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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티비] “한국 기업들 걱정이다, 화두를 못 던진다”

내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안전히 알아서 가는 자율주행차는 언제쯤 시중에 풀릴까? 일반 대중은 언제쯤 자율주행의 과실을 만끽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음성 스피커 경쟁이 나날이 세진다는데, 진짜 승자는 누가 될까? 구글과 아마존, 어느쪽에 베팅을 해야 하나? 이렇게 경쟁이 심해지다 보면 우리나라 기업이 설 공간은 진짜로 없어지는 것 아닌가?

IT뉴스를 접하다보면 절로 드는 의문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는 이같은 질문에 어느정도 답을 준 행사였다. 세계 최대 IT쇼인 ‘CES’는 현재와 미래의 기술이 어떨지 알게하는 바로미터라서다. 올해 CES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할 것 없이 온갖 자율주행 기술이 선보였다. 아울러 구글과 아마존의 AI 격돌을 예고하고 그들의 현재 기술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한 행사기도 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와 토크아이티가 함께 하는 IT전문 온라인 방송 ‘잇티비(itTV)’에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출연해 올해 CES에서 다뤄진 주요 아젠다를 짚고, 여러 질문에 각자의 생각을 내놨다. 고우영 지식PD가 질문하고 임정욱 센터장과 심재석, 이유지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가 답했다.

(왼쪽부터) 고우성 지식PD, 이유지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 심재석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Q. 임정욱 센터장은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CES에 참여했다고 말씀하셨는데, 5년전과 비교하면 올해 CES는 어떤 차이가 있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하 임 센터장)_ 5년 전에 CES에 참석해 찍은 사진을 열어 봤다. 그때 사진을 보면 자율주행차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 지금은 말로 하는게 익숙한데(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그때는 아마존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것도 없었다. 5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했구나, 앞으로 5년은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Q. 앞으로 5년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임 센터장_ 모두 자율주행차 타고 다니지 않을까? 1년씩 (변화를)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5년을 두고 보면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 같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엔비디아 같은 회사뿐만 아니라 토요타나 우버 같은 회사까지 조금이라도 앞서가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 보면 되도 금방 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Q. CES 행사가 열릴 때 라스베이거스에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던데, 폭우 속에서도 자율주행 택시가 잘 다녔나?

심재석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이하 심 기자)_ 리프트와 나브야라는 두 회사가 자율주행택시를 운행했다. 이중 리프트의 자율주행택시에는 운전석이 있었다. 보조 운전자가 비상시에 멈추도록 조종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에 반해 나브야는 운전석 자체가 없는 100% 자율주행차였는데 비가 오니까 자신이 없었나보다. 첫날 운행을 하지 않았다. 비가 그친 다음에 운행했는데 리프트는 비가 오는 날에도 운행을 했다. 별 사고 없이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운전을 했다고 하더라.

Q.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되는 시점은 언제로 보나?

임 센터장_ 올해 CES의 첫 프레스 이벤트가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발표였다. 맨 앞에 앉줄에 앉아서 봤다. 엔비디아가 치열하게 자율주행차용 프로세서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놀랐고, 자율주행차 현실화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발표가 끝나고 젠슨 황 CEO를 붙들고 물어봤다. 일반인이 자율주행차를 타려면 언제쯤이면 되겠는가를 물었더니 한 마디로 “5년 이내” 하고 가더라.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노선이 정해져 있는 구간을 자율주행차가 다닌다고 하면, 지금도 어느 정도는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은 와 있다고 생각한다.

심 기자_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이팔레트’란 자율주행 셔틀을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보여주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자율주행차를 ‘자동차’ 관점에서 봤다. 토요타는 이걸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아키오 회장이 “우리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라는 선언을 했다. 토요타의 이팔레트는 자율주행 셔틀 안에 여러 서비스를 담았다. 레스토랑, 라운지, 마켓 이런 것이 셔틀의 형태로 나한테 오는 것이다. 지금의 온라인 배송은 소비자가 상품을 웹으로 직접 경험하진 못한다. 그런데 자율주행 상점이 오면 이것저것 신어보고 만져보고 고를 수 있다. 호텔이 필요하면 휴식할 수 있는 호텔 같은 것이 와서 한 시간 수면한 후에 보낼 수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한테 오는 것이다.

