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동맹이 뭔가요? 우리한테는 이득인가요?

국가 간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이건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닙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칩4(Chip4) 동맹 참여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줄 것을 재차 요구했습니다.

칩4 동맹은 미국이 자국 주도 하에 한국, 대만, 일본과 반도체 협업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맺고자 하는 동맹입니다. 미국이 팹리스 주도권을 쥐고 있으니 그 경쟁력은 유지하되, 파운드리 강자 대만과 메모리 강자 한국, 주요 기술국가 중 하나인 일본과의 동맹을 통해 자국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이지요.

미국이 우리나라에 처음 칩4 동맹 결성을 제안한 시점은 지난 3월입니다. 이번에 두 번째로 요청한 것인데요, 아직 우리 정부는 참여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칩4 동맹에 가입하기 전에 조건을 담아 역제안을 할 계획입니다. 칩4 동맹에 대한 답변도 미국은 이번 달 말까지 달라고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시점에 구애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고요.

우리나라가 고심하는 이유는 이 동맹에 중국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곧 미국이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현재 중국 경제와 기술 전반에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칩4 동맹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칩4 동맹 자체는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지만, 중국 반도체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는 셈입니다. 결국 우리나라가 칩4 동맹에 가입하게 된다면, 중국과의 교역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국도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를 통해 “한국은 미국에 맞서 칩4 동맹 가입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과의 교역을 중단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중국에서는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중국은 우리나라의 칩4 동맹 가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중이죠.

우리나라의 칩4 동맹 가입 여부를 두고,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반대 입장부터 먼저 살펴보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중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안, 우시 등지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중 40%가, 하이닉스의 D램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설 시 현지 생산라인이 얼마나 타격을 입게 될 지는 지난 2017년을 살펴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한국이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THADD, 사드)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이후, 중국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여러 보복 조치를 취했습니다. 롯데그룹, 오뚜기 등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던 기업은 현지 공장 건설을 중단하거나, 베트남 등지로 이미 가동하고 있던 공장을 이전하기도 했죠. 일각에서는 반도체 부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칩4 동맹에 가입해야 우리나라에게 득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존 사드 사태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소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애초에 한국 메모리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입장입니다. 지난 7월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메모리 산업의 경우에는 한국 기업에 비해 2~3세대 정도 뒤쳐져 있다”면서 “중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없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70%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반도체 시장 전문가도 “미국은 우리나라에 기술을 제공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반대 입장으로 우리나라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며 “두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손을 잡는 편이 더 이득일 것이며, 만약 중국과 손을 잡는다면 대만과 일본만 기뻐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무섭습니다. 미국에게 대항했을 때 어떻게 보복을 받게 되는지는 이미 일본이 한 차례 잘 보여줬죠.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NEC, 후지츠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강국 입지를 다져 가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패권을 일본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제재를 가했는데요, 연이은 제재에 견디다 못해 일본은 1986년 자국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미일반도체협정’에 서명하게 됐습니다. 해당 협정에는 ▲내수시장의 최소 20%를 외국기업에게 내줄 것 ▲정부보조금을 기반으로 저가공세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일본은 반도체 시장에서 점차 도태돼 갔습니다.

미국에 대항할 시 어떤 보복을 받게될 지 이미 학습한 셈이죠. 따라서 한국도 이를 염두에 두고 추후 미국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당선 전부터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내비쳐 왔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협업 체제를 더 단단히 할 전망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가 미국에 역제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의 존망 또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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