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전에 불참한 카카오가 믿는 구석? ‘톡스토어’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의 투자설명서를 받고 인수 타당성을 검토한 것은 맞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예비 입찰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으로 성장한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온라인 매장에 3자 판매자를 입점하여 소비자와 중개해서 받는 판매건당 수수료와 판매자에게 더 많은 노출을 보장해주는 광고 상품으로 돈을 번다. 국내 1세대 오픈마켓 사업자로 가장 오래된 판매자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업체로 평가받는다.
이베이코리아가 물류 자산을 운영하기는 하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베이코리아의 핵심 자산은 오픈마켓으로 다져놓은 ‘네트워크’다. 이베이코리아가 수십년동안 쌓은 판매자와 고객 풀을 인수기업은 확보할 수 있다. 업계에서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것이라고 점쳐진 배경에도 카카오커머스에 부족한 웹기반 오픈마켓 판매자 네트워크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카카오에는 ‘마켓플레이스’가 있다
하지만 카카오에는 이미 ‘마켓플레이스’가 있다. 카카오커머스는 이를 ‘쇼핑하기(=톡스토어)’라고 부른다. 규모는 쿠팡, 네이버,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부족할지언정 최근의 성장세는 빠르다. 2020년 톡스토어의 거래액은 전년대비 292% 성장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커머스의 핵심축인 선물하기의 거래액 성장세 52%와 비교하더라도 독보적인 수치다. 결국 카카오커머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도 오픈마켓을 위해 인수가액을 지불하는 것보다 자체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카카오 관계자의 전언이다.
톡스토어는 ‘카카오톡에 만드는 내 상점’을 표방하여 2017년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서비스다. 사업자등록증과 통신판매업 신고가 돼있는 3자 판매자라면 누구나 톡스토어를 개설하고 상품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도록 열린 온라인 장터인 오픈마켓의 그 문법과 동일하다. 온라인 장터가 웹이 아닌 ‘모바일’에서 열렸다 뿐이지 이미 카카오는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심지어 카카오커머스는 웹마켓 오픈도 검토하고 있다.)
톡스토어의 수익모델은 많은 오픈마켓들과 동일하게 ‘수수료’다. 일반 상품의 경우 약 5.5%(기본 수수료 3.5%+ 노출 수수료 2%)의 판매건당 수수료를 부가한다. 이는 일반적인 오픈마켓 수수료(10% 내외)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물론 톡스토어가 오픈마켓처럼 별도 광고 상품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카카오스타일, 다음쇼핑, 카카오톡 비즈보드,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 카카오페이지 쇼핑 등 카카오 자산 안에서의 광고 집행은 가능하다. 카카오커머스는 관련한 운영과 효율성 개선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쇼핑하기의 경쟁력
쇼핑하기의 경쟁력은 카카오의 경쟁력과 맥을 같이 한다. ‘카카오톡’이다. 쇼핑하기의 유입경로는 기본적으로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 앱 하단 4번째 장바구니 아이콘을 클릭하여 카카오커머스의 ‘선물하기’, ‘쇼핑하기’, ‘메이커스’, ‘프렌즈’, ‘쇼핑라이브’로 접속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국내 MAU 4598만명(2020년 4분기 기준)의 슈퍼앱 카카오톡이 카카오 쇼핑하기의 마중물이다.
쇼핑하기는 ‘관계지향적인 커머스 모델’을 지향한다. 카카오톡에서 유입되기에 대부분 비목적성을 띠거나 비자발적으로 들어오는 고객들을 고려해서 직관적인 상품과 혜택 노출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애초에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기에 할 수 있는 ‘바이럴 마케팅’을 강화하고자 노력한다. 예컨대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 고객간 대화방 공유와 같은 마케팅 정보를 전하는 푸시 알림과 같은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카카오커머스는 쇼핑하기 상품의 바이럴 확산을 위해서 좋은 상품을 고객끼리 공유하면 할인율이 더해지는 ‘소문내면할인’ 기능을 지원한다.
