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겜알못이라고 해도, 크레이지아케이드 정도는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3라운드에서 ‘패배’라는 단어를 보기 전까지는.

 

패배. 네가 크아를 우습게 봤냐?

 

솔직히, 그런 경험 한두번쯤은 있지 않나. 하도 많이 들어서 꼭 본 것만 같은 소설이나 영화. 예를 들어 ‘톰소여의 모험이’라든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게임도 그런 타이틀이 있다. 워낙 많이 듣고 주변에서 다들 해서 나도 한번쯤 해봤던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게임.

 

이 세상에서 가장 게임을 못하는 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라.

 

그게 나한테는 크레이지아케이드다. 온라인 게임으로 2001년 첫 선을 보인 크레이지아케이드는 대표 캐릭터인 배찌와 다오로 넥슨의 얼굴이 됐다.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크아왕 선발대회’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데, 바로 이 크레이지아케이드의 모바일 버전을 최근 넥슨이 선보였다. 이름하여,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 이름이 기니까, 여기서는 모바일 크아로 줄여서 부르겠다.

 

대표 캐릭터인 배찌와 다오. 원래는 이렇게 2D였는데 모바일로 오면서 3D가 됐고, 더 귀여워졌다.

 

모바일 크아는, 온라인 크아를 휴대폰에서 할 수 있도록 재해석한 캐주얼 아케이드 게임이다. 기본적으로는 상대편을 물풍선에 가두어서 터뜨리는 원작의 게임 방식을 그대로 이었다. 달라진 점은? 넥슨은 모바일 크아에서 2D 캐릭터가 3D로 바뀌었고, 온라인보다 많은 게임 모드와 전략 요소를 넣었다고 설명한다. 이건, 뭐 말로 들어봐야 잘 모르겠으니 우선 해보지 뭐.

우선, 게임을 깔고.

 

 

크아를 얼마나 해봤는지 먼저 묻는다. 난이도 조정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초보예요.’


선택을 하고 나면,

 

 

튜토리얼이 시작되고, 이렇게 조작 방법을 먼저 알려준다.

작동법은 단순하다.  왼쪽에 있는 방향키로 캐릭터를 움직인다. 미로 같은 길을 상하좌우 방향키를 터치해 돌아다니면서 상대편을 공격하고 함정을 피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함정은 물풍선이다. 물풍선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 물대포를 쏘면서 터진다. 저 물대포에 맞으면 물방울 안에 갇히게 되고, 그 기간 상대편(그러니까 적!)이 건드리면 잠깐 사망했다가 부활한다.

 

 

위의 캡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내가 만든 물풍선에 내가 갇혔다가 공격 당해도 죽는다. 의외로, 자기가 만든 물풍선에 자기가 갇혀 죽는 경우도 많다. …왜? 나만 그런거야?

게임은 서바이벌, 래더 매치 등 여러 모드가 있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노멀 매치’로 시작한다. 서바이벌이나 래더가 멋있어 보여도 그 단계는 일단 레벨 8이나 10으로 올라가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기본기를 닦는다는 심정으로 무조건 노멀 매치다.

노멀 매치는 2 대 2 팀전으로 이뤄진다. 팀원은 랜덤으로 정한다. 나중에는 짝꿍을 신청하고 받을 수도 있는데, 이것도 레벨 9가 되어야 한다. 쪼랩, 시스템이 시키는대로 게임해라.

상대편을 먼저 다섯 번 이상 공격 성공하면 팀이 승리한다. 팀원 버스가 매우 중요한데, 나 혼자 물풍선을 만들었다 갇혔다 죽었다 부활했다가를 몇 번 하고 나니 ‘승리’ 라는 글자가 뜨면 그 기분이 참 묘하고, 미안하다.

 

 

그래도 처음에는, 내가 크아에 소질이 있다고 착각할 만한 일도 있었다. 광란의 플레이어가 되고, MVP가 됐다. 5 대 1 승리라니, 상대편이 롯O 자OO츠인가… 라고 흐뭇해 하는 순간, 다른 구성원들의 레벨이 보였다. 레벨2. 나는 레벨3. 아, 초등학교 3학년이 2학년하고 싸워서 이겼다고 우쭐댄 기분이다.

그나마 승리의 기쁨도 잠시.

