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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채용] 청년 취·창업요? 끝판 고수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전 산업군이 채용 빙하기를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정보기술(IT)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IT 기업들이 올해 보수적 인력 운용 기조를 밝혔습니다.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다 돌연 중단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대기업 인재 쏠림에 스타트업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런 때일수록, 구인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정보가 중요합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립 7주년을 맞아 IT 채용 시장을 구인·구직 양면에서 살펴보는 [요즘채용]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채용 전문가와 현직 종사자가 전하는 일자리 시장 진단과 취·창업 노하우, 기술로 인한 시장 변화 그리고 흥미가 당길만한 직업 정보를 담아냅니다. 처음 여는 글은 기획 기사 전반을 종합 요약한 내용을 싣습니다. <편집자 주>

  1. 청년 취창업요? 끝판 고수들에게 물었습니다
  2. 오렌지플래닛 찾았더니, 창업요? 일단 말립니다
  3. ‘창업하지 말라’더니 이 후끈한 분위기 어쩔~
  4. ‘차무식 인생은 없다’ 원티드랩의 AI 승부수
  5. 기업과 구직자, 서로 ‘맞팔’하는 시대
  6. ‘AI가 더 객관적’ 면접관 컨디션에 휘둘릴 일 없어요
  7. ‘구직자-기업-교육기관의 희비쌍곡선’ 전문가 해법은?
  8. “지역 특성 인재 양성해야…혜택은 더 강화”
  9.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면 문송하지 않습니다
  10. ‘메이브’ 춤선 무엇? 가상 걸그룹 창조자를 만났습니다
  11. “AI 때문에 일자리 사라진다? 과장된 공포”

통계청이 2023년 3월 고용 지표를 발표했다. 지난 3월 취업자 수는 2822만3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46만9000명 늘었다. 표면상 긍정적이나, 마냥 반길 수치는 아니다. 전년동월 대비 연령별 취업자를 보면 청년(15~29세)은 8만9000명 줄었다. 경제 허리인 40대(40~49세) 취업자도 6만3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은 공공 일자리 재정 투입 등으로 54만7000명이 늘었다.

특히 40대 취업자는 9개월째, 청년층 취업자는 5개월째 감소세다. 청년층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한 46.2%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취업자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여러 측면에서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취업 전선의 체감 경기는 더욱 좋지 않다. 작년부터 ‘채용 절벽’, ‘채용 빙하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쓰인다. 동시에 ‘벤처투자 빙하기’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에겐 보릿고개 시즌이다. 한때 유망했던 스타트업들이 흔들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구조조정 칼바람과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인재를 원하는 기업의 요구가 맞물려 경력 구인·구직 시장은 오히려 활황이다.

원티드랩 자료 제공

‘공채의 종말’ 맞춤형 인재 수시 채용 활발

채용플랫폼 ‘원티드’를 운영 중인 원티드랩에 따르면, 지난 3월 합격 수 1249건을 기록하며 지난 하반기부터 이어진 하락세를 끊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전월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신규 공고 수는 5266건으로 3개월 연속 회복세다. 경기 침체 우려 영향 등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12월 대비 7% 증가했다. 지원수도 19만9801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 회원수는 293만명, 기업 고객수는 약 2만3000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는 일자리 시장 변화에 대해 “경기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구조적 문제”라며 “2000년 초반만 해도 기업들이 정기적인 공개채용으로 회사 시험을 통과한 국영수 잘하는 똘똘한 친구들을 뽑았다면, 이후 금융위기를 겪고 기업들이 신사업을 벌이면서 신입을 공채로 뽑아서 육성은 불가능하구나를 깨달았다. 수시 채용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최근 채용 절벽을 보는 세간의 시각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IT 업무와 일자리는 굉장히 확대됐는데, 다시 일상이 회복되면서 (채용이) 주춤하는 상황인 것”이라며 “다만, 지금은 일자리가 팽창하다가 주춤하고 있는 시기라는 점, IT 기업과 업무의 형태가 다양한데다 어떤 분야에서는 여전히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IT업계가 장기적 추세로 고용 창출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기는 성급한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돈 때문? 세상에 바꾸고 싶다면 창업하라

누군가는 취업보다는 ‘창업’을 꿈꾼다. 주변 창업가들에게 물었더니, ‘일단 말린다’, ‘무조건 하지 말라’는 반응이다. ‘1000번을 고민해보고 도전하라’는 조언도 내놨다.

