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이상적이지만 넘어야 할 산 많아”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22일 현대자동차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K배터리 업체들에 이어 완성차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연구기관은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K배터리 전략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각 기업들이 목표한 시일 내에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현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그리고 전류를 흘려주는 전해질로 구성돼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내부에 있는 액체 전해질을 통해 리튬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고, 이 과정을 통해 전류가 흐른다. 충전 시에는 반대로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도록 전류를 가해주면 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배터리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양극과 음극 사이를 막아주는 분리막이 필요한데, 차지하는 공간이 있어 용량 확보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해질이 액체이기 때문에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원소를 추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거나 팽창해 폭발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통로를 전해질이 아닌 고체로 만들어 놓은 배터리를 말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미 내부가 고정돼 있는 고체이기 때문에 따로 분리막을 만들 필요가 없다. 분리막 대신 양·음극으로 더 많이 채울 수 있어 용량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온도에 따라 팽창하고 수축하는 정도가 작은 고체로 내부를 구성했기 때문에, 안정성과 그에 따른 안전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 유용할 전망이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폭발 사고가 곧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한 번 충전 시 일정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용량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 기대에 힘입어 세계 배터리 기업들과 연구기관들도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에는 목표 상용화 시점을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027년까지,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배터리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고체 배터리 기술 수준은 일본에 이은 2위라고 평가받고 있다. 정부도 K배터리 전략 발표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각 기업들이 목표 상용화 시점을 낸 것은 맞지만, 2030년은 돼야 상용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을 포함한 여러 방면에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기서 덴드라이트 현상은 배터리를 충전할 때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가 생기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키고 내부에 균열을 만들어 폭발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상용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뒤이어 해당 전문가는 “지금은 용량까지 생각할 단계가 아니며, 현재 주어진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각 기업의 목표 시점에 상용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배터리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현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라고 하면 이론적으로 이상적이라는 것이지, 이를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전무하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다 보니 동시 다발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 자체는 혁신적이고 현재 배터리 시장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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