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했고 여의도는 텅텅 비었다. 주말에도 나를 찾는 이가 없다. 할 일이 없어 책을 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드라마를 몰아보자니 하루가 날아갈 것 같다. 그래서 하기로 했다, 게임.

마침 신작이 나왔다. 겜알못은 고인물이 무섭다. 그들은 버벅이는 초짜를 벌레 보듯 한다. 신작은 어차피 모두가 초보다. 물론 금방 실력차가 나겠지만, 최소한 하루는 (비교적) 대등한 입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과야 다르겠지만, 모두에게 공정할 출발선을 택하자.

휴먼, 게임을 해 보겠습니까?

지난 12일 출시된 ‘A3: 스틸얼라이브’는 이데아게임즈가 개발하고 넷마블이 유통하는 RPG+배틀로얄 게임이다. 주어진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 롤플레잉게임(RPG)과 수십명이 동시에 싸워 마지막 한 명만 살아남는 ‘배틀로얄’을 섞었다. RPG에서 스킬 등을 습득하며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리면 배틀로얄에 입장할 수 있는 구조다.

첫 단계는 캐릭터 선정이다. 직업은 총 다섯 개. 광전사, 수호기사, 마법사, 암살자, 궁수. 선택하기 전에 구글에 검색부터 했다. 검색 키워드는,

 

 

그렇게 하여, 다음의 사이트를 찾았다. Yes or No로 따라가 알아보는 내 맞춤 직업
(고맙습니다, 게임메카)

모바일 MMORPG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 추천된, 수동 조작이 쉬운 직업을 골랐다. 수호기사. 개인적으로 단순무식한 성격이라 가까이 오는 사람은 무조건 때려잡을 것 같은 광전사가 추천 직업으로 뜰 줄 알았는데, 예상 외였다.

멋지다, 수호기사

 

직업을 고른 후에는 캐릭터를 꾸며야 한다. 사실, 여기서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 눈썹의 위치나 눈의 가로 길이, 콧대 높이와 턱의 두께 등을 세심하게 만져서,

그렇다. 내 이상형을 빚어내었다.

캐릭터를 생성하고 나면 마을 비슷한 곳에 입장한다. 여기서 선지자 레디안의 명령에 따라 퀘스트를 수행하며 생존을 위한 스킬을 배운다. 그러니까 튜토리얼 같은 건데, 반복적인 작업을 하다보면 레벨이 올라간다.

레디안이시여, 명을 내려주소서.

 

사실 그동안 점심 시간 이런 때 RPG 게임 자동 플레이 해놓고 밥먹는 동료들을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열마리 정도만 잡으면 되는데, 밥 먹는 동안 자동플레이를 해놨더니 145콤보를 시전했다. 학살마.

 

내가 이러고 있다.

밥 한 숟갈에 나의 캐릭터는 ‘갈기 놀 활잡이’를 때려 죽이고

한 젓가락의 반찬을 집을 동안 ‘에스티아 늑대’에 치명타를 먹였으며

입가심으로 수정과를 들이킬 때 선지자 레디안이 가져오라 지시한 무언가를 찾으려 적의 시체를 뒤지고 있었다.

그동안 자동플레이를 비웃었던 나를 용서해라. 미안했다, 동료여.

 

그렇게 나는 밥먹고, 캐릭터는 일하며 레벨업을 하는 동안 시간이 흘렀고

15레벨에 접어들 무렵에는 ‘하네모링’이라는 소울링커를 얻었다.

 

빨간 동그라미 안의 캐릭터가 소울링커다.

 

소울링커는 캐릭터와 연결되어 있어 공격이나 방어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조금의 시간이 더 흘러, 배틀로얄에 입장할 수 있는 챕터 1-27의 문이 열렸다.

저 빨간 색으로 칠해진 배틀로얄 매칭을 눌러야 한다. 잘 안보일 수 있는데, 분명 저기 있다. 저거 찾느라 고생했다.

