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첫 OLED TV로 보는 훙멍 OS 생태계 전략
화웨이가 OLED TV 시장에도 진출한다. 이름은 스마트 스크린 X65. 화웨이는 이미 지난해 퀀텀닷 TV를 공개한 바 있다.
OLED 화면은 LG디스플레이가 납품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특성은 국내 고급 OLED TV와 유사하다. 1000니트의 밝기로 햇빛이 비쳐도 보기에 무난하며, 재생률을 120Hz 만족한다. TV에서는 충분한 재생률이다. 재생률과 밝기를 봤을 때 고급 사양에 해당한다. 이것이 고급 사양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분이 한국에 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CPU는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생산하는 홍후 898을 사용한다. 램 6GB, 저장장치 128GB로 스마트폰 느낌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스피커 기술이 특이한데 언더 디스플레이 기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피커 유닛은 총 14개며 풀 레인지 드라이버 6개, 트위터 6개와 우퍼 2개로 구성된다. 출력은 75W 수준. 언더 디스플레이라고 설명했지만 LG OLED TV처럼 화면이 직접 진동해 소리를 내는 크리스털 사운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고급 TV 대부분은 본체에 스피커를 숨겨 측면이나 벽을 통해 사운드를 반사해 송출하는 형식이므로 다른 TV와의 차이점은 없어보인다. 스피커의 또 다른 점은 음파를 쏴서 벽의 형태를 인지하고 거기에 맞춰 소리를 낸다는 점인데, 소니가 스피커 하나로 멀티채널 스피커의 사운드를 구현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에어팟 프로에도 비슷한 기술이 적용돼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화웨이가 만드는 프로세서와 카메라다.
TV의 전면에 2400만화소 팝업 카메라가 달려 있다. 이 카메라는 화상통화용으로도 물론 사용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사용자 제스처를 인식하기 위함이다. 카메라의 사양을 보면 이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카메라에는 듀얼 NPU를 포함한 별도의 칩셋이 달려있다. 카메라에만 할애하는 두뇌를 따로 준 셈이다. 이 초광각 카메라로는 영상통화를 할 때 사람의 이동에 따라 초점을 바꾸는 것, 볼륨을 높이고 줄이거나 하는 TV 조작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카메라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센싱할 수 있느냐다. 화웨이는 이미 메이트 20 시리즈에서 카메라만으로 사람을 배경과 분리해내는 센싱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
만약 이 센싱이 비교적 가능하다면, 엑스박스의 키넥트처럼 사용할 수 있다. 딥러닝 발전 수준에 따라 이 움직임은 더 정확해질 것이다.
해당 TV는 화웨이 자체 OS인 하모니OS(훙멍)을 탑재하고 있다. 즉, AOSP 기반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화웨이는 현재 화웨이 전용 앱 마켓인 앱 갤러리를 출시한 상태다. 카메라의 능력, 이미지 처리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 같은 CPU, 훙멍 OS를 조합하면 화웨이가 어떤 시장을 타깃팅하는지를 알 수 있다.
스마트 스크린 X65는 화웨이가 단순히 수익 다각화를 출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화웨이가 TV 앱 생태계까지 고려한다는 점이다. TV를 틀어놓고 실시간으로 요가를 하거나 피트니스를 하는 등의 앱과 시스템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카메라가 사용자의 제스처를 센싱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의 펠로톤을 생각하면 된다.
펠로톤은 헬스케어계 넷플릭스로 불리는 기업으로, 미국 인기 스포츠인 소울사이클(Soulcycle)을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소울사이클은 자전거 기구를 다 같이 강사의 구호에 맞춰 타는 것인데, 이것을 온라인으로 옮기면 펠로톤 서비스가 된다. 펠로톤은 인스트럭터가 화면을 보며 소울사이클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 겸 하드웨어다. 인스트럭터는 IoT 자전거를 통해 참가자들의 운동 기록을 알 수 있으며, 이 기록을 보면서 참가자를 독려한다. 실시간 참여를 하지 못해도 VOD를 보며 참여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실시간으로 질문이나 피드백은 받을 수 없다. 만약 펠로톤과 같은 서비스를 실행하려면 화웨이 생태계와 연결되는 IoT 자전거를 추가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IoT 자전거를 가장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펠로톤까지 가지 않더라도 요가, 짐 엑서사이즈 등은 비디오 챗으로만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화웨이가 바라는 것은 TV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앱이 등장하고, 그 앱이 개발사에 수익을 가져다줘 앱 갤러리가 더욱 활성화되는 것은 아닐까.
TV와 모바일을 단순 영상 캐스팅, 미러링, 리모컨 등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제조사들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앱 시스템으로 서로 연결하는 것은 현재까지 어떤 제조사도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에게는 두드러지는 앱 마켓이 없고(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삼성의 것이 아니다), LG에게는 폰 점유율이, PS와 XboX에게는 스마트폰이 없다. 가장 이 시스템에 근접할 수 있는 건 애플인데, 애플은 TV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물론 화웨이에게 구글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1분기 화웨이의 실적이 증명하듯, 화웨이에게는 중국, 세계 최대의 자국민이 있다.
문제는 가격으로, 2만5000위안(약 430만원)으로 징둥닷컴에서 예약 판매 중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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