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규제, 어떻게 봐야할까
국내에서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는 미국 IT 기업들이 최근 진통을 겪고 있다. 세금을 비롯해 정보 공개와 규제까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압박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 12일 구글코리아에서 회계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사실상의 세무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고소득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세금 탈루 의혹을 풀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구글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로 해석된다. 또한 이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유튜브 규제 요구와도 맞물려 있다.
우선 국세청은 소득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유튜브 크리에이터 500여명에게 소득 내역을 자진신고하도록 권고했던 바 있다. 유튜브는 기본적인 수수료와 세금 등 비용들을 떼고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한다. 구글이 일일이 이들의 수익을 정리해 국세청에 신고해주면 일이 쉽겠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회계 자체를 깜깜이로 처리하지는 않고 있고, 수수료가 외환으로 지급되는 만큼 고액이 국내 계좌로 입금되면 저절로 그 내역이 신고된다. 이 때문에 구글과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세금 신고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 왔다.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에 ‘광고 갑질’ 여부를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그동안 자체 제작한 광고 뒤에 이동통신사의 로고를 심고 통신사들에게 광고비를 부담시켰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한 판매점에는 시연용 아이폰 단말기를 강제로 구매하게 했고 제품 전시나 광고 포스터도 지나치게 간섭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년간 이 문제를 조사해 왔고, 이제 심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나섰다. 방통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8년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해당되는 기업들이 이용자 피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이동통신, 인터넷, 포털, 앱 장터가 해당 산업이었는데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의 이용자 보호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비판적인 입장을 꺼내놓은 것이다.
해외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국내 경쟁사들은 ‘역차별’을 말한다. 규제의 방향이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분위기는 국정감사 등 국내 기업들의 곤란한 상황을 피하는 면피로 해석되기도 할 정도로 매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현물을 파는 기업들의 규제가 컸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IBM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품보다도 플랫폼 사업자로 이슈가 옮겨지는 추세다. 바야흐로 유통이 권력이 되는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분야에서는 구글과 애플, 넷플릭스, 아마존 등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힘을 갖게 됐다. 특히 포털과 IPTV 등 국내의 콘텐츠를 쥐고 있는 사업자들로서는 외산 플랫폼 기업들과의 경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해외 기업들의 세금 문제나 국내 규제와 맞지 않는 부분들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늘 입에 오르내리는 구글의 세금 문제 역시 구글코리아와 국세청 사이에서는 절차상 문제도 없고, 세금을 잘 내고 있다는 이견도 크지 않다. 다만 그 내용이 구글을 바라보는 정서에 맞지 않을 뿐이다. 과세가 적절하지 않다면 적절히 세금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뿐이다. 불법이나 편법이 아닌 상황에서 기업에게 알아서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과연 세금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세 흐름 역시 법적으로는 완전히 해결된 방법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안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국내도 이를 반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유한회사’ 논란도 마찬가지다. 매출 정보를 비롯해 운영 상황이 투명하지 않다는 불만이 이어지지만 이 역시 불법이나 위법은 아니다. 국내에 유한회사법이 있고, 특별히 국내에 다시 상장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주식회사처럼 정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 유한회사법을 고치면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최근의 글로벌 기업 규제들이 다소 감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에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기업을 규제로, 또 분위기로 몰아가는 상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고,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서의 산업 규제도 중요한 일이다. 늘 언급되는 ‘규제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풀어낼 방법이 필요하다.
다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과거의 방식보다 더 세련된 방법으로 국내,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서 긍정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등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위법행위를 한 것이 적발되면 서비스를 차단하는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과연 지금 입 밖으로 꺼내 놓기에 적절한지 의문이다.
인터넷 시대의 기업 가치는 어느 나라 회사냐에 대한 부분보다 이용자들의 편의성과 콘텐츠의 질, 적절한 요금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똑같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외세’를 틀어막은 산업들에 대한 결과가 어땠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개는 그 규제가 무너지는 순간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탄탄한 경쟁력을 가져온 것이 국내 기업들이고, 국내 산업이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sh.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