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외쳐온 국내 배터리 3사, 올해는 안 하던 것 한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각자만의 장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 왔다. 양극재는 니켈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폼팩터(배터리 형태)로 들어가면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 SK온은 파우치형. 그렇게 각 배터리 3사는 ‘잘 해오던 것’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올해에 보여준 세 기업의 모습은 이전과 조금 달랐다. 15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3’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핵심 사업 삼원계 배터리뿐만 아니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새로운 종류의 배터리를 내세워 전시했다. SK온은 새롭게 각형 배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에는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배터리 종류마다 공정법과 생산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만들려면 장비와 공정 과정 등 생산라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LFP배터리는 이미 중국이 원가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지는 않았다.

또 각 업체마다 주력하는 배터리가 다르고, 전기차 업체의 요구사항도 상이했기 때문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배터리 3사는 삼원계, 그 중에서도 각자 오래 연구해 왔던 폼팩터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그런데 올해 배터리 3사가 인터배터리에서 공통으로 언급한 점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세 기업은 기존에 주로 만들던 프리미엄 라인의 삼원계 배터리 외에도 저가형의 LFP 배터리, 안전성과 성능을 모두 잡은 차세대 제품 전고체 배터리까지 다방면으로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치 내연기관 자동차 종류가 경유, 휘발유, 등유 등으로 나눠지듯 전기차 시장도 다양한 트랙으로 나눠질 전망인데, 각 층의 수요를 전반적으로 맞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LFP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전시장에서 자사 배터리가 적용된 차량과 LFP배터리를 선보였다. LFP 배터리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제조업체 사이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우선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LFP 배터리를 만들고 있으며, 차량용으로 만드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부스 한가운데에서는 회사 배터리가 탑재된 루시드 전기차를,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모형을 볼 수 있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겔타입과 고체형, 두 종류가 전시돼 있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모형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중심에 내세웠다.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황금색 전고체 배터리 모형을 볼 수 있었다. 삼성SDI는 그간 프리미엄 라인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내비쳐 왔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앞서는 이유도 그 일환으로 풀이다. 삼성SDI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고체 파일럿(Pilot, 시험 생산을 위해 마련하는 라인)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볼보 트럭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다른 업체들처럼 삼성SDI 부스에서 LFP 배터리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15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삼성SDI는 LFP 배터리 개발 가능성을 드러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사업 및 고객의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기에 LFP 배터리도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라며 “LFP 배터리를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LFP 배터리에 대항해 가격을 대폭 낮춘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만든다던 기조에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SK온의 각형배터리

SK온은 LFP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했다. 모두 그동안 SK온이 손대지 않았던 영역이다. SK온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더 많은 고객사의 수요를 충족해 시장을 넓히고,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SK온은 새로운 배터리도 안전성이 높다는 점을 꾸준히 피력했다. SK온은 그간 안전한 배터리를 만든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왔다. 이는 추후 개발할 전고체 및 차세대 배터리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최경환 SK온 센터장은 “셀의 근본적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전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전고체 배터리도 마찬가지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둘 중에서 안전성을 먼저 고려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인터배터리 행사는 올 한 해 배터리 산업이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지 알아보고,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는 장으로 인식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시장 확대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얼마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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