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은 없다, 극한의 넷플릭스 2019
넷플릭스가 2019년 신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극한의 넷플릭스다. 넷플릭스의 발표는 세 가지 층위에서 이뤄졌다.
1. 기기 지원
넷플릭스는 가장 오래된 OTT 중 하나다. 그리고 재생 기기 확장에 집착한다. 재생 기기는 현재 흔히 넷플릭스를 보는 모바일, 스마트TV 외에도 캐스팅 가능 기기인 크롬캐스트, 앱을 설치해서 사용하는 애플TV와 안드로이드TV, 일반적인 IPTV와 셋톱박스,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 등.
이중 강점으로 ‘스마트폰에서 보던 장면을 TV에서 이어서 본다’는 심리스(끊김 없는) 서비스 같은 이야기는 제외하도록 하자. OTT 서비스에서 이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업체는 없다. 다만 ‘구식의 기기’로 치부되는 IPTV 등의 셋톱박스까지 확장해낸 것은 칭찬할만하다. 또한, 게이밍 콘솔에서 볼 수 있는 OTT 서비스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각자는 각자의 방식대로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다.
2. 로컬 혹은 로컬 제작 콘텐츠
주로 한 가지 방송국만 보는 이들에게는 IPTV나 공중파 디지털TV 구독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모든 OTT에서 JTBC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방송과 VOD 모두 볼 수 있다. 이렇게 OTT 내에서 한국 방송을 점점 더 많이 볼 수 있을 때 기존 플레이어들(IPTV)에 대한 니즈가 점차 줄어든다. 예를 들어 최근 히트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OTT 플레이어들에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와 라이센싱 계약을 맺은 업체들 외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강점이 있다. 사실 국내에서 만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코어 타깃은 한국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글로벌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예외로 치자. 이외 YG전자, 범인은 바로 너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국내에 발을 걸치며 해외 개봉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내일(25일) 넷플릭스 내에서 개봉하는 사극 ‘킹덤’도 마찬가지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의외로 해외(캐나다) 제작인데 로컬 콘텐츠처럼 소비되는 ‘김씨네 편의점’ 같은 드라마도 있다.
로컬 콘텐츠는 한국에서만 제작되는 것이 아니다. 한류 문화를 필두로 콘텐츠 제작 거점으로서의 매력이 있는 한국을 제외하고, 멕시코나 터키 등지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들도 있다. 특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멕시코 영화 ‘로마(ROMA)’는 처음 배우를 해보는 주연배우에, 철저하게 멕시코 서민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도 각종 영화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고 있다.
3. 기술적 강점
넷플릭스는 특히 모바일로 스트리밍하는 시점이 되자 인코딩에 매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데이터를 덜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다. 우선 와이파이로만 연결-최적화-최고화질의 옵션이 있으며, 스마트 저장이나 일반 저장 기능 등에도 모바일 인코딩이 들어가 있다. 스마트 저장은 지정한 한 시즌을 자동으로 내려받아주고 다 보면 새로 받아주는 기능인데, 아예 와이파이에서만 동작하도록 되어 있다.
가장 놀라운 건 모바일용 인코딩 방식이다. 원래 파일을 받아 영화를 볼 때는 한 파일을 통합으로 인코딩한다. 처음과 끝의 인코딩이 같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물론 모든 파일의 용량이 같은 것은 아니다. 실사영화보다 애니메이션쪽 인코딩이 더 가볍다. 이 점에서 착안해 전투신과 대화신처럼 한 신의 속도감이 다른 장면들을 각기 다르게 인코딩한다. 이를 다이내믹 옵티마이저 인코딩(Dynamic Optimizer Encoding)으로 부른다. 넷플릭스는 자체 화질 기준을 만들고 여러 단계로 인코딩을 나누어 각 신에 맞게 인코딩을 다르게 한다. 넷플릭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도 유튜브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한 타이틀(한 편)당 에셋을 527개 사용한다고.
그러나 약점이 있다
위협이 될 부분은 다른 OTT들의 등장이다. 특히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마블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는 디즈니의 OTT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미드왕국인 HBO(미드 왕좌의 게임 제작사)를 보유한 타임워너 등도 OTT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즉, 오리지널 콘텐츠 면에서 앞으로 넷플릭스의 전망이 무조건 밝다고 볼 수는 없다. 한켠에서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게 독이 됐다고 보는 입장도 있는 편이다. 이같은 질문에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김민영 디렉터와,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제시카 리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발견”이라는 애매한 대답을 내놨다. 유명 콘텐츠인 ‘프렌즈’, ‘워킹 데드’ 등도 보유한 동시에, 넷플릭스의 자랑인 추천 방식으로 그 사람이 원하는 콘텐츠를 많이 찾아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 쌓여온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당장 신규 OTT 서비스들은 따라 할 수 없는 게 맞다. 그러나 IP 위주로 접근하는 소비자 역시 존재하므로 앞으로의 서비스는 한바탕 큰 전쟁을 치르고 사용자층을 파편화시키지 않을까. 어쨌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볼거리는 점차 풍부해지고, 여러 서비스를 구독해야 하므로 가격 부담은 점차 높아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