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인공지능 수요예측, 먹혔나?

유통 현장 ‘재고관리’와 관련된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폐기. 너무 많은 재고를 발주해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해서 버려지는 손실 비용을 만든다. 두 번째는 결품. 반대로 너무 적게 재고를 발주해서 원래 더 팔 수 있는 것을 못 파는 기회 비용을 만든다. 마지막은 인적 자원(Human Resource). 위 모든 예측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으로 인해 자연히 늘어나는 비용이다.

이환기 신세계아이앤씨 AI팀장이 13일 AWS코리아가 주최한 행사(AWS 클라우드위크)에서 발표한 내용 일부를 갈무리한 내용이다. 작은 기업에서만 일어날 일이라고? 이 팀장에 따르면 신세계 또한 현장에서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수요예측을 한다면 어떨까.

전통적으로 유통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수요예측 방법은 통계학을 응용한 ‘시계열 분석 기법’이다. 상품 판매 추세와 계절 요소, 불규칙 변동 등을 조합해서 미래 판매 수치를 예측한다. 여기에 사람의 ‘직관’이 결합된다. 현장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라면 갖고 있는 그 느낌, 바로 그거다.

하지만 전통적인 수요예측 방법론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시계열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신제품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예측하지 못한 외부 변수가 들이닥쳤을 때 유연하고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 사원 등으로부터 수기로 전달 받은 원데이터의 신뢰성을 담보하기도 어렵고, 사람의 직관이라는 것도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이 팀장은 “유통회사들이 기존에 써오던 수요예측 방식은 최근 데이터를 집계해서 추세를 화인하고, 그 추세를 연장하여 미래 수요를 예측하는 방식”이라며 “이런 방식은 예측대상이 되는 다음 주 업무환경을 반영하기 어렵고, 단순 추세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상 ‘예측’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인공지능 모델은 지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상품이 왜 특정 시기에 팔렸는지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며 “그날그날 상품의 팔림새와 환경 변화를 학습하여 어떤 상황에서 상품이 판매되는지 추론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이마트의 사정

신세계그룹의 대형마트 계열사인 이마트는 전국 14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각 점포에선 평균적으로 7만개 이상의 상품(Stock Keeping Units)을 판매한다. 점포별 영업일은 연간 340일 이상이다. 이 외에도 ‘독립변수’로 고려하도록 지정된 변수만 40여개다. 이마트의 발주 담당자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앞으로 한 주 뒤 판매될 상품이 얼마나 될지 예측해야 한다. 종전까지 이 수요예측 업무는 ‘수기’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개선하고 싶었다. 그 방법은 수요예측 업무를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게 맡기는 것이다. 수요예측 정확도와 종전 사람 직원의 업무량 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세계아이앤씨가 AWS의 IT 인프라를 활용해 개발한 예측엔진이 ‘사이캐스트(Saicast)’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이마트에서 발생한 지난 2년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서 수집한 원데이터를 축소하고, 엔지니어링을 통해서 전처리, 보정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후 파생변수를 생성하는 작업을 거친 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모델 학습을 진행했다.

사이캐스트는 그날그날 상황 변화에 따른 상품의 판매 현황과 환경 변화를 학습한다. 예컨대 요일, 상품 판매 가격, 날씨, 시즌, 행사 여부 등의 변화에 따라 특정 상품의 판매량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인공지능이 그때그때 확인하고, 학습한다. 인공지능 모델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점차 고도화 된다.

AI 수요예측의 결과

신세계아이앤씨는 수요예측 모델 ‘사이캐스트’를 지난해 이마트 2개점에 도입, 테스트했다. 기존 사람이 수기로 수요예측을 하는 방법의 결과값과 인공지능 기반 수요예측의 결과값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인공지능의 압승이었다. 신세계아이앤씨에 따르면 2019년 10월 26일부터 30일까지 이마트 점포 1만개 상품, 98개 중분류 상품 카테고리를 대상으로 평균 제곱근 오차(RMSE)를 도출한 결과, 92개 중분류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수요예측이 종전 사람이 하는 방식 대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방식의 예측 오차는 종전 사람이 수행하는 방식 대비 18%가 개선됐다.

인공지능 수요예측 모델이 적용된 이마트 매장의 에너지바 상품 판매 예측 결과와 실제치 비교. 왼쪽이 사람이 예측한 방식의 결과값이고, 오른쪽이 사람 개입 없이 인공지능이 수행한 예측의 결과값이다. (자료 : 신세계아이앤씨, AWS코리아)

이 팀장은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현업부서에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었다”며 “이후 한 달 간 현업부서의 검증 기간을 거쳐서 POC 대상이었던 2개 점포에 인공지능 기반 자동발주를 적용했다. 현재 AI가 판단하여 사람의 개입 없이 발주를 내고 있으며, 10개월 가량 운영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장애도 없었다”고 말했다.

테스트 결과에 힘입어 신세계아이앤씨는 사이캐스트를 ‘사이캐스트 2.0’으로 발전시켰다. 사이캐스트 2.0은 ‘행사상품’ 전용 수요예측 엔진이다. 행사 상품은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와 가격 변동 등으로 인해 일반 상품 대비 변동성이 크고 수요 예측은 어렵다고 여겨지던 품목이었다. 행사 상품 수요예측을 위해서는 짧은 기간에 맞춘 순발력이 필요했고, 수기로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변수의 데이터 분석이 필요했다는 이 팀장의 설명이다.

사이캐스트 2.0에는 빠르게 변하는 행사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서브 AI모델을 도입했다. 예컨대 소비자가 상품별로 가격 변경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체감 가격을 ‘수치화’하는 모델을 적용했다. 행사 이후 판매량이 이상적으로 증가하는 ‘아웃라이어(이상치, Outlier)’를 제거하는 모델도 사이캐스트 2.0에 도입됐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 4월 사이캐스트 2.0을 전국 140여개 이마트 매장에서 동시 진행한 행사 상품 5만여 품목을 대상으로 적용해서 테스트했다. 이전 이마트 2개점에서 진행한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모델의 예측값과 사람의 수기 모델 예측값의 결과치를 비교한 것인데, 그 규모가 크게 늘었다.

결과는 이번에도 인공지능의 압도적 우위로 나타났다. 신세계아이앤씨에 따르면 82:18의 비중으로 인공지능의 수요예측이 사람보다 더 우수한 값을 뽑아냈다. 기존 사람의 수기 모델은 행사 개시 첫 4일간의 판매량 증가와 행사 마감 이후 4일간의 판매량 감소를 잘 예측해내지 못한 반면, 인공지능 모델은 비교적 추세를 따라가며 수요를 예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 전체 매장에서 진행한 사이캐스트 2.0 적용 테스트 결과값. 4개 상품에 대한 행사 개시 후 4일간의 판매량 추이(자료 위 4개 상품)와 행사 종료 후 4일간의 판매량 추이(자료 아래 4개 상품)다. 인공지능 수요예측 결과값(청색선)은 수기 예측 결과값(적색선)과 비교해서 실제 판매 결과값(흰색선)의 추이를 비교적 잘 따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신세계아이앤씨, AWS코리아)

이 팀장은 “인공지능이 예측한 값은 실제 판매량을 유사하게 따라갔다. 행사 시작 이후에도 판매량이 미미한 상품이 있는데 이러한 상품 또한 인공지능은 상품별, 행사별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추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현장에는 아직 인공지능의 비즈니스 적용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고, 실제 기술 도입의 타당성, 가성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씩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고 연구하면서 크고 작은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있다. 이 과정이 향후 단단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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