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수출도 하지 마” 중국 반도체 숨통 끊으려는 미국

미국 정부가 이제는 중국에 유입되는 장비에도 제재를 가하고 나섰습니다.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으니, 이 말은 곧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숨통을 끊겠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지속해서 중국 제재 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KLA, 어플라이드마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를 비롯한 반도체 장비업체에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서한을 보냈는데요. 해당 내용에는 “대중국 장비 수출승인 심사에는 거부추정(Presumption of Denial) 원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수출 승인을 거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니, 납품을 위해서는 별도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합니다. 사실상 대중국 반도체 장비 납품을 못하게 된 셈이죠.

 

‘이익보단 신념 추구’ 바이든 정책기조

현재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꽉 잡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시장은 상위권에 속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ASML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이 70% 가량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는 미국 기업입니다.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대부분의 부품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공급받고 있고요. 미국의 입김이 꽤나 거셀 수밖에 없겠죠.

이번 제재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더욱 강경하게 바뀌었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그간 미국은 어느 정도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선 안에서 중국의 기술 개발을 허용해 왔지만, 이제 중국의 기술 발전을 완전히 막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강화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기조 차이 때문입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압박은 유지하되 경제적인 이득을 생각하며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 체재를 바꿔야 장기적으로 미국이 이익을 수호할 수 있다고 보고 대중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적 이익을 중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신념을 중시한 것이죠.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적당히 타협’이 없습니다.

중국은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한데, 장비 수급에 차질이 생겼거든요.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면서 “국가 안보를 위해 중국도 수출 물자를 제한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이후에도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부메랑 될 수도

미국의 강력한 중국 제재에 대해 우려하는 곳은 중국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의 제재가 국가 안보를 위해 중요하긴 하지만, 미국 기업에 예기치 못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금융 서비스기업 씨티그룹의 로라 첸(Laura Chen) 애널리스트도 “(미국의 강력한 중국 제재는) 중국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사업 기회를 박탈하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고요.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도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2 행사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고, 꽤 오래 전부터 중국과 교역하고 있었다”면서 “중국은 스마트폰⋅자동차⋅배터리⋅소재 등을 공급해 온 국가로, 세계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넌지시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A100, H100 등 고성능 AI칩을 중국에 납품할 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제재를 가하는 중입니다.

중국, ‘시진핑 3연임’ 내부 단속 집중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대응하지 않는 이유가 미국의 제재에 수긍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번 달 16일에 개최 예정인 제20차 당대회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업계에서는 지배적입니다. 이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날이거든요.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그간 중국 최고지도자는 최대 2연임까지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 시 주석의 3연임 시도는 그간의 중국 정부의 룰을 깨는 작업”이라며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도 역량을 분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제20차 당대회에 먼저 집중하고, 미국에 대한 대응은 당대회 이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습니다.

‘대만 침공설’ 뜨거운 감자로

그 가운데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첨단 메모리칩을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 한해 장비 판매를 위한 허가 요청은 검토할 예정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 말을 빌어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이 아닌 기업은 해치지 않는다(not to hurt)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서 “외국 메모리 업체에 대한 제재는 완화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당장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을 가진 한국과 대만 기업과 관계 유지에 놓을 수 없습니다. 변수는 중국의 ‘대만 침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현재 중국의 대만 침공설에 대해 엄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를 비롯한 주요 기업 연사가 중국의 대만 침공설에 대해 언급하고, 대만이 발칵 뒤집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만큼 대만에서도 이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을 꽤나 크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해당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대하는 이유는, 중국이 대만을 실제로 침공하게 될 시 TSMC와 손을 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점유율도 50% 가량 되거든요. 결국 대안을 다른 국가에서 찾아야 하는데요,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자국 내에 건설된 TSMC 생산라인을 미국 소유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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