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장길 오른 이재용, 삼성 어떤 기대 걸고 있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베트남 출장길에 올랐다.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 준공식 참석을 위함이다. 더불어 이재용 회장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2020년 베트남 삼성 복합단지에 방문했다.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베트남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 인근에 2억2000만달러(약 2829억원) 규모의 R&D 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이 처음으로 세우는 해외 R&D센터이자, 동남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 회장이 직접 하노이 인근 박닌과 타이응엔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에 찾아가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R&D센터가 올해 말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계획대로 다가오는 23일에 준공식을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베트남 출장에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RF장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착공 당시 이재용 회장은 해당 센터가 삼성그룹의 연구 거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삼성그룹 베트남 법인은 해당 R&D센터에서 근무할 3000명 가량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인력도 채용 중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R&D센터를 지으면서 스마트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베트남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베트남은 인도와 함께 새로운 반도체 투자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베트남 반도체 산업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 간 연평균 19.0%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Technavio)도 “2021년 베트남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5.12% 성장했다”며 “2025년 베트남 반도체 시장은 16억5000만달러(약 2조1219억원) 규모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외에도 베트남 투자 규모를 늘리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텔은 호치민시에 4억7500만달러(약 6109억원)을 투입해 프로세서 제조 설비를 증설하고, 반도체 조립패키징 테스트 공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패키징 업체 앰코테크놀로지와 하나마이크론은 박닌과 박장 지역에 2027~2035년 사이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전자기기 제조업체 페가트론과 럭스쉐어도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 중이다. 두 기업은 폭스콘과 애플 제품 생산 협력업체로도 알려져 있다. 럭스쉐어는 2021년 3분기부터 베트남 공장에서 아이폰13 생산을 시작했고, 페가트론은 추가로 기판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주요 기업이 베트남 투자를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을 대체할 반도체 생산 기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중국과의 교역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생산기지와 같은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당장 교역을 중단하게 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대안으로 글로벌 주요 기업은 베트남과 인도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며 기존 아시아 공급망과 인접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과 기업문화가 비슷한 데다가, 인건비도 낮다.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만한 긍정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계는 존재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술 지식이 필요한데, 베트남에는 숙련 노동력이 다소 부족하다”며 “베트남 반도체 업계에 필요한 노동자 수는 수만 명이지만, 현재 호치민시에 위치한 인력은 약 3000~400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베트남 현지에서 인력을 양성한 후, 생산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시놉시스(Synopsis)가 대표적이다. 해당 기업은 베트남 생산기지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를 교육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그룹도 베트남 R&D센터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나설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이번 베트남 출장과 관련해 “준공식이 진행된 이후 구체적인 사항이 나올 것 같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공개할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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