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온라인으로 1500억원어치 상품을 파는 사람을 만났다

한국 사람들한테는 유명하지 않지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업체가 있으니 ‘에이컴메이트’다. 이 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약 1500억원. 대부분이 중국에 온라인으로 상품을 팔아서 만든 매출이다. 미국의 건강보조식품과 한국의 패션, 뷰티상품이 주력 판매제품이다.

이런 사이트를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의 일반인 입장에선 이 업체를 알기 어렵다. 사진은 에이컴메이트가 운영하는 B2B2C 플랫폼인 ‘제이미’

한국 사람들이 에이컴메이트를 잘 모르는 이유는 이 업체가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이 모두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상품 공급처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에이컴메이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제조·브랜드사)가 아니라면 에이컴메이트가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잘 알 수 없다. 그래도 에이컴메이트와 같이 일하는 브랜드들은 쟁쟁하다. 아모레퍼시픽, 이랜드, 이니스프리, 비디비치, 써스데이아일랜드, 정관장, 이마트, YG 등이 에이컴메이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파트너다.

에이컴메이트가 중국에 상품을 파는 방식

에이컴메이트가 중국에 상품을 파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B2B2C 플랫폼’이라 불리는 도매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소싱한 다양한 상품을 중국의 소매상들에게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에이컴메이트가 B2B2C 플랫폼이라 불리는 이유는, C(일반고객)에게 상품을 파는 B(소매상)에게 상품을 파는 B2B 쇼핑몰이기 때문이다. 에이컴메이트는 크게 제이미(JAMY)와 100BANG(百帮)이라는 이름의 B2B2C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매출을 합치면 약 450억원이다.

물론 중국의 일반 소비자들도 이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긴 하다. 에이컴메이트 B2B2C 플랫폼의 약 5%가 일반 소비자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이들에게는 ‘소매가’로 상품이 판매된다. 월 최소 5개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는 등의 규정을 준수하는 도매회원에게는 통상 소매가에서 15~20% 할인된 가격에 상품이 판매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하나는 ‘크로스보더 판매대행’ 모델이다. 중국 온라인 판매를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직접 하려니 너무나 어려운 브랜드 및 제조사가 이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에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려고 하더라도 당장 어떤 ‘판매채널’에 상품을 팔아야 잘 팔릴지 감이 없어 난감할 수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C2C 쇼핑몰 ‘타오바오’에 팔지, B2C 쇼핑몰 ‘티몰’에 팔지, 그것도 아니면 2위 업체라는 징둥닷컴에 팔지, 한국의 셀러들이 익히 하듯 모든 판매채널에 동시에 팔아야 될지 막막하다. 어떻게 판매채널 입점을 하더라도 쇼핑몰 운영과 마케팅, 물류, CS 등에서 많은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다.

에이컴메이트는 이런 어려움을 한 번의 계약으로 해결해준다. 에이컴메이트가 판매채널 입점부터 사후 운영(Operation)까지, 마치 해당 업체의 온라인사업부서가 된 것처럼 대행해 주는 것이다. 계약 방식은 업체들마다 조금씩 다른데 크게 ‘위탁판매’와 ‘사입’ 모델로 나뉜다. 판매대행은 업체의 상품이 온라인으로 판매될 때마다 일정 수수료를 부가하는 모델이고, 사입은 에이컴메이트가 브랜드사의 상품을 구매해서 마진을 올려서 현지 판매채널에 판매하는 모델이다. 이 판매대행 모델에서 에이컴메이트가 만들어내는 매출이 약 1000억원이다.

어떻게 잘 팔 수 있을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싶은 브랜드업체들의 숙제가 있다면 단연 ‘잘 파는’ 것이다. 그러나 ‘잘 파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쟁쟁한 브랜드더라도 중국으로만 넘어가면 힘을 못쓰는 경우를 우리는 이미 많이 봤다. 대중국 정책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2017년 사드(THADD) 배치 논란으로 촉발된 한국 수출상들을 대상으로 전개된 무역 보복을 우리는 기억한다.

