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챙긴 중국 정부, AMD의 자일링스 인수 승인

AMD가 자일링스(Xilinx)를 최종 인수한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AMD는 중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자일링스의 인수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는데, 이로써 인수합병에 필요한 필요한 모든 국가의 승인을 마쳤다. 양사의 최종 인수합병은 오는 14일에 진행된다.

AMD는 미국 팹리스 기업으로, 인텔과 프로세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자일링스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FPGA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강점을 토대로 AI 연산, 데이터센터 등에 적용되고 있다.

AMD는 지난 2020년 10월, 자일링스를 350억달러(약 41조8775억원)에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 중 미국, 영국, EU는 양사의 인수합병을 승인했고, 중국의 승인만을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그간 중국은 미국 기업이 인수합병을 시도할 때마다 어깃장을 놓았다. 때문에 AMD의 자일링스 인수 건에도 몽니를 부릴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양사의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중국 규제당국은 AMD와 자일링스가 자사 제품을 끼워 팔거나 자사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자일링스의 FPGA를 타사도 사용하게 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더불어 중국은 자국 내 판매되는 양사의 제품이 중국 제품과 상호 운용돼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중국은 이번 조건부 승인을 통해 미국의 규제에도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 건과 마찬가지로, 실리를 택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은 수출 통제 대상에 중국 기관 33곳을 추가했는데, 여기에는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의 생존 방법을 지속해서 찾고 있다.

AMD는 자일링스 인수를 통해 AI 처리 능력을 강화한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AI 시장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의 AI처리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인텔은 2015년 또 다른 FPGA 업체 알테라(Altera)를 인수한 바 있는데, AMD도 이를 따라잡기 위해 자일링스를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AMD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일링스를 인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일링스는 FPGA뿐만 아니라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바이티스(Vitis)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AMD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인텔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반도체는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결국 AMD가 칩 생태계를 넓히고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자일링스를 인수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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