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보호’ 를 두고 페이스북과 애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일간지에 애플을 비판하는 지면 광고를 게재하며, 내년부터 적용되는 애플의 새 프라이버시 규정이 “개발자와 중소기업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애플은 이러한 페이스북의 주장을 “개인정보 침해를 유지하려는 뻔뻔한 시도”라고 비판하며, 자사는 사생활 보호 조치를 강화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내년 초로 예고된 애플의 새 프라이버시 규정 도입일이 점차 다가오는 가운데, 두 빅테크 간 다툼이 어떻게 끝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프라이버시 규정 발표한 애플, 무엇이 페이스북을 긴장하게 하나


애플은 지난 6월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으로 불리는 프라이버시 규정을 발표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개발자가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사용자 허락을 구해야만 한다. 애플은 해당 규정을 운영체제 iOS 14가 도입되는 올가을 적용한다고 밝혔으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년 초로 적용일을 미뤘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은 사용자가 알지 못하는 백그라운드에서 개인정보를 추적해왔다. 다수의 앱이 사용자 정보, 위치, 이메일, 전화번호 같은 데이터를 수집해 광고 목적으로 활용했으며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만들어냈다. 사용자가 개인정보 활용 과정에서 배제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러한 행태는 계속되어 왔다.

애플이 프라이버시 규정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관행은 깨졌다. 앞으로 개발자는 개인정보에 접근해도 되겠냐는 문구를 띄워 사용자의 승인을 미리 받아야 한다. 또한 사용자의 위치 정보는 대략적인 수준에서 제공되며, 앱스토어에서 각각의 앱이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명시된다. 이를 어기는 개발자는 앱스토어에서 추방된다.

새 규정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페이스북이 될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현재 이용자 정보를 데이터화시켜 광고주를 상대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 정보를 추적해 타사 개발자가 맞춤형 광고를 내걸 수 있는 ‘오디언스 네트워크(Audience Network)’를 운영 중이다. 애플이 변경된 프라이버시 정책을 실제 도입한다면, 광고 수입이 전체 매출 90%를 차지하는 페이스북 비즈니스 모델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지난 8월 블로그에서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나 많은 현시점에서 퍼블리셔 및 개발자들에 대한 영향을 수치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맞춤형 광고가 없는 상황을 예견한 결과 ‘오디언스 네트워크’ 부문 수익이 50% 이상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변화를 잘 이겨낼 수 있는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규정의 당사자 애플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것이 단순한 문제라고 믿는다”라며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가 언제 수집되고 어디로 공유되는 지를 알아야만 한다”고 페이스북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서 애플은 “iOS 14에 탑재될 새 프라이버시 규정은 페이스북이 이용자를 추적하는 접근법과 맞춤형 광고를 만드는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라고 요구할 뿐”이라고 대응했다.


신문 광고로 애플 저격한 페이스북, 에픽 소송에도 영향 미칠까


페이스북은 애플을 공격하는 핵심 논리 중 하나로, 애플의 새 프라이버시 규정이 개발자와 중소기업을 희생시킨다고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우리는 모든 곳에 있는 중소 기업을 위해 애플에 대항한다”라는 전면 광고를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즈(NYT), 파이낸셜타임즈 등 미국 내 주요 일간지에 게재했다.

페이스북 게재한 지면 광고

페이스북은 광고에서 “매달 1000만 곳이 넘는 기업에서 새로운 고객을 찾고 직원을 고용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 자사 광고 툴을 사용한다”면서 “우리의 데이터는 맞춤형 광고가 없어지면 중소기업이 지불하는 광고비 1달러당 평균 60% 이상의 매출 하락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페이스북은 애플을 비판하는 웹사이트블로그를 운영하며 추가 주장을 이어갔다. 해당 사이트에는 애플의 정책 변경에 반대하는 기업 인터뷰가 포함됐으며, 해시태그 운동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 내 연대를 촉구했다.

페이스북의 광고 담당 부사장 댄 레비는 블로그에서 “우리는 특히 중소기업으로부터 팬데믹에서 살아 남기는커녕 애플의 정책 변화가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고 성장하려는 자사의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걱정된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우리는 중소기업을 위해 애플에 대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페이스북의 반발을 예상했으며 변경된 정책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책임자는 연설에서 “일부 회사는 우리의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 명백하다”라며 “이는 개인정보 침해를 유지하려는 뻔뻔한 시도”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애플과 소송전을 벌이는 에픽게임즈에 힘을 실어서 애플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를 제작한 에픽게임즈는 현재 ‘앱스토어 30% 수수료 강제’를 두고 애플과 소송 중이다.

페이스북 공공 정책 책임자인 스티브 새터필드는 에픽게임즈를 지지한다면서 “애플 정책이 수백만 사람과 기업에 어떠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지, 에픽게임즈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페이스북과 애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둘러싼 페이스북과 애플의 언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데이터분석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날리티카가 페이스북 유저 정보를 도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애플의 팀쿡 최고경영자(CEO)는 “나라면 이런 상황까지 안 왔다”고 일침을 놓았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팀 쿡의 발언에  “소비자가 더 많은 돈을 쓰게 만드는 회사를, 소비자를 더 많이 위하는 기업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고가의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애플을 비판했다. 페이스북이 무료 서비스라는 걸 강조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애플은 지난해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는 앱을 페이스북이 앱스토어를 우회해서 배포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내부 앱을 일정 시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당시 대혼란을 겪은 페이스북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뉴욕타임즈는 “팀 쿡만이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두 회사 간 신경전은 최근까지 이어졌는데 1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애플은 기기부터 앱까지 전체 생태계를 통제하며 개발자, 소비자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대형 플랫폼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유럽 규제 당국이 애플을 겨냥하지 않는다고도 비판했다.


페이스북 애플의 싸움, 프라이버시 보호 논란은 현재진행형



월간사용자 30억 명의 페이스북과 시총 2조원 애플이 벌이는 갈등을 두고 현지 언론들은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이번 다툼이 ‘프라이버시 보호’ 논란을 테크 업계 전반으로 확산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IT전문매체 테크 크런치는 17일(현지시간) “프라이버시가 새로운 전장”이 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지난달 캘리포니아에서 발의된 ‘주민발의안24(PROP.24)’에 주목했는데, 이는 소비자 정보 보호법 확대를 골자로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 과정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페이스북과 애플의 데이터 수집 기능은 제약을 받을 것이며, 앞으로는 개인정보를 존중하는 기업에 소비자가 충성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테크 크런치의 설명이다.

두 회사가 이번 다툼으로 서로의 힘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즈는 17일 “페이스북은 수억 명의 사람에게 도달하기 위해 애플이 필요하고 애플은 자사의 기기가 더 높은 가치를 갖기 위해 페이스북의 앱들이 필요하다”면서 “두 회사의 위태로운 관계는 그것을 날려 버리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더 큰 싸움을 지탱했다”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테크 리서치 회사 크리에이티브 전략의 벤 바자린 분석가는 “이 모든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애플이 백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한 지난 몇 년 동안의 사생활 보호 움직임은 페이스북과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호준 인턴 기자 <nadahoju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