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의 독자 여러분 중에, 혹시 ‘왓챠’의 이용자가 있으십니까? 왓챠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한달에 얼마간의 돈을 내고 이 서비스에서 공급하는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같은 서비스와 비슷합니다.

솔직히 여기저기 돈 내는거 부담스럽고, 그래서 한 플랫폼에서 모든 영상 콘텐츠를 다 볼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설사 하나의 플랫폼만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경쟁이 없는 그 유일무이한 플랫폼은 시청률 떨어지는 콘텐츠를 굳이 돈주고 수급할 필요는 없을테죠.

그런 의미에서 왓챠는 제게 경쟁력 있는 플랫폼입입니다. 여기에서 ‘킬링이브’라는 작품을 만났고, 올해 가장 흥미로웠던 영화 ‘경계선’을 봤으며, 어려워서 이해는 잘 못했지만 그래도 뭔가 훌륭하구나 싶었던 ‘티탄’을 감상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왓챠가 모든 이에게 최고의 스트리밍 서비스였느냐, 그건 아닙니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모든 영상 서비스와 견준다면, 이용자 수 경쟁에서는 뒤처지죠. 왓챠는 꾸준하게 “넷플릭스와 경쟁에서 살아남겠어?”라는 질문을 받아왔습니다.

나름의 무기로 “취향의 발견”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싸워왔습니다. 그 기반에는 데이터가 있죠.  왓챠의 모태는 ‘왓챠피디아’라는 영화 커뮤니티인데요. 이용자들이 남긴 영화평가가 자산이 됐고, 이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 수급을 경쟁력 삼아 성장했습니다.

(기존의 왓챠 전략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의 인터뷰를 참고해주세요-> 넷플릭스에서 쿠팡까지: 왓챠 박태훈의 생각)

왓챠는 아무래도 지금이 무기를 업그레이드해야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시장에 플레이어는 자꾸만 늘어나고 있죠. 최근에는 쿠팡플레이도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고, 또 국내 성적이야 어쨌건 디즈니플러스 역시 무시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넷플릭스도 한국어 오리지널을 만들어내는 속도를 보면, 긴장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준비했다고 하네요, 다음의 전략을요.

박태훈 왓챠 대표가 22일 미디어데이를 열고 왓차 2.0을 발표 중입니다.

모습 바꾸는 왓챠

핵심부터 말하자면, 왓챠가 웹툰과 음악도 한다고 합니다. 하나의 구독 모델 안에 영상과 웹툰, 음악을 함께 서비스하는 형태죠. 아, 지금 당장 왓챠 앱을 켠다고 해서 바로 변화를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모델은 ‘왓챠 2.0’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연내 공개될 예정입니다. 구독 가격도 아직은 공개하지 않았죠.



박태훈 왓챠 대표는 처음부터 서비스 기획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에만 두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의 말을 빌면 “왓챠의 목표는 처음부터 모든 문화 콘텐츠에 대한 개인화된 경험을 주겠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왓챠가 설명하는 이 경험은 영상을 보다가 관심이 생긴 OST를 굳이 다른 플랫폼에 찾아갈 필요 없이 한 장소에서 검색해서(혹은 추천받아) 듣고, 또 해당 영화와 연관된 웹툰을 연동해 보게 함으로써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새롭고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도록 사용자경험을 짜겠다는 것이죠. 지금은 웹툰과 음악을 먼저 포함하지만 나중에는 웹소설, 게임, 공연 등도 모두 왓챠에서 연계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왓챠가 짠 비전입니다.

원지현 왓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를 “영상 스트리밍에서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으로 전환”이라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왓챠가 올해 공개를 준비 중인 오리지널 영화 ‘조인 마이 테이블’의 공개에 맞춰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웹툰도 함께 공개해 영상 감상의 경험을 웹툰으로 확장하는 식으로 말이죠. 원 COO는 “콘텐츠 감상의 행위가 분절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파고들면서 새로운 콘텐츠 발견에 중독되는 형식으로 감상하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죠.

