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알못 리뷰] 포린이도 지금 포트나이트 뛰어들 수 있을까?
지난해 무료 게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게임은 ‘포트나이트’다. 세계 게임인의 돈을 쓸어 담았다. 그래서 해봤다. 네가 내 돈도 가져갈테냐. 내 마음과 지갑을 열 수 있겠느냐.
기자는 포린이다. 포린이는 포트나이트와 어린이의 합성어다. 포트나이트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고 기자가 귀엽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포린이 등판이다.
인터넷 강국에 살아서 그랬을까. 게임 설치 ‘3.09 GB(기가바이트)’라고 써있던 걸 너무 만만히 봤다. 다운로드 받다가 잠깐 졸았는데 그 사이 버스가 목적지 정류장에 도착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낫처럼 생긴 생존도구 하나 쥐어진 채 하늘 위다. 적당한 곳을 찾아 착지해야 하는데, 어느 시점에 낙하산을 펴야 할지 몰라 공중에서 한참 체류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화면 좌상단 지도에서 도착 목표지를 고른 후 근처에서 낙하하면 되더라. 땅에 떨어지기 전엔 알아서 낙하산이 펴지니까 추락해서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착지.
3분이 지났다.
아니, 이보시오. 소문으로 듣기로는, 이런 배틀로얄 게임은 낙하하자마자 총을 맞아 죽는다고 하던데. 왜 사람은 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 볼 수 없는 것이오? 포트나이트가 이렇게 외로운 게임이오?
이 모든게 낙하 목적지를 잘못 설정한 탓이다. 플레이어들이 뛰어놀 중심지를 향해 떨어져야 하는데, 나는 아무데서나 낙하했더니 빙산만 가득한 오지에 떨어졌다. 군인이 전쟁터가 아니라 남극에 홀로 떨어진 상황.
게임을 시작한 후 한참을 혼자 쓸쓸히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닥쳐온 폭풍 안에서 혼자 얼어죽음.
마음의 준비도 없이 다시 부활. 또 낙하. 또 헤맴. 또 폭풍. 또 사망. 또 부활… 윤회의 굴레에 갇힘. 자꾸 벽에 부딪힌다는 느낌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회사 동료에게 S.O.S.
채집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할 일이 생겨서 조금은 기뻤다. 손에 쥐어진게 낫이 아니고 곡괭이라는 지식도 생겼다. 닥치는 대로 부수고 다녔다. 자원이 자꾸 쌓였지만 딱히 쓸 데가 없었다. 날 공격하는 이는 없지만 가는 곳마다 건물을 지으면서 괜히 혼자 방어를 해보았다. 총도 주웠다. 폭풍이 불어 닥치길래, 벽을 쌓아 막아볼까 노력했지만 다시 얼어죽었다. 화면에는 ‘스밀라님 실종’이라는 단어가 떴고, 나는 다시 부활했다.
하루가 지나고, 재접속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레벨3이 되어 있었다. 야호.
여기서, 또 다시 동료의 조언을 얻었다. 포린이는 포린이 놀이터에서 놀라는 것. 그리고, 유튜브에 포트나이트를 검색해보면 튜터리얼처럼 쓸 수 있는 영상이 꽤 많이 올라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유튜브에서 ‘포린이 모바일’을 검색했다. 9분짜리 동영상을 두 번 돌려봤다. 스카이캐슬을 보듯 집중했다. 동영상 속의 김주영 선생님(아님)은 내게 “총을 안 맞는게 중요해요, 제 말 알아들으시겠어요?”(아님)라고 했다. 높은 자리를 선점하고, 총을 쏘기 전에 방어를 하라고 했다. 방어를 위한 벽 생성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닥치는 대로 부숴 쌓아놓았던 자원을 쓰면 된다.
포린이 놀이터에 접속했다. 처음으로 낙하 후 5초 만에 사람을 만났다. 그 말은 곧, 총을 맞아 죽었다는 뜻이다. 야호, 나는 이제 외롭게 죽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다.
조금 자신이 붙은 기자는, 건물마다 약탈하고, 카트도 끌었으며 차도 훔쳤다.
그러다 드디어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골목 앞, 포린이 놀이터를 배회하던 한 명의 플레이어와 일 대 일로 마주쳤다. 그도 나를 보았고, 나도 그를 보았다. 그가 총을 쏘았고, 마음이 급한 나는 방어고 뭐고 대응 사격을 했고, 그도 계속 총을 쏘았고, 나도 계속 쏘았는데, 아무도 죽지 않았다.
포린이끼리 접전하면 이렇게 진지한 표정이 나온다. 프로게이머 같은 진지한 표정과는 달리, 이 전투는 아무도 죽지 않은 평화의 상징이었다.
포트나이트는 콘솔이나 PC온라인에서 하던 게임을 모바일에서 이어할 수 있다. 게임 전적이 별도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서, 어떤 단말기에서나 상관없이 게임을 이어 하고픈 사람이라면 선호할만하다.
물론, 이번 판에서 얻은 무기나 여러 생존 도구를 다음 판에 이어서 쓸 수는 없다. 그러니까 무기 아끼지 말고 마구 써라. 아끼면 ㄸ 된다.
제목에서 밝혔듯 기자는 겜알못이다. 게임 업계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게임을 잘 하지는 못한다. 왜냐면, 손이 느려서다. 머리로는 포트나이트를 하고 있지만, 손은 장기를 두고 있는 수준이다.
포트나이트는 꽤 어려운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포린이들이 도전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사흘 정도 하니깐 자신감도 어느 정도 붙는다. 물론, 아직 적과 마주쳐서 단번에 이기고, 포린이를 사냥하고 다닐만큼 뛰어난 실력은 아니다. 그래도 제때 자원을 모으고 적이 나타나면 총을 쏘고, 미리 방어를 할 정도는 됐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포나의 상징인 캐릭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 연출도 가능하다고 한다. 내 지갑을 열게 되는 일은 어느 정도 게임이 궤도에 오른 후에 일어날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초보는 게임을 배우는 동안 돈을 쓰지 않고도 즐길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뭐, 하다보면 나도 어느 순간에는 적을 만나 살려 돌려보내는 이타주의자는 벗어나 있겠지. 진짜, 이번 주말에는 PC방에 가고 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