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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알못 리뷰] 한화의 개막전 완봉승 소식을 듣고 놀란 마음에

어린이날이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두 달이나 개막을 미뤄온 한국 프로야구가 사상초유의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연 것은. 소식은 들었지만 TV를 켜진 않았다. ‘치기 싫은 공은 안 치고, 잡기 싫은 공은 안 잡는 것 같은’ 낭만 때문에 한화의 팬이 되었던 나는, 똑같은 이유로 지옥 같은 3년을 보낸 후 야구를 잊기로 했다.

그런데 어린이날, 시즌을 앞두고 열린 연습게임에서조차 내리 ‘패’를 기록하던 그 한화가, 대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해마다 봄이 되면 날씨와는 반비례로 어두운 얼굴을 가져야만 했던 아이들에게 기적 같은 선물을 주고야 말았다.

완.봉.승.

소식을 듣고 뉴스를 검색했다. 눈을 씻고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완봉승의 사전적 의미는 “한 명의 투수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경우”다. 흔하게 나오는 결과는 아니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내가 야구를 안 봐서 그런 건가. 잠시 야구장을 찾던 시절, 내리 점수를 내주던 한화도 내가 “에라잇, 막차라도 타야지”하고 자리를 뜨면 홈런을 쳤더랬다. 그래, 맞아. 내가 야구를 끊은 이듬해엔 한화가 가을에 야구도 했었어. 날이 추워지면 야구는 안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때야 알았지. 가을 야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어쩌면 한화 선수들이 ‘사랑스러운 패배자들’이라는 미국 ESPN의 보도에 이를 악물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김태균 선수는 “외신에서도 한화가 꼴찌를 할 거라고 예상하더라”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세계 프로야구가 멈춘 지금, 자신들에게 쏠리는 세계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문득 내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정신 차려, 계속 승리할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 해. 상대는 한화다. 기쁠 때 즐겨야지. 완봉승 기념으로 급하게 편성했다. 겜알못 리뷰, 야구편.

구글플레이를 열어 프로야구를 검색하니, 관련 게임 목록이 주르륵 떴다. 그중 가장 위에 있는 게임을 골랐다. 왜냐? 완봉승이니까. ‘컴투스 프로야구 2020’은 이름과는 다르게 2015년에 나온 게임이다. 대신, 매해 선수들의 경기 정보를 모아 업데이트한다. 올 시즌 개막에 맞춰 경기 일정을 반영했다.

게임의 개요는 이렇다. 내가 구단주가 되어 야구단을 꾸린다. 승률이 높을 선수를 골라내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내가 백승수다. 그리고는 이 선수단으로 다른 게이머와 대결을 펼친다. 공을 던지는 것도, 맞추는 것도 모두 콘트롤이 가능하다.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실제 선수들의 것을 가져왔다. 캐릭터는 선수들의 외양을 반영했다. 실제 경기 실적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깔면 먼저 팀을 고른다. 고민해서 무얼 하나. 어차피 이것은 한화 완봉승을 위한 헌정 리뷰. 지체 없이 ‘한화이글스’를 고른다. 대전을 연고로 창단해 수많은 ‘마리한화’를 양산해 낸 바로 그 팀. ESPN조차 ‘사랑스러운’ 이라고 표현한 미워할 수 없는 한화.

팀을 고르고 나면, 주력 선수를 뽑아야 한다. 이 선수들을 뽑을 때는 왠지 신중해지는데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주력선수는 다른 선수보다 카드 등급이 높아집니다.”

일단, 투수를 고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완봉승을 이끌어낸 서폴드로 이미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자는 (지난 3년간 야구를 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조금 어려웠다. 결국 정은원 선수로 낙점했다. 가장 나이가 어렸고, 또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백승수 단장, 이런 마음이었구나.

 

그리고는 구단의 이름을 정한다. 회사에 미안했다. 왜냐하면, 우리 구단의 이름은 ‘Byline’이다. 안녕, 또 다른 패배의 역사를 기록할 나의 새로운 팀.

자랑스러운 나의 라인업

라인업은 올해 한화의 선발과 유사하게 꾸렸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선수 카드에 대부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다만, 아직 모두 레벨 01의 약체로 존재한다. 앞으로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거나, 혹은 현질로 선수팩을 사서 등급을 올려야 한다. 선수팩은 바로 원하는 선수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확률형 아이템이다.

야구는 (게임에서도) 비싼 스포츠다. 원하는 선수나 코치를 얻으려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 선수들의 몸값이 꽤 나간다.

겜알못은 거침없다. 구단 이름도 만들었고, 주력 선수도 정했으며, 라인업도 꾸렸으니 바로 경기로 들어간다. 게임 안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모드는 여러 개다. 올해 프로야구 순서 그대로 따라가 보는 ‘리그’ 모드나, 친구와 직접 붙어 볼 수 있는 ‘대전’ 모드가 있다. 스페셜 모드를 고르면 야구팀의 기록을 바탕으로 경기를 해보는 ‘히스토리’ 모드가 존재한다.

