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신문] EU, 빅테크의 지옥문을 열었나

이번주 외쿡신문입니다.

“오늘의 합의는 기술 규제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디지털시장법은 갈수록 높아지는 대기업 지배력에 종지부를 찍는다.”

– 유럽 의회의 수석 협상가 안드레아스 슈워브

유럽연합(EU)이 지난 3월 24일 구글, 메타 등 미국 플랫폼 대기업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 DMA)’에 합의했습니다. 디지털시장법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럽위원회는 2020년 12월 빅테크 규제를 위해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이라는 규제 패키지를 제시한 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완성된 것입니다. 이날 도달한 잠정 합의는 이사회와 유럽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무난한 통과가 예상됩니다. 이 규정은 발효 후 6개월 이내에 시행됩니다.

DMA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 소셜 네트워크(SNS), 검색 엔진, 운영체제, 온라인 광고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웹브라우저, 가상 비서 등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합니다. 시가총액 750억유로(약 100조원), 연매출 75억유로(약 10조원), 월간 사용자 4500만명 이상인 IT 기업에 적용됩니다.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이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며, 알리바바와 유럽 온라인 패션몰 잘란도(Zalado)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게이트키퍼가 되면 플랫폼들이 더이상 현재 방식으로 사업을 펼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운영체제 회사들은 웹브라우저나 검색을 기본앱으로 제공할 수 없습니다. 모바일메신저는 다른 종류의 메신저와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 법에 대해 유럽에서는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이라 평가합니다. 실제로 그런 평가를 받을만한 게, 이법이 시행되면 빅테크 업체들은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의 비즈니스를 펼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지옥문이 열렸다고 볼 수도 있겠죠.

1. 일례로 모바일 메신저를 보면, DMA는 인스턴트 메시지가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다른 메신저들끼리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죠. 즉,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 애플 아이메시지(iMessage)로 메시지를 보내면 카카오톡이나 라인,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로 수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게이트키퍼 회사들이 자신의 메시지 전송 인프라를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 등의 방식으로 개방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기술적인 문제는 좀더 살펴봐야 할 듯 합니다. 엔드투엔드 암호화 통신이 다른 메신저 플랫폼과 가능한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이 때문에 이 규제는 향후 의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2. 애플은 이번 DMA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회사가 될 전망입니다. 우선 애플은 앱스토어 외부를 통한 앱설치를 허용해야 합니다. 현재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오직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설치할 수 있죠. 하지만 디지털시장법은 운영체제가 특정 앱스토어를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3. 구글과 애플은 자사의 결제시스템을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원칙을 유럽에서는 버려야할 듯 보입니다. 인앱결제 강제금지는 한국에서 먼저 시행된 규제입니다. 구글은 최근 스포티파이에 외부 결제를 허용한 바 있는데, 인앱결제를 둘러싼 이와 같은 흐름은 하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다만 구글은 한국에서 약간의 꼼수를 부렸습니다. 외부 결제를 허용하되, 수수료는 거의 그대로 받아가는 방식입니다. 한국에서 구글은 외부 결제시스템을 이용할 때에도 최대 26%의 수수료를 받아서 앱 개발사가 굳이 외부결제를 이용할 유인점(merit)을 없애버렸습니다. 이같은 꼼수가 EU에서도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 보입니다.

4. 아마존은 자가선호 금지라는 조항과 싸워야 합니다. DMA는 플랫폼 내에서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아마존은 내부 상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PB상품을 기획하고, 자사 PB상품을 다른 파트너 상품보다 검색 알고리즘 가중치를 주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쿠팡도 비슷한 의심을 받고 있죠.

아마존 이외에 구글 등도 검색결과에 자사 서비스를 먼저 보여주지 않는지 감시를 받게 될 전망입니다. 구글은 이미 쇼핑검색 결과에 자사 상품을 우선 보여준다는 이유로 유럽에서 대규모 과징금을 받은 바 있습니다.

5.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안드로이드와 iOS에 검색엔진, 브라우저, 디지털 비서 등을 일방적으로 사전 탑재할 수 없습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다소는 정치적인…

유럽이 이같은 과감한 규제법안을 만드는 것은 다소 정치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유럽에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견줄만한 테크 플랫폼이 없습니다. 정부는 산업발전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유럽에는 산업적으로 발전시킬 빅테크 기업이 거의 없는 셈이죠.

특히 유럽 시민들이 개인정보가 대부분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서버에 저장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유럽이 미국, 중국, 한국보다 빅테크 규제에 더욱 빠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은 입장이 다소 애매합니다.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심한 규제를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반발해야겠지만, 바이든 정부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대놓고 불만을 표하지는 못합니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죠.

