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물이 들어오면 고민 말고 노를 저어라, 업비트

성공한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결정적 순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중요한 결정적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기업은 없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간 8주년을 맞아 창간 기획 시리즈 <결정적 순간>을 연재합니다.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순간을 돌아봄으로 해서 많은 스타트업과 창업가, 테크 기업이 그와 같은 결정적 순간에 성공의 길을 선택하길 기대합니다.

<연재 순서>
네이버, 커머스 사업을 위한 꽃을 피우다
곰인 줄 알았던 사자 한 마리, 카카오를 뒤흔들다
③ 10년 전, 쿠팡은 어떻게 49일만에 로켓배송을 내놓게 됐나
④ 토스 건물 외벽에 “해냈고, 할 수 있고, 해낼 것”이라고 쓰인 순간
⑤ 숙박 예약하던 야놀자는 어떻게 글로벌을 꿈꾸게 됐나
크래프톤, “인도에서도,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배달의민족, 1등도 절박해야 살아남는다
돈 못벌던 카카오택시, ‘가맹’으로 상황을 뒤집다
물이 들어오면 고민 말고 노를 저어라, 업비트
당근이 이메일을 버리고 지역 인증을 도입했을 때
갑자기 춘천으로 이사간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비즈온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전세계인에게 알려지게 된 지난 2017년 즈음. 당시 비트코인 시세는 발행 8년 만에 처음으로 1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그해에만 950% 올랐다. 가상자산은 투자자들에게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주요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가상자산이 떠오르자 이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지금의 빗썸을 비롯해 코인원 등이 주류 거래소로 떠올랐고 거래 규모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규모도 커졌다. 당시 가상자산 인기는 폭발적이었고 동시에 거래소 수요가 폭증했다. 그야말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블루오션이 열리게 된 것이다. 거래소 사업은 신사업을 고민하던 두나무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우리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잘하던 영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업인데?”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두 눈이 번뜩였다. 여러 가상자산 거래소가 서비스 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회장은 기회가 보였다.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기에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당시 두나무는 증권사 계정을 연동해 모든 계좌를 관리하고 매매하는 ‘증권플러스’를 서비스하고 있었다. 송 회장은 증권플러스와 가상자산 거래소가 서비스 목적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특히 기존 증권 시장이 가진 불편함을 해소해 연결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 그것은 두나무가 증권플러스를 운영하며 쌓아온 강점이었다. 송 회장은 가상자산 광풍이 불던 지난 2017년 초 가상자산 거래소 출시를 결심한다. 

문제는 차별화였다. 국내 시장엔 이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넘쳐났다. 국내 거래소 수만 35개였고, 그 중에서도 빗썸과 코인원은 두각을 드러내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 수요를 흡수하고 있었다. 

그때 두나무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글로벌 거래소 ‘비트렉스’였다. 비트렉스는 약 200개의 가상자산이 상장(ICO)되어 있는 글로벌 최다 가상자산 거래소였다. 6~8개의 가상자산을 취급하고 있던 타 가상자산 거래소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였다. 송 회장의 눈은 더욱 빛났다. 비트렉스와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서비스 시작부터 국내 최다 가상자산을 취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트렉스에는 한국인 사용자도 많았다. 두나무 관계자는 “비트렉스와 오더북(매수, 매도 주문목록)을 공유하면 한국인 사용자가 두나무 거래소에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나무는 비트렉스 제휴로 어느 정도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후발주자인 두나무에게 비트렉스는 시장의 차별화를 단번에 가져다줄 수 있는 매력적인 파트너였다. 

6개월 만에 만든 거래소, 업비트

비트렉스와의 제휴에 성공한 업비트는 빠르게 움직였다. 송 회장은 거래소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에 방점을 뒀고,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를 활용해 대량 트래픽이 몰리더라도 안정적인 거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두나무는 증권플러스를 통해 증권시장 규모의 시세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였다.  

사용자들에게 각인시킬만한 거래소 이름도 중요했다. 두나무는 내부 의견을 취합해 서비스명을 추렸고, 투표에 부친 결과 ‘breezebit’이 선정됐다. 산들바람을 뜻하는 ‘breeze’와 비트코인의 ‘비트(bit)’를 합쳤다.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명 결정 등 모든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송치형 회장이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업비트(upbit) 어때요?” 

‘업비트’라는 단어를 들은 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짧으면서 임팩트 있다”는 직원들의 반응에 서비스 이름은 순식간에 업비트로 결정됐다. 

거래소를 해보겠다는 결정부터 서비스가 완성되기까지 6개월 남짓. 지난 2017년 10월 두나무는 “110개 이상의 가상자산을 지원한다”는 타이틀을 강조하며 업비트를 내놨다. 기존 거래소와 가상자산 수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던 만큼, 업비트는 곧바로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를 원했던 투자자들이 업비트로 몰리며, 업비트는 출시 2개월 만에 업계 1위 서비스로 올라섰다. 

또 다른 넥스트를 고민할 때

지난 2017년 증권플러스를 서비스하고 있던 두나무는 ‘넥스트(Next)’로 업비트를 택했다. 약 7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넥스트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현재 두나무를 포함한 대부분의 거래소는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상자산 시장에 한파가 불던 지난 2년간 두나무의 매출액은 감소추세다.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2023년 매출액(약 1조154억원)과 영업이익(약 6409억원)은 각각 72%, 80% 감소했다. 

두나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수수료 중심의 수익모델을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 중이다. 중고명품시계 중개플랫폼 바이버, 블록체인 전문기업 람다256, 주식회사 운영관리 솔루션 기업 코드박스, 자산관리 기업 두나무투자일임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나,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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