문 중개 이용료로 주문금액 6.8%를 받고 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국내 1위 업체로 안착하는가 싶던 배달의민족에게 다시 한 번 쿠팡이츠가 칼을 꺼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MAU 기준 배달앱 시장 2위 주자인 요기요를 제쳤다.

일각에서는 쿠팡이츠의 양상이 이전과는 다르다고 평가한다. 이전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전국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이전에 수도권에서만 배달의민족을 상대했다면, 이제는 전국구로 맞서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배경에는 ‘돈 버는’ 쿠팡의 자신감이 숨어있기도 하다.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한 쿠팡이 가장 먼저 투자하기 시작한 사업 중 하나가 쿠팡이츠이기 때문이다. 반면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유일한 희망이 됐다. 라이더, 점주 등 안팎에서의 압박 속에서 배달의민족은 또 한 번 자리를 지켜야 한다.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5 댓글

  1. 웃기고 있네 매장사장들 돈 우겨먹고 수수료 졸라 챙기고 …. 차라리 내가 배달 어플만들란다 좀만 기다려라 나는 느그들 처럼 쓰레기짓은 안한다

  2. 진짜 소상공인점주들만 이용수수료에 배달요금에 손실만 많고 2만원짜리 배달해봐야 수수료, 배달요금 포장용깃값 가게 전기요금 도시가스 수도요금 월세 식자재값 모두 제하고나면 남는것 없어요.

  3. 고객이랑 점주한테 배달비 받아서
    반도 않되는금액으로 라이더 부리고
    남는건 배민의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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