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모집에 실패한 왓챠가 다시 한 번 대규모 자금 수혈에 나선다. 기존투자자에 대한 유상증자 요청을 포함, 지분 매각의 가능성도 열어놓은 투자 유치를 계획 중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창업자인 박태훈 대표가 투자자들에게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이와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창업한 왓챠는 ‘왓챠피디아’라는 이름의 영화 평점 사이트를 기반으로 성장하다 2016년 영상 구독 서비스(OTT)를 선보였다. 지난 6년 간 국내 대표적인 토종 OTT로 일컬어지며 성장해왔다. 웨이브나 티빙 같은 곳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웨이브의 뒤에는 지상파와 통신사가, 티빙의 뒤에는 CJ ENM이라는 대기업이 버티고 있다. 순전히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넷플릭스와 같은 세계적 경쟁자와 한 무대에서 비비며 버텨온 곳은 국내에서는 왓챠가 유일하다.

박태훈 왓챠 대표. 지난 2월 있었던 미디어데이 당시의 모습.

매각설 도는 왓챠의 현재 상황

왓챠는 지금 위기다. 프리 IPO 실패는 시장이 왓챠의 경쟁력에 ‘의심’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읽힐 수 있다. 왓챠가 하반기 공개를 준비하던 다음 단계 전략을 우선 접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도 급한 불 끄기 전략으로 보인다. 한 투자 관계사는 박태훈 대표가 “올 가을부터 월 단위 흑자를 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왓챠가 프리 IPO에 실패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가능하다. 하나는 최근의 경색된 자본 시장이다.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하기가 전년 대비 어려워졌다.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미래 가능성이 있는 곳에 대단위 투자가 이뤄졌던 지난해와는 다른 분위기가 올해 시장에서 읽힌다. 옥석을 가려 될 곳에 투자하겠다는 발언이 투자사들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왓챠가 ‘수익 모델을 검증하라’는 압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위의 표는 왓챠가 지난 7월 5일 공개한 2021년도 연결감사보고서에 들어 있는 재무제표다. 지난해 왓챠는 708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비용이 많이 들어 적자 폭이 크다.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구독자 확보를 위한 프로모션 등에 플랫폼 기업이 돈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플랫폼이 당장의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투자자들이 왓챠가 수익 개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OTT 경쟁 환경은 날로 거칠어진다. 넷플릭스만 있는 게 아니라 그사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가 국내에서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쿠팡도 토트넘을 초빙, 경기를 독점 생중계 하는 등 돈을 풀고 있고, 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1조원을 들여 오리지널을 확대하겠다는 게획을 밝혔다. CJ ENM의 티빙은 KT의 시즌을 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운다. 이런 상황에서 왓챠는 계속해 돈을 쓸 수밖에 없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지 않으려면 왓챠가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지금 투자자들의 주문인 셈이다.

그렇다면 왓챠는 주로 어디에 돈을 썼을까? 회사의 현금흐름을 보면,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한 것이 투자흐름으로 인한 현금 유출 중 판권의 취득이다. 지난해 투자 활동으로 총 374억원을 썼는데, 이중 판권 취득에 들어간 돈이 270억원이다.

270억원은 콘텐츠 확보 경쟁에서 아주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이 돈은 왓챠가 가진 총알의 상당부분이다. 또 다른 표를 하나 보자. 다음은 벤처투자사 ‘마크앤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혁신의 숲’이 발간한 ‘국내 OTT 플랫폼 성장 분석’ 보고서에서 정리한 그간의 왓챠 투자 유치 내역이다.

왓챠 투자 현황. 벤처투자사 ‘마크앤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혁신의 숲’이 발간한 ‘국내 OTT 플랫폼 성장 분석’ 보고서에서 인용.

왓챠가 2020년 연말까지 마무리한 시리즈D 투자 유치 금액은 360억원 가량이다. 거칠게 말하면 대략 지난해 판권 취득에만  시리즈D 투자 유치금의 3분의 2를 쓴 셈이다. 그런데 오리지널 제작이나 콘텐츠 판권 확보는 한 해만 하고 말 일이 아니다. 계속해서 돈을 들여 판권을 확보하고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이 부분은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비용을 없애긴 어렵다. 왓챠는 현재 흑자전환을 위해 현재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군을 일부 정리하고, 인력감축을 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핵심 경쟁력 외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자본 투자가 크게 필요한 미래 전략의 일부를 후순위로 미뤘다.

대표적인 것이 올 2월 있었던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한 ‘왓챠 2.0’의 실행 잠정 중단이다. 왓챠 측은 영상 외에 음악과 웹툰 등을 정액 모델에 포함시키는 ‘왓챠 2.0’을 연내 선보일 것이라고 공개했는데, 이 계획을 당장은 접었다. 이 계획을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더 폭넓은 단위의 파트너 확보와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현재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영화와 드라마 중심의 OTT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사업방향을 잡았다.

왓챠는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나

왓챠는 별점 사이트에서 시작한 역사가 있어 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추천에 강점이 있다. 이 외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 가짓수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전략에 집중하면서 한번에 제공하는 영상의 수는 줄였다. 비용을 어떻게 쓸 것이냐의 문제인데, 왓챠는 그와 반대로 비교적 물량 확보에 값이 싼 구작을 대거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따라서 한동안 왓챠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츠의 보고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독립영화 감독전 등을 열고 관객이 그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작품을 확보해 공개했다. 외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으나 국내에서는 흥행이 모호했던 시리즈, 예컨대 ‘킬링이브’와 같은 작품을 들여와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래서 왓챠는 다른 플랫폼 대비 구독자 수는 적지만 충성도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왓챠는 당분간 이와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혹시 지분 매각이 이뤄진다고 해도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표 스스로가 지분 매각 카드를 포함한 투자 유치의 배경을 경영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라인네트워크>와 통화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가 지분 매각의 가능성을 이야기 한 것은 회사를 회생하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지 스스로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 대표가 본인이 왓챠를 책임지고 끌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시리즈D 투자가 마무리되던 지난 2020년 12월 <바이라인네트워크>와 한 인터뷰에서 “왓챠의 기본적인 정체성은 롱테일 콘텐츠를 다 갖추고 취향에 맞게 추천을 잘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위기를 맞은 왓챠가, 본질적인 경쟁력으로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래서 왓챠는 결국 지지 않을 수 있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