시장 환경도 문화도 다른 중국이라는 국가에 어떻게 하면 온라인으로 상품을 잘 팔 수 있을까. 중국의 판매채널마다 다른 특성은 또 무엇일까. 송종선 에이컴메이트 홀딩스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종선 에이컴메이트 홀딩스 대표이사. 에이컴메이트 홀딩스는 에이컴메이트 중국법인 3개, 미국법인 1개, 한국법인 1개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다. 송 대표는 에이컴메이트상해법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KT에서 오래 일하시다가 2010년 에이컴메이트에 합류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에이컴메이트에 합류하기 전에 KT 전자상거래 계열사에서 ‘구매대행 사업’을 맡았어요. ‘엔조이뉴욕’과 ‘엔조이밀란’이라고 쇼핑몰에 미국과 유럽 패션 상품을 소싱해서 한국에 선보이는 일을 했죠. 어찌 보면 한국에서 직구사업을 한 1세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던 중 신규사업으로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패션상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사업을 검토하게 됐어요. 사업을 위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기업들을 조사하던 중 ‘에이컴메이트’를 알게 됐습니다. 에이컴메이트가 막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였는데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벤치마킹을 많이 했습니다.

이후 에이컴메이트에 합류하게 된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당시 KT의 중국진출 파트너사 대표로 있던 분이 에이컴메이트의 투자사로 회사를 옮기게 됐는데 그 분이 저를 에이컴메이트에 추천해줬어요. 에이컴메이트는 2008년 제이미닷컴이라는 B2B2C 플랫폼으로 시작한 업체인데, 당시 에이컴메이트 창업자는 B2C를 새롭게 하고 싶어했어요. 본인은 B2C를 해본 경험이 없으니, 중국 B2C 이커머스 사업 경험이 있는 저에게 추천이 들어온 것이에요.

“에이컴메이트 합류 이후 B2C사업은 잘 됐나요?”

망했어요. 알리바바그룹의 B2C 쇼핑몰 티몰에 한국관이 열렸는데 락앤락이랑 컨소시엄을 맺어서 같이 들어갔어요. 우리가 패션을 하고 락앤락이 생활용품을 하는 그림이었는데 성과가 너무 안 좋았습니다. 제가 한국 전자상거래 경험만 16년 이상이었는데, 중국에서 1년을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후 에이컴메이트는 알리바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국의 브랜드를 론칭해주고 마케팅까지 해주는 방향으로 선회를 해요. 알리바바그룹이 너무 똑똑하게 ‘결제’와 ‘물류’ 인프라를 선점했거든요. 결제물류 인프라는 일개 개인사업자가 노력해서 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알리바바 플랫폼의 상황이 너무 좋았죠. 물론 이것도 우여곡절은 있었습니다. 거의 3년 가까이 고생을 했는데, 시장 환경이 풀려서 B2C 사업이 안정화되기 시작했어요.

“티몰 판매대행 비즈니스 비중이 커지게 된 배경이군요. 그러고 보니 에이컴메이트는 티몰 정식등록 운영업체를 표방합니다. ‘정식등록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알리바바 플랫폼에 상품을 팔려면 많은 노하우가 필요해요. 그래서 이걸 대신해주는 회사들이 많이 생겼는데, 이 중에는 사기꾼도 많고 실제 브랜드업체와 대행업체 사이에서 소송도 많이 걸리곤 했어요.

그래서 알리바바가 운영업체를 인증해주고 있어요. 알리바바에선 그것을 ‘TP(Taobao Partner)’라고 부릅니다. 만약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사가 티몰에 상품을 팔고 싶어요. 근데 이 사람이 중국을 너무 모르는 것 같으면, 알리바바가 이 브랜드에 TP를 붙여줘요. 반대로 브랜드사가 알리바바 판매를 하고 싶은데 잘 모르면, TP에 먼저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해요.

알리바바는 TP를 굉장히 까다롭게 선정해요. 직접 운영업체의 사무실도 와보고, 회사와 브랜드간 계약서도 보고, 그간 성공사례도 보고, 회사가 운영하는 티몰점포 평가등급과 거래규모도 다 살펴봐요. 그렇게 알리바바가 인증을 해준 업체가 800여개 있습니다.

이 800여개 업체는 또 분기별로 평가를 하기도 하는데요. 에이컴메이트는 그 중에서 상위 3% 안에 드는 유일한 한국회사에요. 평가 등급은 6성급까지 있는데, 제가 알기로 6성급 TP는 중국회사 2개밖에 없고 에이컴메이트는 5성급 회사입니다. 아무래도 알리바바 차원에서 공인해주는 것이다 보니 판매대행업을 한다고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진입장벽’이 있어요.

“B2B2C 플랫폼으로 제이미와 100BANG 두 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뭐가 다른 건가요?”

