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경쟁’…프리미엄 앞세운 한국, 가성비 찾는 중국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그 가운데 배터리 시장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국가는 단연 한국과 중국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의 2021년 1분기 시장점유율은 32.5%로, 1위를 기록했다. K배터리 업체와 중국 업체 BYD 등이 그 뒤를 이었는데, 같은 기간 K배터리 시장점유율은 32%였다. 한국과 중국, 두 국가가 배터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으로는 CATL, BYD와 같은 곳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업체들은 모두 세계 배터리 순위권 안에 들어 있으며, 특별히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과 중국이 겨냥하는 배터리 시장이 다르다. 요약하자면, 한국은 ‘프리미엄’, 중국은 ‘가성비’다.  중국의 CATL은 지난 7월 가성비가 좋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 일명 K배터리 3사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정부가 K배터리 전략을 발표해 배터리 산업역량을 키우고 시장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중국의 강점은 명확하게 다르다

한국과 중국 모두 동일하게 배터리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두 국가의 배터리 투자 방향성은 차이가 있다. 중국은 가성비 위주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성능을 중시한 ‘프리미엄 배터리’ 위주로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가성비 좋은 배터리를 만들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배터리의 원료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중국은 내수시장으로 충분히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출 환경부터 마련된 것이다. 이 특성을 살려 제품도 가격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고 있으며, 제품 마케팅 시에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은 배터리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이다. 애초에 원료를 공급 받을 때부터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가성비보다도 성능이 좋은 프리미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 왔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시장에서도 ‘중국은 가격, 한국은 성능’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중국은 나트륨, 한국은 하이니켈

두 국가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제품도 다르다. 중국이 주력해서 개발하고 있는 것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다. LFP 배터리는 인산, 철을 양극재로 쓰는 배터리를 말한다. 인산과 철은 다른 원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며, 안정성이 높다. 하지만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한 번 충전 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짧다.

이번에 CATL이 공개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도 가성비를 중시한 배터리다. 나트륨은 세계에 분포해 있는 원소로, 구하기 쉬우며 리튬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마찬가지로 한 번 충전해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짧다. 그럼에도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제품을 개발, 납품하고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 세 개의 원소가 들어가 3원계 배터리라고 하는데, 공통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이 함유돼 있다. 따라서 한 번 충전할 때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NCM, NCA 배터리 모두 니켈 안정화를 위해 코발트 원소가 탑재되는데, 이 원소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 따라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은 코발트 함유량은 낮추면서, 에너지 밀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니켈 함량은 높이는 ‘하이니켈’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NCM배터리와 NCA 배터리의 강점을 합친 NCMA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NCMA 배터리는 코발트 함량은 줄이는 한편, 니켈 함량은 90%까지 늘릴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는 망간을 양극재 겉면에 도포해 니켈 함량을 94%까지 높이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NCM 배터리 내의 원소 비율을 맞춰 니켈 함량을 높이는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목표가 다를 뿐, 경쟁 관계는 아니다

두 국가의 배터리 산업 방향성 중 어느 것이 맞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렵다. 배터리 시장에는 가성비 좋은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는 양국을 경쟁관계로 보거나, 한 쪽이 우월한 관계로 보기 보다는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동업 관계’로 보는 것이 좋다고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각 업체들도 시장점유율을 넓히려는 노력보다 각자가 공략하고 있는 시장에서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주로 저가형 배터리를 사용한다. 반면 오랜 기간 완성차를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한 업체들은 프리미엄 배터리를 선호한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소프트웨어에 강한 테슬라나 애플은 저가형 배터리인 LFP를 탑재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이들은 배터리 성능이 조금 낮아도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배터리 소모량을 줄이도록 최적화할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은 저가형 배터리를,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프리미엄 배터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나트륨 배터리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7월에 처음 발표했기 때문에, 아직 양산성 등의 면에서 가능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발과 양산은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양산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계속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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