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실패한 꿈, 카카오가 재도전한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2005년 3월 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 창립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었다. 다음이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면서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이날 다음은 회사의 사업부문을 뉴미디어 국내부문, 뉴미디어 해외부문, 뉴커머스 부문, 뉴파이낸스 부문 4개로 재편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뉴미디어를 하나로 본다면, 당시 다음이 향후 먹거리로 생각한 핵심 사업은 미디어, 커머스, 파이낸스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야 다음이 줄곧 했던 분야니까, 결국 커머스와 파이낸스가 다음의 다음을 책임져줄 사업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계획은 실패했다.
뉴커머스를 미래 먹거리로 생각했지만 10주년 기자간담회 이후 2년 만에 인터넷쇼핑몰 자회사였던 디앤샵을 GS 홈쇼핑에 매각했다. 이니시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였던 온켓도 2005년 인수했었는데, 2009년 청산절차를 밟았다.
뉴파이낸스도 마찬가지였다. 2004년 다음은 LG화재와 손잡고 다음다이렉트라는 보험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2007년 12월 보험종합금융그룹 뮌헨리의 자회사인 에르고(ERGO)보험그룹에 지분의 상당부분을 매각했다.
뉴커머스도 뉴파이낸스도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이후 다음은 UCC(사용자제작콘텐츠) 사업에 매진하다가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카카오에 인수됐다.
그런데 카카오가 잊었던 다음의 실패를 다시 상기시키는 행보를 하고있어 눈길을 끈다.
카카오는 최근 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카카오커머스라는 독립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커머스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카카오커머스는 분사 이후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스토어,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장보기, 카카오파머, 다음 쇼핑 등 카카오의 커머스 서비스를 비롯해 이후 확대될 신규 커머스 서비스 사업을 맡게 된다.
또 카카오커머스는 쇼핑몰솔루션 ‘메이크샵’과 직구대행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를 인수하는 방안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음이 디앤샵을 설립하고 온켓을 인수하던 2005년 즈음과 비슷한 행보다.
카카오는 또 13년 전의 다음처럼 금융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는 1일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13년 전에는 보험회사였는데 이제는 증권사라는 점이 조금 다르지만 금융이라는 큰 범주에서는 비슷하다.
여기에 카카오는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 지금까지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밖에 보유하지 못했지만, 지난 달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등극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이 있다.
카카오의 야심찬 신규사업 진출 뉴스에 실패한 다음의 역사를 서술한 것은 카카오 분위기에 초를 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이었고, 현재 환경이 과거와 무엇이 다른지 명확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카카오는 과거의 다음과는 다르다. 다음은 당시 인터넷의 지배자가 아니었다. 커머스와 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인터넷 사업이 모든 부문에서 네이버에 뒤져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간 것이었다.
반면 카카오는 다르다. 카카오는 모바일의 지배자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은 커머스, 금융 등 다양한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 가능하다. 중국의 위챗이 이미 성공사례를 만들었던 전략이다.
쓰라린 실패를 맛봤던 다음의 원수(?)를 카카오가 갚아주길 기대해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