제이미와 100방은 모두 에이컴메이트가 운영하는 독립몰이에요. 독립몰 운영주체로 ‘한국법인(에이컴메이트코리아)’을 두고 있죠. 하지만 실제 운영조직은 중국에 다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 쇼핑몰 모두 중국에 있는 소매업체가 상품을 가져다가 팔 수 있게 하는 B2B 수익모델을 갖고 있어요. 두 개의 차이가 있다면, 제이미는 80여개 계약 브랜드의 상품을 플랫폼에 올려놓고 중국 소매상들에게 팝니다. 기본적으로 상품 번역을 포함한 콘텐츠 업로드를 해주고, 기업고객의 구매가 발생하면 도어투도어(Door to Door) 물류까지 다 해주는 모델이에요.

반면, 100방은 중국 소매상들이 상품구매를 요청할 수 있는 쇼핑몰이에요. 예를 들어서 제가 중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는 셀러라고 해봐요. 그리고 중국인들이 많이 보는 한국 드라마에 인기 연예인이 어떤 옷을 입었다고 해요. 아마 저는 그 옷을 팔고 싶어질 거예요. 그런데 한국어를 모르는 중국 소매상이 직접 한국 사이트에 방문해서 옷을 사기는 너무 어렵죠. 그때 100방에 대신 그 옷을 사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에요. 중국어로 100은 숫자 ‘백(百)’을 의미하고, 방(帮)은 ‘돕다’는 뜻이거든요. 백방으로 알아봐준다는 의미와 많은 도움을 준다는 의미가 함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이미는 밥상을 차려놓고 드시라고 하는 모델이라면, 100방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음식을 차려서 해주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앞단에서 차이는 있지만, 뒷단에서 처리하는 프로세스는 같습니다.

중국에 온라인 판매를 하려고 하는 분들은 판매채널선택부터 고민일 것 같아요. 어떤 채널에 팔아야 잘 팔릴까요?”

입점만 할 수 있다면 카테고리 불문하고 알리바바 계열의 B2C 마켓플레이스 ‘티몰’이 최고라고 봐요. 에이컴메이트도 판매대행 운영 매출의 90% 이상이 알리바바 계열에서 나오고 있거든요. 알리바바 계열이라고 하면 ‘타오바오(C2C 오픈마켓 형태를 취하고 있다.)’도 있지만, 타오바오는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하는 것이지 브랜드 업체가 입점을 한다고 하면 역시 티몰입니다.

물론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라면 ‘징둥닷컴’ 입점 판매를 같이 해볼 수 있을 거예요. 징둥은 태생이 전자제품 판매업체였고, 그래서인지 남성고객도 많은 편이에요. 상품 배송을 받고, 물건을 직접 본 이후에 결제대금을 지불하는 COD(Cash On Delivery) 서비스도 제공하죠. 물론 징둥이 알리바바 따라 간다고 ‘플랫폼형(마켓플레이스형)’으로 확장을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매입형’ 쇼핑몰이라 배송도 빠르고 잘 돼 있어요.

다만, 저는 패션이나 화장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업체라면 징둥 입점 판매는 추천하지 않아요. 징둥이 알리바바와 치고받는 경쟁사이긴 하나, 브랜드 입장에서 ‘현금 흐름(Cash Flow)’이 좋지 않아요. 징둥은 판매가 일어난 뒤에 한 달 정도 뒤에 돈을 지급하는데, 알리바바는 거의 매일 돈이 들어와요. 알리바바는 점포 개설할 때 법인 알리페이 계정을 만들어야 되는데, 상품대금, 물류대금 등 모든 돈의 흐름이 이 알리페이 안에서 이루어지거든요. 바이어도 셀러도 돈을 떼일 염려가 없어요.

이 외에 직구 쇼핑몰인 VIP닷컴이나 마케팅 채널로 부상한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이라고 불린다.)’ 정도를 고려해요. 카테고리마다 다르지만 한국의 하이마트와 비슷한 ‘쑤닝닷컴’ 입점을 고려할 수도 있는데 저희는 전혀 안하긴 합니다.

한국에는 카페24, 메이크샵 등 쇼핑몰 호스팅업체를 통해 독립몰을 만드는 셀러들이 굉장히 많아요. ‘스타일난다와 같이 독립몰을 기반으로 잘 성장한 쇼핑몰도 꽤 있죠. 중국에서는 독립몰이 되나요?”

