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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스마트폰 하나로 끝낸 태국 여행기

내가 좋아하는 해외 여행지는 태국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어 휴가를 보내기에 좋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해 태국의 여름을 즐기지 못했는데, 올해 다시 태국 치앙마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시 방문한 태국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태국 생활 속에서 나의 경험은 코로나19 이전과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현금도 신용카드도 필요없게 만드는 ‘GLN 결제’

우선 결제 경험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이번 태국 여행에서 단 한 번의 현금결제도, 신용카드 결제도 하지 않았다. 지갑도 들고 다니지 않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 내가 방문한 모든 상점과 음식점, 길거리 노점상에서 QR코드 결제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결제를 GLN으로 해결했다. GNL은 하나은행의 자회사 GLN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서비스로, 해외에서의 간편결제를 제공한다.

GLN 이용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예를 들어 맛있는 팟타이를 먹고 점원에게 “스캔”이라고 한 마디 하면 점원은 QR코드를 보여준다. GLN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을 열고 QR코드를 찍고 금액을 확인한 후 확인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나의 경우 토스 앱을 이용했다. 토스 앱에서 해외결제 신청을 하면 몇가지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 후 간단히 GLN에 가입할 수 있었다. 토스 앱 이외에도 하나은행의 ‘하나원규’, 하나카드의 ‘하나머니’,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등에서 GLN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입이 끝나면 필요한 만큼 금액을 충전을 해야 한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처럼 실시간 계좌연동까지는 아직 안 되는 듯 했다. 여행이 끝나고 돈이 남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충전금이 남을 경우 다시 원래 계좌로 환불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의 이번 여행지인 치앙마이에서는 거의 모든 곳이 QR결제를 제공했기 때문에 혹시 현금이 떨어질까, 혹시 신용카드를 안 받을까 등의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GLN의 단점이 하나 있다면 다소 느리다는 점이다. 아마도 GLN 단독 앱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 위에서 구동되는 방식이어서 그런 듯하다. 결제가 필요할 때 토스 앱을 열고 GLN과 연동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GLN 자체 앱을 사용할 경우 내 경험보다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T와 배달의민족이 한 앱에, ‘그랩’

GNL 결제와 함께 이번 태국 여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동남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T와 배달의민족을 합쳐 놓은 서비스다. 승차공유, 음식배달, 슈퍼 배달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치앙마이에서 이동할 때는 대부분 그랩을 이용했다. 코로나19 이전에 태국 관광지에서 택시를 탈 때는 대체로 가격을 흥정해야 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지역 물정 모르는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기사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랩을 이용하자 이동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야시장 구경갔다가 밤늦게 돌아올 때면 불안감이 있었는데 어디서든 그랩을 호출하면 되기 때문에 돌아올 걱정 없이 갈 수 있었다.

현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여행의 큰 매력이지만, 가끔은 숙소에서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그랩으로 음식을 주문했다. 앱 이용 방식은 배달의민족과 차이가 없다. 음식점을 선택하고 원하는 음식은 선택하고 결제하면 된다. 30분 안팎이면 배달이 도착한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늦은 밤 호텔에서 팟타이 한 접시를 먹고 치맥을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치앙마이에는 그랩 이외에 푸드판다, 라인맨 등의 음식배달 서비스가 성행 중이다.

마시지샵 예약 하고 싶으면 ‘라인’

타이 마시지샵 등을 예약할 때는 주로 라인 앱을 사용했다. 태국에서 라인은 우리나라에서의 카카오톡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모바일 메신저다. 한국에서 카카오톡 없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듯, 태국에서는 라인이 없으면 생활이 안된다.

나는 태국인 친구가 없으니 굳이 라인이 필요 없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예약을 할 때 업체와 주로 라인으로 대화를 나눴다. 원하는 곳 홈페이지 등에는 라인 공식계정과 친구를 맺을 수 있는 QR코드나 링크를 제공한다. 그 링크를 클릭하면 업체의 라인 공식계정과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되면 예약 문의 등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카카오톡 역시 ‘채널’이라는 유사한 기능이 있다. 업체들이 채널을 운영하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러나 카카오톡 채널은 주로 프로모션 안내 등 마케팅 채널로 이용한다.

라인이 예약 기능까지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네이버 예약 같은 서비스는 플랫폼에서 예약, 결제까지 마무리 할 수 있지만 태국의 라인 공식계정은 문의 용도로 사용될 뿐, 예약은 결국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졌다. 물론 라인 메신저로 예약을 요청하는 것이 과거처럼 전화로 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다. 과거에 전화로 예약을 하다보면 서로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 어눌한 발음으로 소통하다가 잘못된 정보로 예약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라인 앱을 이용하면 텍스트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소통 오류가 거의 없다.

이 외에도 액티비티나 투어 예약을 위해 클룩, 마이리얼트립 등의 앱을 이용했고, 영어가 전혀 안되는 현지인과는 파파고 등의 앱으로 약간의 소통이나마 할 수 있었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지만 구글 맵 없이 해외여행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다.

여행을 마치며, 이번 여행을 더욱 풍족하고 편리하며,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게 만들어준 모든 기술에 감사를 표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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