실력체크부터 해보자. 내가 야구를 잘 할 수 있을까. 일단 ‘대전’ 모드 클릭. 아직 친구가 있을 리 없는 내게, 컴투스는 CPU가 운영하는 ‘컴투스친구A’라는 팀을 붙여줬다.

 

이럴 수가. 첫 대진 상대가 한화 이글스라니. 한화와 한화가 싸우라는 말인가. 상대팀 투수는 2015년의 양현종(현실에서는 기아 타이거스의 에이스). 게임 안에서는 어떤 선수든 – 설사 다른 팀이라도- 자기 팀으로 영입할 수 있다. 잘한다 싶으면 양현종도 한화로 데려올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실제의 구단과 똑같은 라인업을 꾸릴 경우에는 무언가 플러스 요소가 더해진다고 들었다.

경기가 시작되면 미리 짜놓은 대진대로 타자가 타석에 올라선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게임 시작을 눌렀는데, 초반은 게임이 자동 진행됐다. 마운드에 올라선 이들이 휙휙 바뀌었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3 대 10.

자동진행, 너마저.

벌써 기가 죽으면 안 돼. 정신 차려, 너는 그래도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야구를 보던 한때 마리한화 아니었나.

한 판 지고 났더니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게임 시작을 누르기 전, 화면 하단에서 3이닝 모드와 자동 모드를 고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왔다. 3이닝 모드 선택.

이번엔 2015년 버전의 피가로가 상대팀 마운드에 올랐다. 우리의 투수는 서폴드.

경기 시작을 다시 누르고, 룰을 확인했다. 타석에 올라서 스마트폰 우하단에 위치한 동그란 버튼을 눌러 상대투수의 공을 치면 된다. 타이밍이 중요한데, 리듬게임과 같다. 정확한 순간에 공을 누르지 않으면 헛스잉을 하고 삼진을 먹은 후 내려와야 한다.

 

보아라. 김태균의 자태를. 사진 옆 선수 카드에 ‘라이브(Live)’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데, 이 경우에는 매주 올 시즌의 경기 성적이 반영된다는 뜻이다.

자, 선수 나가신다. 던져봐라 피가로.

 

헐,

헐, 헐!

헐, 헐, 헐! 안타라니. 내가 3연속 득점이라니. 이기니까 야구보다 야구게임이 더 재밌다. 역시 이기는 게 최고다.

재미는 타석에 섰을 때보다, 오히려 공을 던질 때가 좋았다. 포심, 커브, 슬라이드, 체인지업 등 구질을 선택한 후 던질 위치를 정하면 공이 날아간다. 대체로 서로 다른 구질과 위치를 지정하면 삼진이 많이 나오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 걸까.

공을 치고 던지는 동안 달콤한 말이 중계석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예컨대 “쭉 뻗은 장타,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라든지 “탈삼진 일곱 개째, 타자들이 맥을 못 춥니다” 같은.

 

무난한 첫 승. 실력은 증명됐다. 더 큰 무대로 나아가자. 겁도 없이 랭킹 모드. 상대는 나와 같은 일반인이 구단주인 기아 타이거즈. 선발 투수가 누가 나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는 역시. 전상현 선수가 선발로 올라온 상태팀에 2 대 0으로 패배.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 체급을 올리려면 새로운 선수 카드를 얻어 교체하든가 혹은 합성을 통한 레벨업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 내가 구단준데 몸값을 치러야지. 지갑을 열고, 현질을 했다.

 

그렇게 선수팩을 얻었으나, 막상 개봉하니 상대는 삼성 라이온즈의 선수. 절망.

 

 

여기저기 기웃대다 올해 KBO 리그와 관련한 코너를 발견. 클릭.

 

 

목표를 정한다. 총 9개의 좋은 것 중 잘할 것 같은 3개를 고르면 되는데 성취할 경우 여러 아이템이나 플러스 요소가 적용된다.

 

 

삼성 라이온즈 팀과 붙었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지는 것도 지겨우니 이하생략.

 

2015년 만들어진 게임이다 보니 지금까지 오랫동안 꾸준히 즐겨온 이용자들이 많다. 한 해 게임하고 접는 게 아니라 꾸준히 자신의 구단을 꾸리고 선수를 육성해온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구단이 가입할 수 있는 ‘클럽’에는 나 같은 초보자가 등록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두 번의 신청에 모두 승낙을 받진 못했다. 다만 꾸준히 자신의 야구단을 만들어 꾸려가는 재미는 충분할 것 같다.

한화가 이긴 기념으로 기뻐서 한 게임인데 꾸준히 지다보니 평정심을 찾게 됐다. 한화는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시점에서 2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한화가 어버이에게도 어린이와 같은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까. 어버이에게도 아직 꿈과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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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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