임 센터장_ 발표장에서 봤는데 상당히 감탄을 했다. 토요타 회장이 직접 나와 발표했다. “우리는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회사와 경쟁한다”고 선언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들려 한다 발표하고, 새로운 콘셉트를 갖고 아마존, 우버, 피자헛, 디디추싱 같은 회사랑 제휴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이야기도 하고. 20분이란 길지 않은 시간에 완결된 형태로 발표해서 사람들이 몰입해 들었다. 토요타가 잘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그림과 스토리텔링을 그리는데, 아쉬운건 현대·기아차는 제품만 보여주는 측면이 있었다.

YouTube video

Q. 회사의 톱리더가 이런 관점을 갖고 드라이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임 센터장_ 그렇다. 젠슨 황 CEO가 정확히 1시간 50분을 발표했다. 까만 가죽잠바를 입고 물을 벌컥벌컥 마셔가면서 “이 나이에 이런거 하려니까 힘들어죽겠다”라고 하면서. CEO의 열정이 있으니까 회사가 잘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유지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이하 이 기자))_ 현대차도 오로라와 제휴해서 2021년까지 레벨4 수준의 사람 개입 없는 자율주행차를 하겠다고 했다.

Q. 기술도 그렇지만, 모빌리티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임 센터장_ 이제 서비스 단계로 넘어가는 거다. 자율주행 기술은 일반화 될 수 있다. 어디서든 사면 된다. 제품도 중국 회사들이 더 잘 만들 수도 있다. 이제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회사가 되는 거다. 우버나 디디추싱, 리프트 같은 회사가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다 그들과 제휴를 한다. 왜냐하면 만들어도 그 비싼 자율주행차를 일반인에 팔수가 없기 때문이다. 업의 본질이 바뀌는 거다.

심 기자_ 이게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자율주행차를 판매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토요타와 포드의 공통된 생각이다. 기존처럼 일반인들에게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업 모델은 아닐 것이라는 거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파는 거야 가능하겠지만.

Q. AI 에브리웨어(everywhere)가 현실이라고 했다. 작년에 비해선 어떤가?

심 기자_ 작년에는 아마존이 처음으로 가전제품에 AI 플랫폼을 넣는 전략을 선보였다. 구글이 그걸 보고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구글이 올해 CES를 장악했다. 작년엔 아마존, 올해는 구글이라는 구도를 만들어가려고 한 것 같다.

Q. 아마존이 앞서고 구글이 추격하는 구도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임 센터장_ 아마존이 우위를 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커머스라는 중요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아마존 에코 시리즈 스피커가 미국 가정에 굉장히 많이 뿌려져 있으므로 사람들이 쉽게 사용한다. 구글이 아마존 만큼 제품을 팔기 쉽지 않다. 실제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가 같이 들어간 제품이 많다. 그러면 사람들이 뭘 부르는데 더 익숙하느냐가 문제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므로 한번 ‘알렉사’로 버릇을 들이면 계속 쓸 수 있다. 아마존은 무언가를 사기 위해 가입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미 아마존을 통해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는데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구글이 쉽게 판도를 뒤집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심 기자_ 다른 관점도 있다고 본다. 지금은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고 디바이스가 거기에 답을 하는 방식이다. “음악 틀어줘”라고 말하면 음악을 틀어주는. 그런데 지식에 대한 질문이 들어가면 여기서부터는 검색 기술이 중요한 상황이 된다. 아마존은 아직 검색에서 보여준 게 없다. 구글은 검색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본적 기술이 있다. 문서 안에서 답을 찾아준다든지 하는 부분 말이다. 어쩌면 한 단계 더 진화된, 인공지능 엔진하고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시대에는 구글에 더 강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중국 바이두도 활약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AI 분야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기자_ CES의 핵심은 TV부터 시작해 가전이다. 가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기업이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다. AI와 IoT 기술을 활용해 가전이 연결된 스마트홈, 스마트 시티를 두 기업이 구현했다. 삼성은 자신들의 부스 이름을 삼성시티라 지었다.

