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시장 노리는 AMD, 솔루션 업체 잇단 인수

AMD가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펜산도시스템즈(Pensando Systems)를 인수한다고 4일(현지시각) 밝혔다. AMD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회사는 펜산도시스템즈를 19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고, 반독점 승인을 포함한 모든 인수합병 절차를 2분기 내에 완료할 계획이다. AMD는 앞서 데이터센터용 칩 제작에 역량을 갖춘 자일링스를 사들이기도 했는데, 잇단 인수는 서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펜산도시스템즈는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솔루션 제공업체다. 데이터센터와 서버 등 대규모 컴퓨터와 관련된 부문은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펜산도시스템즈는 현재 서버와 클라우드로 연결된 엣지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는 네트워킹, 보안, 스토리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그래머블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스택 등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AMD가 펜산도시스템즈를 인수하는 이유는 그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고, 증가하는 서버·데이터센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우선 AMD는 현재 서버·데이터센터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사 수(Lisa Su) AMD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개최된 CES 2022 행사에서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인식하고 AMD는 주요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PC, 게이밍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주력하던 사업은 지속하되, 엔터프라이즈 부문 역량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AMD는 CPU 제품군인 ‘라이젠(Ryzen)’ 시리즈와 별개로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로 EPYC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Mercury Research)에 따르면, AMD는 2021년 4분기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10.7%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과거에 비해 서버·데이터센터 부문에서의 경쟁력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AMD의 서버·엔터프라이즈용 솔루션은 인텔, 엔비디아 솔루션에 비해 다소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서버·엔터프라이즈 등 고성능 컴퓨팅을 위한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AMD는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2012년 전까지만 해도 AMD는 주가가 10분의 1 가량 폭락하고, 투자부적격 기업으로 지정될 정도로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2년 AMD에 합류한 리사 수가 콘솔, 셋톱박스 등 하드웨어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우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지금 AMD가 자리를 잡은 것은 결국 하드웨어와 이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 경쟁력을 강화했기 때문이었다.

AMD는 하드웨어를 통해 다시 주요 CPU 제공업체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 역량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의 필요성은 AMD도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 일환으로 AMD는 지난 2월 14일 프로그래머블 반도체 제공업체 자일링스를 인수했다. 자일링스는 인공지능·데이터센터용 칩과 관련 솔루션 역량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다. AMD는 자일링스를 인수를 통해 CPU 시장과 데이터센터 칩 시장 모두 잡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AMD가 펜산도시스템즈를 인수하는 것도 결국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부문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고객사에 제공하기 위함이다. 리사 수 CEO는 “펜산도 팀은 칩,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수준의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기업으로,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엣지 부문에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펜산도시스템즈를 인수해 고성능 CPU, GPU, FPGA와 적응형 SoC 등 다방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 자국중심주의 영향으로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AMD와 펜산도시스템즈의 거래는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둘 다 미국 기업인 데다가 인수합병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사의 인수합병이 불발될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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