지난 10여년간 스타트업을 지원해온 서상봉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 센터장은 “합리적 선택은 직장을 다니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고생할 것을 미리 안다면, 다들 사업(창업)을 안 할 것이라 본다. 천당 지옥을 오간다고 보면 된다”며 수천개 스타트업을 봐온 경험을 풀었다.

오렌지플래닛 입주사인 렛서의 심규현 대표는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힘들다”며 창업 이후 어려움을 전한 뒤 “그럼에도 뭔가 풀고 싶은 문제가 있고, 네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지 이런 것들이 있다면, 도전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입주사인 더데이원랩의 이주봉 대표는 “선배들이 있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그 회사 인턴으로라도 들어가서 한번 옆에서 지켜보면서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는 “‘관종(관심받길 좋아하라)이 되라’ 말하고 싶다”며 “초기 기업가들이 실수하는 게 ‘아이디어를 나만 알고 있어야지’ 그러면서 사람을 모으는데, 최대한 회사가 뭘 하려는지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어떤 꿈이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주변에 얘기하고 SNS에 올리고 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사진=Canva

기업HR-구직자는 어떤 생각 중? 설문조사 보니

커리어 플랫폼 리멤버에서 올해 초 500개 회사 인사관리(HR) 담당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중 약 88%는 채용확대 계획이 없으며 전년 대비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축소’ 응답 기업 중 약 62%는 전년 대비 20% 이상의 채용 감축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기업 규모를 떠나 채용 감축 1순위 직무로 인사, 총무, 재무, 회계 등의 백오피스 직군이 꼽혔다.

현재 스카우트 제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IT 업종이다. 리멤버에 따르면, 스카우트 제의가 많은 업종은 IT와 통신(24%), 금융(11%), 유통과 판매(9%), 화학(6%), 소비재 제조 및 판매(6%), 자문(5%), 제약 바이오(5%), 전자 통신 제조(3%), 광고(3%), 기계 장비(2%)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스카우트에도 절벽이 있다. 업무 숙련도가 높고 인건비가 그리 많이 들지 않는 5~12년차에 주로 기회가 있다. 리멤버가 자체 플랫폼에서 지금까지 이뤄진 약 400만건의 스카우트 제안 건수를 분석한 결과, 기업에서 5~8년차(38.4%)와 9~12년차(29.4%) 경력직에 대한 선호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 결정 요소로는 연봉보다 ‘성장 기회’에 무게가 실린 조사도 나왔다. 오픈서베이의 ‘개발자 트렌드 리포트 2022’를 보면, 회사 입사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내가 성장할 기회(32.%)’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 회사의 성장가능성(24.8%)와 연봉 등 보상(21.7%)이 뒤를 이었다.

‘클라우드·AI 핫하네’ 시장 수요 파악해야

최근 IT 업계 채용 트렌드에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공공과 민간 모두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인력 수요가 절정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교육기관 노브레이크의 김석 대표는 “매년 (클라우드 인력 수요가) 늘어난다고 하긴 했지만 지금이 가장 피크를 친 느낌”이라며 “클라우드는 더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W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22 인공지능산업실태조사’를 보면 AI 사업자들의 81.7%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챗GPT가 인기를 끌기 전 이뤄진 조사로, 지금은 인력 부족 정도가 더 심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필요 인력 대비 부족한 비율로는 AI SW 개발자가 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AI HW 개발자와 AI 아키텍처 설계 및 분석가 부족률이 각각 13.9%, 12.6%였다. AI 서비스 개발자도 필요보다 9.8% 부족했다. 숫자로는 AI SW 개발자가 3623명, AI 서비스 개발자가 755명 더 필요했다. AI 아키텍처 설계 및 분석가와 AI 하드웨어 개발자도 각각 558명, 167명 모자랐다. 모두 합치면 AI 분야에서만 5000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각각이 별도의 교육 과정을 꾸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부 주도의 IT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를 키우는 방향도 좋을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도 기업이 전문 강사나 멘토링 등을 통해 우수한 구직자를 체크하면서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을 함께 추진해 봐야 한다”고 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다.

