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반도체] “통신만 한다고? 이러다 우리 다 죽어” by 퀄컴

이번 CES 2022에서 마주한 퀄컴의 모습은 ‘통신칩 강자’보다는 ‘종합 IT 기술기업’ 같았습니다. 지난해 CES 때만 하더라도 퀄컴은 5G 기술을 강조했는데요, 올해 행사에서는 역대급으로 모바일에 대한 언급을 가장 적게 했습니다. 대신 증강현실(AR)이나 자율주행 같은 기술 관련 발표를 다수 진행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는 AR 부문에서, 볼보·르노와는 자율주행 부문에서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죠.

물론 CES가 갈수록 자동차 부문에 초점이 맞추고 있기 때문에 퀄컴 역시 자율주행 이야기를  꺼낸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올해 CES가 아니더라도, 퀄컴이 통신칩 외 다른 사업부를 곧 확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나오고 있었습니다.

 

통신에만 머무르면 성장은 커녕 생존도 어렵다

퀄컴이 다른 사업부에 손을 뻗기 시작한 것은 생존전략에 가깝습니다. 핸드셋 산업도 수요는 이어지고 있지만, 그보다 다른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거든요. 퀄컴도 이를 체감한 것이지요. 퀄컴은 통신 시장의 역사를 함께 해오던 기업입니다. 그러니 시장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퀄컴 관계자는 “이제는 통신칩만 해서는 먹고 살 수 없는 시대가 왔다”며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AR, 자율주행 등 다방면으로 손을 뻗어가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5G가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핸드셋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대중이 모바일 인터넷과 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한 때는 3G 기술 보급되면서부터입니다. 어디서부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 자리 잡힌 것이죠. 이후 4G 기술이 도입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 됐고,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생활을 공유하게 됐죠. 전자상거래, 비디오 스트리밍, 화상통화, 소셜 미디어, 게임 등 콘텐츠 산업도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5G 기술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고화질 비디오를 공유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에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더 나아가 5G 기술은AR, VR뿐만 아니라 실시간 통신을 요구하는 자율주행에도 도입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만 통신기술을 국한하기에는 기술이 너무 좋아진 것이죠.

퀄컴은 자체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외 연결 장치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퀄컴은 IoT, 자동차 부문에서 그 수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oT 애널리틱스는 웨어러블, 산업용 단말기, 게이트웨이 등 각 산업에 설치된 IoT 기기 수가 2025년 270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2021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이 IoT 기술도 네트워크와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통신 칩 관련 수요도 늘어나겠죠.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0년 신차 중 5G 무선통신 연결 기술(Cellular Connectivity)이 탑재된 차량은 55% 정도였는데, 2027년에는 이 비중이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5G 기술이 도입되는 차량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말이죠. 게다가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5G 기술이 필수로 도입돼야 하니, 앞으로 자동차에 적용되는 통신 기술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신사업에 팔 걷는 통신 기업들

퀄컴은 본격적으로 신사업 확대에 팔을 걷었습니다. 먼저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기준으로 사업부에 변화를 줬습니다. 퀄컴 사업부는 크게 특허 라이선스와 로열티 수익과 관련된 QTL 사업부문과 통신칩 개발을 담당하는 QCT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 중 퀄컴은 QCT 사업부에 변화를 줬습니다. 과거 QCT 사업부는 통신칩 하나에 주력하고 있었는데요, 이 사업부를 ▲핸드셋(통화 관련 디바이스) ▲RF(Radio Frequency) ▲IoT ▲자동차 등 총 4부문으로 세분화하기로 했습니다. 통신칩을 넘어 전반적인 신사업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11월 16일(현지 시각)에는 인베스터 데이에서 누비아 인수를 통해 새롭게 PC용 스냅드래곤 칩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죠. 그간 퀄컴이 개발해 오던 PC칩은 모바일용 프로세서 AP(Application Processor)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였거든요. PC칩 개발은 IoT 사업부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이로써 퀄컴은 모바일 중심에서 PC·IoT 등 시선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퀄컴뿐만 아니라 국내 통신 기업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SKT는 지난 12월 24일 AI반도체 사업부 사피온(SAPEON)을 분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피온은 그간 SKT가 개발해온 AI반도체 이름인데요, 이번 분사를 통해 AI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사피온 분사와 관련해 SKT 관계자는 “SKT는 단순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기존 통신 사업과 AI반도체 사업이 시너지를 내고,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같은 신사업에도 손을 뻗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퀄컴이 통신을 넘어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과 일맥상통합니다.

KT도 마찬가지로 국내 스타트업, AMD와 손잡고 AI 인프라 신사업에 나섭니다. 2022년 안에 소프트웨어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2023년 하반기에 자체 개발한 AI반도체를 선보이는 것이 현재 KT의 목표입니다. 다만, LG유플러스는 “AI반도체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퀄컴도, 국내 통신사도 신사업에 손을 뻗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AI,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신사업 대부분이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기업 모두 각 부문에서 기술의 초석을 다졌기 때문에, 신사업 진출도 꿈꿀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엔비디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고 AI,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대부분의 기술에 손을 뻗었던 것처럼 말이죠.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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