 

 

 

 

조금 전에 상대편 O데냐고 속으로 놀렸는데, 곧바로 내가 롯O 됨.

약간의 승리와 많은 패배를 하다보면 레벨이 올라간다. 몇 차례 능욕을 당하고 났더니 어느새 레벨 8이 되었다. 서바이벌 모드 입장.

 

 

프로듀서 101인 줄 알았다. 여기는 비슷한 레벨이 아니라도 무조건 신청하면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니까 레벨 8이라고 우쭐대지 말아야 한다.

서바이벌 모드는 16명의 참가자 중 단 한 명만 살아 남을 때까지 경기가 지속된다. 나도 이길 거라고 생각해서 들어간 건 아니다. 일찍 탈락하면 어떻게 되나 궁금했다. 입장했고, 목적을 달성했다. 거의 1분 만에 탈락. 14번째 탈락자다. 내 앞에 두 명이 먼저 떨어졌다. 풉.

 

 

죽었다고 바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대하게도 ‘관전’할 기회를 준다. 16명이 한꺼번에 전투를 치르는 만큼 맵이 넓기 때문에 한 번에 관전은 안 되고 뷰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구경 해야 한다. 쪼랩은 금방 죽었으나, 고랩들은 꽤 오래 전투를 치르더라.

다시 노멀 매치로 돌아가서 몇 번 죽었더니 경험치가 쌓였는지 레벨을 올려준다. 레벨 9. 뭐가 달라지냐면, 짝꿍 시스템이 열린다. 함께 물풍선을 쏘고 터트릴 친구가 생기는 것인가 보다. 짝꿍을 신청하거나 수락할 수 있다.

 

 

공격은 꼭 물풍선으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공격 아이템이 주어지는데, 손에 덜 익었는지 바꿔가면서 쓰는 게 조금은 어색했다. 내가 물풍선에 갇혔을 때 스스로 터트려 살아날 수 있는 바늘이나, 상대편을 직접 쏘아 죽일 수 있는 다트, 그리고 풍선 위를 날아다닐 수 있는 수상비 등등. 이 외에도 꽤 많은 아이템이 있다.

다만, 세 가지 아이템을 곳간 채우듯 넣어놓아야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아이템은 게임 내 화폐인 ‘루찌’로 구매할 수 있다. 루찌는 게임을 하면서 보상으로 받을 수도 있고, 현금으로 살 수도 있다. 캐릭터는 퍼즐 조각을 모아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데, 이 퍼즐 조각은 랜덤 뽑기다. 물론 랜덤 뽑기를 할 때는 루찌가 필요하고, 빠른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현금 구매가 유도 된다. 나도 조금 질렀는데, 아직 내게는 필요없는 조각이 먼저 나왔다 ㅋ. 확률은 공개되어 있다.

 

 

원하면 언제든 ‘수련장’이라는 곳에 들어가서 아이템 사용 연습을 할 수 있다. 어떻게 아이템을 쓰는 건지 배운 후 노멀 매치로 돌아와 몇번을 연달아 지고 났더니, 패배의 기록이 쌓여 레벨 10이 되었다.

 

자꾸만 지면 집에 가고 싶어진다.

 

레벨 10이면 래더 매치에 들어갈 수 있다. 래더 매치는 게임의 승패와 기여도에 따라 랭킹이 정해진다.

 

 

위의 캡처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경기가 끝나고 나면 각자의 기여도가 나온다. 기여도에 따라 순위가 정해질텐데, 방금 게임에서 나(smilla)는 상대편 공격이나 팀 정화(공격당한 팀원을 살려주는 것) 등에서 모두 0점이다. 그런데도 역전승이다. 내 랭킹은 보나마나 최하위일 것 같은데, 그래도 승리라니. 팀원 버스가 이래서 중요하다.

레벨 10부터는 자신의 경기 영상을 저장했다가 다시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경기하는 것에 비해 속도감과 스릴도 있다. 방향키 조작과 아이템 사용만 손에 익는다면 꽤 재밌게 할 수 있다. 크아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더 그렇겠지.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PC버전을 해봤던 이가 그러는데, 스킬이 많아지면서 게임이 더 박진감 넘치게 되었다고 하더라. 분명 리뷰하려고 업무 시간에 게임을 하고 있는 건데 어느새 퇴근 시간이다. 집에 가야지.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