안 됩니다. 일단 중국에서 독립몰을 운영하면서 상거래 행위를 하려면 ICP 인증이라는 것을 받아야 해요. 이 게 지역별로 다르긴 한데, 외자법인은 거의 안내준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독립몰을 굳이 만들지 않더라도, 티몰에 들어가면 그 자체를 ‘독립몰’처럼 운영할 수 있어요. 에이컴메이트도 티몰글로벌에서 온라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패션’,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세 가지 품목을 직접 팔고 있어요. 티몰이 독립몰은 아니지만, 사실상 독립몰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거죠.

티몰 삼성전자관의 모습. 도메인부터 삼성(samsung.world.tmall)이 붙는다.

여기에 더해 티몰 독립몰 구축은 플랫폼 안에 전용공간을 열고 알리바바가 제공하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알리바바가 가진 생태계가 단순히 상거래 사이트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물류는 ‘차이냐오’, 콘텐츠 채널로 ‘웨이보’, ‘샤오홍슈’, 결제는 ‘알리페이’가 있어요. 알리바바가 너무 많은 생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는 그 생태계에 들어가는 것이 동일한 돈을 쓰고도 효율적인 ROI(Return on Investment)를 내는 것이 가능한 거죠. 혼자서 독립몰을 하면 ROI가 떨어지고요.

물론 ‘무인양품’과 같이 중국에서 독립몰을 열심히 하는 업체도 있어요. 무인양품은 티몰에도 매장을 내서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는 상품이 조금밖에 없고 모든 상품은 독립몰에서만 판매하고 있죠. 만약 중국고객 중에 무인양품 매니아가 있고, 그 고객이 티몰에 가서 무인양품 물건을 사려고 했는데 물건이 없다? 그러면 독립몰 가서 살 수 있겠죠.

한국 셀러처럼 여러 마켓플레이스에 동시 판매하는 셀러들은 중국에 없나요?”

한국에는 독립몰도 만들고, 동시에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이런 곳에 입점해서 독립몰은 매출이 50%가 나오고, 나머지 판매채널에선 또 50%가 나오고 하는 곳이 많죠?

중국에는 거의 없어요. 대개는 온라인 판매채널 하나에만 입점하던가, 티몰과 징둥 두 개만 하던가 하는 식이에요. 저도 처음에 한국 시장에 들어왔을 때 모든 판매채널에 다 판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티몰에서 100을 파는 상품이, 징둥에서는 8을 파는 경우가 나와요. 두 개 채널을 운영하는 인력이 모두 별도로 투입되는데, 역량이 분산되는 것이죠. 아무래도 중국은 온라인 시장을 알리바바가 독주하다보니 굳이 여러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중국 시장에 특별히 잘 팔리는 한국상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중국인들의 한국제품 선호는 카테고리별로 온도차이가 있어요. 전체 통계를 보자면 중국인들이 직구를 선호하는 국가 중에서 한국이 5등 정도 해요. 우리보다 잘 팔리는 상품으로는 일본, 미국, 독일 같은 나라가 있죠. 아무래도 중국인들이 직구를 선호하는 품목은 먹고 마시고 바르는 종류에요. 화장품, 퍼스널케어, 분유와 기저귀 같은 유아동품, 여기에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이 직구로 많이 팔립니다.

그 중 특별히 한국상품이 잘 팔린다고 체감되는 품목은 ‘화장품’이에요. 제가 보기에 이건 중국이라서 잘 팔린다기 보단, 한국 화장품 산업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상대적으로 한국패션은 화장품에 비해서는 그 매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에요. 그리고 한국산 ‘건강보조식품’은 중국인들에게 그렇게 특별히 선호되는 대상이 아니에요.

아이돌 굿즈가 그렇게 잘 팔린다고 하던데요?”

에이컴메이트도 한류상품을 팔곤 해요. 하지만 특별히 언급할만한 상품군은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 굿즈는 방탄소년단이 중국에서 뜨면 팔리고, 또 다른 연예인이 중국 와서 콘서트를 하면 팔리고, 신규앨범을 발매하거나 하면 잘 팔리다가, 이벤트가 끝나면 확 죽는 상품이에요. 예를 들어서 빅뱅이 중국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하면 ‘야광봉’은 없어서 못 팔죠. 반면, 콘서트가 없으면 판매량은 잔잔하죠.