사진=Canva

국가전략기술 ‘반도체’ 지원, 생태계 전반 고려해야

정부 차원에서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붙인 국가전략기술 분야 중 하나가 ‘반도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지난해 7월 합동으로 2031년까지 10년에 걸쳐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이끌 인재 15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지원책에도 수도권 대학을 제외한 지방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는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보조금 등 혜택이 수도권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돌아가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수도권 대학교수는 “통상 정부의 인재 양성 정책이 나오면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이 혜택을 받기 위해 지원하지만 결국 선정되는 학교는 상위 10위권에 들어있는 대학이 대부분”이라며 “세부적인 지침 없이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만 지원 정책을 펼치면 비효율적일뿐만 아니라 추후 각 산업 밸류체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반도체나 배터리 기업에서는 한 명의 석사급 이상의 인재가 아웃풋을 내고 기업을 키우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데, 그들이 신입을 가르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다 보니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며 “적어도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인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육성 과정을 2~3년 정도 거쳐야 하는데, 경력자를 뽑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인재 양성에 에너지를 할애할 수밖에 없다”고 현황을 전했다.

현재 정부는 반도체 지원 대학을 선정 중이다. 늦어도 5~6월 사이에는 결과가 발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 원서 접수가 9월부터 시작되는데, 6월 전에는 보조금 지급 대학 명단과 구체적인 혜택 등이 나와야 학생들이 이를 참고해 대학을 지원할 수 있다”며 “이후에 나오게 되면 학생들이 정책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입시에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입시에 큰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메타휴먼 아트디렉터’ 신종직업 눈길

최근 대화형 AI인 챗GPT가 화제의 중심이 되면서,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도 뜨고 있다. AI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는 인공지능이 더 좋은 답변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목적의 프롬프트(명령어)를 제작하고 테스트하는 직업을 말한다. 빅테크뿐 아니라 AI를 활용하려는 대형 로펌에서도 채용 중이다. AI 콘텐츠 생성 플랫폼 뤼튼테크놀로지스에서 최대 1억원 연봉을 내걸고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이예빈 엔지니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요건에 대해 “코딩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언어모델에 대한 감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기획력과 창의력을 활용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프롬프트를 만들어 언어모델의 새로운 능력을 찾아준다든지 우리 삶 곳곳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과 언어모델의 능력치를 결부할 수 있는 프롬프트를 만드는 역량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업 전망에 대해선 “AI와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리고 기술이 바뀔수록 잘 따라가면서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고 한계를 계속해 파악하는 사람은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은 물론이고 이걸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까지 기획할 수 있는 사람, 직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돌 그룹 ‘메이브(MAVE:)’ 이미지

최근 메타(디지털) 휴먼 아이돌이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아트 디렉터도 주목받고 있다. 넷마블에프엔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4인조 걸그룹 ‘MAVE:(메이브)’를 선보이고 인기몰이 중이다.

안성원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AD실장은 메타휴먼 아트디렉터 직업에 대해 “모델링부터 리깅(뼈대 구조를 결합한 움직임 설정), 애니메이션, 이펙트 등 모든 단계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며 “가상 인간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는 능력뿐 아니라 트렌드를 잘 알고 창의성도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다양하고 짧은 콘텐츠 제작이 잦기 때문에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추지연 사업실장은 “점차 메타휴먼이 많아질수록 아트 디렉터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가상인간을 다듬는 역할로 결과물에 사람들과 소통할 때 미묘한 감성 등을 반영해야 하는 등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이들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취재기자 일동>byiln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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