 

입장 후 곧바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고, 정원인 서른명이 찰 때까지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린다. 이 시간에도 그냥 멍 때리고 있는 건 아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갑자기 서로 달려들어 싸우기 시작한다. 뭔지 모르니까 공격버튼 부터 누르고 보자.

 

그러다 정원이 차면(금방 찬다) 배틀로얄 모드가 열린다.

배틀로얄은 서른명이 동시에 한 공간에 입장에 1부터 4섹터까지 이동하면서 보급품을 먼저 차지하고, 힘을 길러 다른 이용자를 처치해 최후의 1인이 되면 이기는 전투이다. 맵 전체는 컴컴한 어둠이고, 캐릭터는 주변의 아주 좁은 시야만 볼 수 있다.

나와라, 속업된 오버로드

A3: 스틸얼라이브의 배틀로얄에서는 어둠 속에서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상대편의 발걸음 기척을 알려준다.

 

각 섹터는 순차대로 시간이 흐르면 폐쇄된다. 그 시간 안에 섹터에서 경쟁자나 몬스터를 처치하고, 살아서 다음 섹터로 넘어가야 한다. 아주 귀한 무기나 여튼 그런 것 등등이 들어 있는 보급품이라는게 뿌려진다는데, 나는 본 적이 없다.

겜알못이라, 뭔가 팁을 독자들에게 드리기 쑥스럽지만 그래도 하나 공유한다면,

섹터 폐쇄 경고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캐릭터의 발바닥 밑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다음 섹터로 향할 수 있는지 화살표가 나온다. 화살표가 뜨면 그대로 쫒아가기만 하면 된다.

일곱번째 쯤 배틀로얄에 접속했을 때 나는 서른 명 중에 23등이 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나의 위치는 3섹터. 1섹터와 2섹터라는 관문을 무사 통과해서 벌써 맵의 중간에 접어든 것이다.

스스로 뿌듯하고 기특했던 나머지, 나는 굳이 내게 공격하지 않은 다른 경쟁자를 찾아가 무기를 휘둘렀고,

사망했다.

스밀라, 사망.

 

솔직히 3섹터 들어갈 때 좀 우쭐했다. 이거, 이거, 재미있네? 이러면서. 그래서 죽은 후에도 크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보고야 말았다.

 

 

0과 7로만 이뤄진 성적표를. 게임이 끝나면 통계에서 그동안의 내 전적을 살필 수 있다. 이 기록지에  따르면, 나는 7번의 전투에서 7번을 죽었고, 0명을 죽였으며, 0번의 어시스트를 했다. 또, 다시 원치 않게 평화주의자가 되었고,

겜알못을 위한 게임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분명, 아까 내가 누군가를 죽인 것 같았는데 그 모든게 다 허상이었다. 잠시나마 즐거웠다, 그거면 되었지.

물론, 시간을 들인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배틀로얄 모드에서는 사망 후 곧바로 퇴장 대신, 관전모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유령이 되어 맵을 떠도는 것인데, 그러면서 다른 유저들이 어떻게 플레이를 하는지 지켜보고 배울 수 있다. 인터넷 강의 같은 거다.

무작위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잘하는 유저 중 한 명을 선택해 해당 플레이어의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인데,

몬스터 처치 1위/ 나를 죽인 유저(데스노트에 적겠다)/ 킬 수 1위/ 캐릭터 레벨 1위/ 무기 레벨 1위의 플레이어 중 택할 수 있다.

 

일찍 죽는 주제에, 혹시 몰라 나같은 겜알못을 위한 팁을 더한다면

다른 플레이어가 근처에 오면, 도망가자. 굳이 먼저 도발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틀로얄이 무섭다면, 그럼 RPG 하면 되지. 배틀로얄에서 사망하는 그 순간에도, 나의 캐릭터는 RPG 모드에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원 플러스 원이, 그래서 무서운 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