심 기자_ 삼성과 LG가 CES에서 완전히 다른 전략 보여줬다. AI와 관련해서 삼성 휴대폰을 쓰는 사람은 알 수 있듯이 ‘빅스비’가 있다. 빅스비가 삼성 전자제품에 다 들어가는 전략을 취했다. LG의 경우에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를 동시에 탑재하는 전략이다. 복수의 인공지능 엔진을 다 담아내겠다는 게 LG의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나만의 AI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바다OS나 타이젠처럼 독자적으로 해보려는 시도를 예전에도 많이 했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인 것은 없었는데 빅스비는 어떨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Q. 데이터가 없는 AI는 의미가 없지 않나. AI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데이터 주도권을 가져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제휴하게 될 경우 주도권은 (플랫폼사가) 가져가는 것 아닌가?

임 센터장_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 역량이라든지 큰 시장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서 그 부분은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

심 기자_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LG전자 쪽에 취재를 해봤는데,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것 같더라. LG전자도 저 데이터를 우리가 가져야 할 건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구글과 협상하고 있다고 하더라.

임 센터장_ 한국 회사들이 어디에 있느냐를 보면 계속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5년전 부터 지금까지를 보면, 참가 업체는 늘었지만 (상황은) 똑같다. 삼성·LG·현대·기아차 정도가 크게 보인다. 웅진코웨이나 한컴 같은 중견회사가 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주목을 끌만한 회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좋은 회사가 있으나 산재되어 있다. 한국의 제품이 전체적으로 큰 화제를 끈 것은 없다. 중국이 의외로 바이톤이나 전기자동차 등이 나와서 주목을 받는 것에 비해 우리는 추격 정도지, 솔직히 완전히 새롭게 CES에서 화두가 될만한 걸 던진 것은 별로 없다.

Q. 스타트업도 많이 참여했나?

임 센터장_ 절반 정도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CES가 7~8년전부터 전략적으로 키우는 것이 유레카 파크다. 여기에는 스타트업만 들어오게 한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90개였는데 150개, 300~400개를 넘어서 올해에는 900개가 들어왔다. 그만큼 많은 스타트업이 CES에 온다.

Q. 올해 CES에서는 스마트시티도 강조했다

이 기자_ 상징적 화두이긴 했다. 이제는 AI로 대변되는 기술, 5G나 사물인터넷을 통한 연결성이 강조되면서 이제는 모든 가전이 똑똑해지고 연결되는 스마트홈이 강조됐다. 이 스마트홈의 저변이 도시까지 넓어지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 핵심에는 자율주행차가 있을 거다. 도시 곳곳의 신호등에도 센서가 들어가고, 이들이 연결되면서 스마트하게 되는 거다.

Q. 우리 나라가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핵심 아젠다가 있다면?

임 센터장_ 신사업을 키워야 한다. 쑥쑥 성장하는 회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5년전엔 중국 DJI라는 회사를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이 알기 시작한 게 한 3년 전이다. 그때 DJI의 직원이 3000명 정도라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올해 CES가 끝나고 바로 중국 선전에 갔다. 거기서 DJI 본사에 방문했다. 직원이 1만1000명이라고 하더라. 급성장하면서 사람을 엄청나게 새로 뽑는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걸 키우고 만들면 그것 때문에 나오는 충돌을 두려워하면서 기득권을 풀어주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선 새로운 회사가 나오기도 어렵고 급성장하기도 어렵다. 규제를 풀고 뭐든지 해볼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게 중국과 미국, 일본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글=정리.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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