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도 비메모리도 핵심은 ‘패키징’”

국내 반도체 행사 2022 반도체 대전(SEDEX 2022)가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다. 반도체 대전은 연례 행사로, 지난 한 해 간의 반도체 성과를 돌아보고 기술 향방을 조망하는 자리다. 참가업체는 여러 기술을 선보이면서도 입을 모아 ‘패키징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과 자국중심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업계와 정계가 반도체 기술 경쟁력 키우기에 혈안이 된 이유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행사에서 업계는 입을 모아 ‘패키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패키징은 반도체를 묶어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포장하는 공정 과정을 말한다.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을 담당하고 있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메모리 부문에서도 패키징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노정 사장은 “우리나라는 메모리 강국이기에 단일 메모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첨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단일 메모리 기술만으로는 AI 컴퓨팅 등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운을 뗐다.

과거에는 반도체 산업에 무어의 법칙이 작용했다. 무어의 법칙이란 반도체 집적도가 1~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을 말한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AI 연산 등 대용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시스템이 등장했고, 무어의 법칙 이상으로 성능이 높아진 반도체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통상 데이터 처리는 메모리에 입력된 데이터를 프로세서로 전송하고, 처리된 데이터를 또 다시 메모리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발생한다. 데이터 양이 많아지면 각 과정에서 데이터 병목현상도 생긴다. 이 같은 구조의 반도체로 AI와 같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하면 데이터 병목현상, 높은 전력 소모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곽 사장은 프로세싱 인 메모리(Processing in Memory, PIM) 반도체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PIM은 메모리 안에 연산 기능도 함께 탑재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간단한 데이터는 메모리에 탑재된 연산 기능으로 처리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외부 프로세서를 통해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송⋅수신 횟수를 줄이고, 전력 소모 또한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곽노정 사장은 “국가 간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제조업체가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도 패키징 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해다. 김형준 사업단장은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을 위한 패키지 선도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김형준 사업단장은 단일 칩을 생산할 때보다 칩렛(Chiplet, 레고처럼 프로세서 기능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을 생산할 때 수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칩렛의 경우 단일 칩에 비해 크기가 작아 하나의 웨이퍼에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일 칩이 아닌 칩렛 형태의 제품은 더 다양한 성능의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제품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칩렛 간 연결 표준화를 위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인텔은 UCIe 컨소시엄을 구성해 칩렛 규격 표준화에 나섰다. 프로토콜 스택, 소프트웨어 모델 등을 규격화해 서로 다른 업체가 만든 칩렛을 손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해당 컨소시엄에는 인텔, AMD,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기업을 포함해 80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만큼 칩렛 표준화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많음을 의미한다.

패키지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국내 패키지 산업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김형준 사업단장은 세 가지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기술별 한계 돌파형 연구개발(R&D) 추진 ▲산학연 생태계 조성 ▲패키징 특화 인재 양성이 이에 해당된다.

김 사업단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소재⋅부품⋅장비 부문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패키징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이 패키징 기술 개발 측면에서 앞서 나가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체 기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형준 사업단장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먼저 해당 분야 신제품을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이 국내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학연 생태계 강화도 필요하다. 그간 패키징 업계에서는 산학연 협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후공정 업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서 인프라를 구성해야 하고, 협력을 위한 지원을 정부 차원에서 해 줘야 한다는 것이 김 사업단장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김형준 사업단장은 패키징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인재양성 전략과 같은 맥락으로 반도체 패키징 특성화 학교도 선정해야 한다”면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종합센터, 후공정 분야의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행사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업체와 세미파이브, 에이직랜드 등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소재⋅부품⋅장비업체 등 253개 기업이 참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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