모든 연예인들의 관련 상품이 잘 팔리는 것도 아니에요. 실제 싸이는 떴지만, 싸이 굿즈는 안 팔렸고, 마찬가지로 악동뮤지션이 떴지만, 악동뮤지션 굿즈가 잘 팔리는 것은 아니었어요. 반면, 지드래곤(권지용) 굿즈는 매우 잘 팔렸죠.

고마운 게 어쨌거나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만큼 ‘정품앨범’을 잘 사주는 나라가 없어요. 팬이라면 당연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사주더라고요. 재밌는 사례가 하나 있는데 중국에선 빅뱅의 ‘승리’ 굿즈가 잘 팔리거든요. 한국에서는 이슈가 있었는데, 중국 팬들은 의리가 있어요. 승리의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사가더라구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핵심 이슈는 물류결제입니다. 에이컴메이트가 직접 관련 서비스를 하지는 않는데 어떻게 해결했나요?”

에이컴메이트가 운영하는 독립몰 같은 경우 결제는 ‘위챗’과 ‘알리페이’를 연동시켜서 해결했어요. 물류는 중국으로 들어가는 특송물류는 ‘위엔통’, ‘SF익스프레스’ 같은 국제택배를 상황에 따라서 최적의 물류수단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쓰고 있어요. 대개 현지 고객구매가 발생하면 한국에서 항공운송으로 상품을 보내는 방식으로 물류를 운영하죠. 보통 중국 고객 도착까지 7~10일 걸린다고 하는데 대략 7일 정도면 배송이 끝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마켓플레이스에 판매대행 하는 경우는 이런 선택지가 한정적입니다. 알리바바든, 징둥이든, 중국의 대형 마켓플레이스는 결제와 물류를 모두 시스템에 연동시켜 놨어요. 만약 해당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다면 반드시 그 마켓플레이스의 생태계에서 제공하는 결제와 물류를 써야 된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티몰에 상품을 판매한다고 하면 알리바바의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를 무조건 써야 돼요.

요즘 이쪽 업계에서는 중국 보세창고에 물건을 보관해놓고 현지 중국고객 구매가 일어나면 현지 물류센터에서 바로 배송하는 방식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이건 입점한 마켓플레이스가 어디냐에 따라서 그쪽 카테고리 담당, 혹은 물류 담당자가 지정해준 보세창고에 미리 판매할 상품을 재고로 입고시키는 방식이에요. 제품 하나하나 HS코드를 따서 어드민 페이지에 등록해 시스템 연동작업을 하여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배송시간 측면에서 중국 셀러와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가 나지 않게 경쟁할 수 있어요. 리드타임은 대략 3~5일 정도로 보고 있고, 대도시 고객의 주문이라면 3일 안에도 도착하더라고요.

중국 수출사업자들에게 2017년 싸드 사태는 악몽이었죠. 지금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도 미국 상품을 중국에 파는 업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향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중국의 정책 변화 리스크에 에이컴메이트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하나요?”

아무래도 한국과 중국 사이의 정책적인 이슈가 생기면 한국 상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우리 같은 업체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실제 싸드가 2017년 3월에 터졌는데, 이후 저희가 판매하는 한국 제품들의 고객후기나 댓글에 악플이 가득 찼어요.

당시 에이컴메이트는 중국 왕홍(인플루언서)을 이용한 마케팅을 많이 했었는데, 싸드 사태가 터지자 왕홍들이 팬 떨어져나간다고 돈을 줘도 한국 상품 마케팅은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입점한 플랫폼에서도 한국 상품 관련 행사를 전부 없애버렸습니다. 마켓플레이스의 노출지원이 있어야 매출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는 판매 구조에서 이건 치명적이죠.

그래서인지 2017년 에이컴메이트의 중국 직구 매출(한국으로 보면 역직구)은 절반 이상 떨어질 정도로 완전히 폭망했습니다. 그나마 중국 내수사업이 잘 받쳐줘서 매출 목표는 어찌어찌 맞출 수 있었어요.

사실 정책 이슈는 국가별로 판매하는 상품을 다변화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싸드 사태 당시 저도 직원들에게 한국 상품 말고 다른 나라 상품을 팔아보자는 의견을 많이 받았어요. 어찌됐든 지금은 많이 풀렸습니다. 에이컴메이트가 2017년 8월말부터 왕홍 마케팅을 재개했는데, 그 이유가 싸드 사태로 악화된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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