카카오톡은 그 자체로 톡스토어 입점 판매자들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카카오커머스는 톡스토어 입점 판매자에게 카카오톡 채널과 연동한 스토어 친구 맺기 기능을 제공한다. 판매자가 채널 안에서 고객 획득 비용을 줄이고 커뮤니케이션 하여 충성 고객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카카오커머스는 판매자 지원을 위해서 고객에게 입점 스토어와 친구를 맺을 때만 혜택을 제공하는 ‘친구전용할인’ 기능을 제공한다.
급성장 만든 ‘톡딜’
소문내면할인, 친구전용할인에 이어 카카오커머스가 관계지향적 커머스 모델을 강화하기 위해 세 번째로 발표한 기능이 2인 공동구매 기능 ‘톡딜’이다. 카카오커머스는 공동구매를 성사시키기 위한 목표 참여자수가 허들이 된다고 판단하여 카카오톡 친구 여부와 무관하게 지인이 아닌 사람까지 단 2명만 모이면 공동구매를 성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기획했다.
톡딜 안에도 입점 판매자 지원을 위해 숨어있는 카카오커머스의 고민이 녹았다. 톡딜은 톡스토어 입점 판매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마케팅 도구’가 된다는 카카오커머스측 설명이다. 톡스토어 입점 판매자는 스토어당 최대 10개 제한된 상품을 최소 1시간에서 최대 79시간 사이 할인 시간을 책정할 수 있다. 이는 판매자 스스로 ‘마케팅 역량’을 한정된 상품에 집중하고 동시의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카카오커머스의 복안이다. 카카오커머스는 톡딜을 이용하는 판매자에게는 판매량과 연동한 표준 수수료 10% 외에는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다. 이 점 또한 톡딜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치형 카카오커머스 쇼핑하기팀장은 “2019년 초 톡딜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다. 당시 이미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치열했고 경쟁 환경에서 판매자의 수익성, 지속 가능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는 이를 일종의 이커머스 젠트리피케이션이라 정의했는데, 결국 이로 인한 불편함이나 피로감, 비용의 부담이 고객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그래서 판매자가 원할 때, 필요할 때, 제공할 수 있는 만큼의 마케팅을 펼치는 공간이나 기능을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톡딜 탄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를 오픈마켓으로 규정할 수 없다”
카카오커머스 톡스토어는 오픈마켓과 유사하지만, 스스로를 ‘오픈마켓’이라는 단어로 규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김 팀장은 “판매자 주도적이고 고객 친화적인 카카오만의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드는 일 전반을 오픈마켓으로 규정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전했다.
카카오커머스는 판매자 관점에서 ‘카카오톡’ 기반의 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톡스토어는 창업자의 인큐베이팅을 포함하여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팅 이상의 단계에서 더 최적화할 수 있는 서비스, 기능 제공을 고민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고객 관점에서는 카카오톡 내 쇼핑 편의성을 강화하고 ‘관계 기반 커머스’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집중한다. 김 팀장은 “톡딜의 사례처럼 고객이 귀찮은 비교나 탐색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필요했거나 사둘만한 상품을 직관적으로 발견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며 “최근 선보인 톡딜 기프트카드를 통한 바이럴 요소 강화로 충성고객 확대, 신규 고객 증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개인화 추천 도입, 검색 고도화 등 다양한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 밝혔다.
카카오커머스에는 부족한 ‘물류 기능’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바이라인네트워크 보도로 알려진 ‘풀필먼트’ 서비스를 오픈하기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으며 올해 오픈시점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편에서는 배달대행 등 물류 관련 업체의 투자 행보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팀장은 톡스토어가 물류 측면의 배송 및 반품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노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선 고객 구매 경험을 만족시키기 위한 구매, 결제, 교환, 반품 등의 커머스 기능 전반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며 “여러 파트너와 함께 쇼핑하기 내에서 더 세분화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