가능한 모든 문화 콘텐츠를 한 플랫폼 안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언젠가 올 서비스였다고 봅니다. 누가 먼저 포문을 여느냐의 차이겠죠. 플랫폼을 만들어놨는데 굳이 하나의 상품만 팔 필요도 없고, 이용자 역시 경험만 깔끔하다면 훨씬 더 오랜 시간을 왓챠 안에서 보낼 겁니다. 이용자를 오래 묶어 놓는데 더 다양한 콘텐츠의 조합은 당연히 필요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웹툰에 관심이 많아서, 웹툰의 영역에서만 봐도 왓챠의 전략이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원 COO는 최근 웹툰 시장에 대한 유의미한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웹툰 시장이 ‘기다리면 무료’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해서 일상툰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초기 웹툰 시장은 ‘마음의 소리’나 ‘낢이 사는 이야기’와 같은 일상툰이 인기를 얻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일상툰의 비중이 많이 줄었습니다. 물론, 이는 웹툰 산업이 성장하면서 일상툰 외의 다양한 장르가 나와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원 COO의 지적대로 기다리면 무료에 맞춤한 서사성과 스토리를 가진 획일화된 작품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 외에 다양성을 받쳐줄 인지도 있는 플랫폼이 나와주는 것은 웹툰 생태계에도 유의미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왓챠의 웹툰이 어느정도 성장할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왓챠 모델의 본질 중 하나인 ‘구독 서비스’에 작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같은 것이죠. 결과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갖고 있느냐, 그리고 작가들을 얼마나 포섭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 출판업계나 작가들 사이에서는 ‘구독모델’은 독이든 성배로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전자책 구독 모델을 먼저 내보낸 리디(물론 책은 웹툰보다 안팔립니다만)도 전자책 월정액 구독 서비스 리디셀렉트에서 단맛을 보지 못했고, 웹툰 구독 서비스에도 도전했으나 국내가 아닌 북미를 타깃으로 하고 있죠.

왓챠가 이날 강조한 또 하나의 킬러 콘텐츠 ‘음악’과 관련해서는 역시 요금 관련한 문제만 잘 풀어낸다면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왓챠의 지적대로 유튜브가 힘이 센 이유 중 하나가 영상 콘텐츠와 음악을 번들링으로 묶어서 파는 것인데, 왓챠도 이부분에서 잘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입니다.

올 상반기 오리지널 콘텐츠

왓챠는 번들링 상품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서 욕심을 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이 회사 김효진 콘텐츠 사업이사의 말에 따르면, 올해 왓챠가 선보일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짓수는 스무개고, 그중 아홉개가 상반기 중 발표됩니다.

올해 왓챠 오리지널은 다큐멘터리 <한화이글스:클럽하우스>를 시작으로, 예능 <조인 마이 테이블>(임경아PD/출연:이금희, 박상영), <노키득존 (안제민 PD/출연:이용진, 이진호, 이창호 등)>,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 (엄진석PD출연:강호동, 양세찬, 이용진), <인사이드 리릭스> (정진수, 김혜원 감독/출연:김이나, 윤종신, 선우정아, 타블로 등> 등이 연이어 선보이며, <최종병기 앨리스>를 포함해 다수의 드라마 시리즈가 공개된다.



<킬링 이브(Killing Eve)>, <이어즈 앤 이어즈(Years&Years)> 등으로 유명한 왓챠 익스클루시브 라인업도 올해 더욱 강화된다. <킬링 이브>가 새로운 시즌인 시즌4로 2년 만에 돌아오며, 올해 최고의 디스토피아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스테이션 일레븐>,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로맨스 사극 <춘정지란> 등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콘텐츠를 만나 볼 수 있다.

위의 이탤릭체로 표기된 부분이 왓챠의 공식 발표내용입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등으로 대박을 쳤지만, 아마도 왓챠가 가려는 오리지널의 방향은 이와는 조금 다를 겁니다. 물론 대박 작품이 나와서 플랫폼에 싫을 것이야 없겠지만, 제작비가 거액으로 들어가는 텐트폴 작품 위주로 가기에는 왓챠의 자금 규모에도 한계가 있고 또 정체성에도 차이가 있어 보여서죠. 왓챠 측에서도 명확한 색깔을갖고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에 힘을 주겠다는 입장이니, 어쨌든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골라볼 수 있는 풍요로움이 조금 더 생기겠네요.

영상에서 엔터테인먼트로 영역 확장, 종을 아우르는 구독 모델 외에도 왓챠는 이날 NFT와 관련한 비전, 기업공개(IPO)와 프리 IPO 단계에서의 투자, 글로벌 진출 전략 등도 이야기 했는데요. 왓챠의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또 한번 정리해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자꾸만 돈 쓸 데가 많아지네요. 왓챠 2.0이 여러분과 제 지갑을 열 수 있을지, 서비스 시작이 기다려집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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