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손 잡은 네이버는 무엇을 노리나

세계가 뒤쫓기 바쁜 엔비디아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AI 칩 시장에 네이버가 참전했다. 반도체 제조사가 되는 건 아니다. ‘하이퍼클로바X’라는 자체 생성AI 개발 노하우가 있는 만큼 효율적인 AI 칩 개발에 필요한 조언을 건네고 이 칩을 또 솔루션 개발에 쓰는 시스템이 네이버가 꿈꾸는 미래다.

네이버는 최근 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생성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개발·관리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인텔 비전 2024’에서 인텔은 AI 칩 ‘가우디(Gaudi) 3’를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H100 보다 학습시간이 50% 빠르고 추론 성능은 50% 뛰어나다고 설명하면서 일종의 선전포고를 잊지 않았다.

네이버와 인텔 간 협력의 핵심이 이 가우디다. 사실 네이버의 대표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에도 엔비디아 제품이 들어갔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엔비디아 종속성을 낮추는 건 숙제이기도 하다. 아직도 엔비디아 H100이 품귀 현상을 빚는데다 차세대 제품인 ‘블랙웰(Blackwell)‘도 도입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클라우드 인프라 운영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또 다른 선택지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인텔이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협약은 미국 피닉스 현지에서 진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이피션시 이사,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 저스틴 호타드(Justin Hotard) 인텔 수석부사장 겸 데이터센터 및 AI그룹 총괄.(사진=네이버클라우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 대표는 인텔 비전 2024의 영상 인사말을 통해 “네이버는 전세계에서 하이퍼스케일 생성AI 모델을 발표한 세 번째 기업으로, 이 모델이 서비스와 생태계에서 함께 융합되려면 강력하고 비용 효율적인 컴퓨팅 성능을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하이퍼스케일 생성AI가 바로 ‘하이퍼클로바X’다. 네이버로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핵심 서비스다. 모델 학습과 추론 능력이 높은 AI 칩은 이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필요조건이다. 좋은 AI 칩을 통해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 할수록 AI 챗봇 ‘클로바X’, 검색 서비스 ‘큐(Cue:)’ 등 연계 서비스도 똑똑해지고 이를 찾는 고객이 많아진다.

네이버의 복안은 이렇다. 우선 인텔과 함께 ‘AI 공동연구센터(NICL·NAVER Cloud·Intel·Co-Lab)’를 설립한다. 카이스트, 서울대, 포스텍을 포함한 국내 20여개 연구실과 스타트업들이 참여하는 AI 연구센터다. 센터의 위치는 연구를 주도하는 카이스트 캠퍼스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상반기 중 가동이 목표다.

연구실이 마련됐으니 이제 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붙일 차례다. 우선 가우디 3의 전작인 가우디 2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LLM 학습에는 적합한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등을 체크하고 가우디를 통한 AI 모델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LLM 학습을 위한 클라우드 인스턴스를 글로벌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네이버클라우드와 인텔 AI 칩의 확산을 노린다. 네이버는 소프트웨어, 인텔은 하드웨어로 나눠 AI 칩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거다. 하반기 정식 출시될 가우디 3의 적용 가능성도 열어놨다.

네이버는 이미 AI 칩 개발 협력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의 AI 추론 칩 ‘마하-1’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네이버 서비스 접목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술 개발에 힘을 보탠 만큼 인텔과 더불어 클라우드 AI 인프라의 다양성을 꾀할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게 바로 이 ‘다양성’이다. 엔비디아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현재 AI칩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바로 엔비디아의 GPU를 안 쓸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 최대의 생성AI 회사이기도 한 네이버가 여러 옵션을 마련하는 건 다른 AI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의 엔비디아 영향력이 지금같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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