예를 들어 지나 라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유럽의 규제법이) 미국에 기반한 기술 회사들과 그들의 능력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입법을 완성하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의 우려에 계속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라이몬도 상무장관의 이런 발언은 미국 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빅테크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라이몬도가 행정부의 메시지를 벗어난 것 같다”고 비난했죠. 워렌 상원의원은 “소수의 지배적인 인터넷 플랫폼이 우리 경제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와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악관의 입장은 워렌 상원의원에 다소 무게를 실어주는 듯 보입니다. 상무장관과 상원의원의 논쟁에 백악관 대변인은 “(라이몬도 상무장관의 발언은) 외국 정부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표준적 관행’”이라며 “(라이몬도 상무장관의 발언이) 바이든 정부의 친경쟁적 접근과 우리가 취할 조치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의회에도 이미 플랫폼 독점 종식 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 법,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 법,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 법, 합병신청 수수료 현대화 법 등 5개의 플랫폼 규제법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 ‘후루룩 뉴스’

애플도 내기 싫어하는 앱 마켓 통행세

앱 마켓에 통행세 30%를 내기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심지어 애플마저도요.

맥루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주 구글TV·안드로이드TV용 애플TV 앱의 영화 구매(대여) 기능을 없앴습니다. 용어의 혼선을 막기 위해 설명하자면, 구글TV·안드로이드TV는 텔레비전에서 인터넷 영상을 볼 수 있는 운영체제이며, 애플TV는 그 운영체제 위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구글TV·안드로이드TV에서 애플TV 앱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면 ‘구매’ 버튼이 ‘시청방법’이라는 버튼으로 바뀝니다. 이 버튼을 클릭하면 “아이폰, 아이패드, 기타 스트리밍 디바이스의 애플TV 앱에서 구입, 대여, 구독할 수 있다. 또는 tv.apple.com에서 애플TV+를 구독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구글TV 운영체제에서 애플TV 앱의 구매 버튼이 시청방법 버튼으로 바뀌었다.

애플 정보를 소개하는 블로그 ‘달링파이어볼’은 애플TV가 구매 버튼을 없앤 이유에 대해 “애플과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에 대해 상호합의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달링파이어볼은 이 업데이트 전까지 애플은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에서 면제됐는데, 그 기간이 끝남에 따라 구매 버튼을 삭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수료를 내느니, 아예 구글TV에서 팔지 않겠다는 것이 애플의 입장인 셈입니다. 본인들이 그렇게 내기 싫은 수수료가 애플의 주수입원 중 하나라는 점이 왠지 씁쓸합니다.

아이폰, 이제 사지 말고 구독하세요?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하드웨어를 ‘구독’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고 구독기간 동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기기를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이죠.

할부금과는 다릅니다. 할부금은 일종의 대출을 받아 구매하고 매월 조금씩 대출금을 납부하는 형태라면, 구독은 내 제품이 아닌 아이폰을 빌려서 쓰고 사용료를 내는 개념입니다. 즉 일정기간 동안 A 모델을 사용하다가 다른 모델을 사용하고 싶으면 반납하고 다른 모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매월 다른 아이폰을 사용할 수도 있는 셈이죠.

애플은 최근 ‘구독’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매월 매출이 ‘0’부터 시작하지만, 구독은 매월 고정된 매출이 발생해서 사업전략 수립에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은 단독으로 판매되기 보다는 통신상품과 결합해서 판매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구독 모델이 기대만큼 작동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통신사가 판촉을 위해 스마트폰 가격할인 등의 마케팅을 많이 하는데, 아이폰 구독모델에서는 이런 게 어떻게 작동할지 지켜봐야할 듯 보입니다.

유럽에서 한 숨 돌린 마크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2월, 유럽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사이의 데이터 전송체계를 빨리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담긴 으름장이었습니다.

원래 유럽하고 미국 사이에는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라이버시 실드’라는 협약이 있었습니다. 이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었죠. 그런데 재작년에 유럽 법원에서 이 협약이 지나치게 개인들의 정보주권을 침해한다며 프라이버시 실드에 대해 ‘무효’ 판정을 내렸습니다.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사라져 버린거죠. 즉, 저커버스 CEO의 으름장은 프라이버시 실드 후속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커버그의 소원이 이뤄지려나 봅니다. 미국과 EU가 유럽인들의 개인정보를 미국에 저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예비 협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서양 횡단 데이터 프라이버시 프레임워크’로 명명된 이번 협약에서는 법원이 지적한 개인정보 침해 위험 요인들을 제거했다고 합니다.

인텔과 파운드리 협력 고려한다는 엔비디아, 삼성은 어쩌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인텔과 파운드리 협력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그간 엔비디아는 TSMC, 삼성전자에게 반도체 생산을 맡겨 왔습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주요 고객을 두고 인텔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와 싸워야 하는 입장이 되는 거죠.

인텔은 원래 남이 설계한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새로운 CEO가 부임하면서 전략이 바뀌었습니다. 생산 역량을 키워서 파운드리 사업으로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아시아 지역에 밀집해 있는 반도체 생산 역량을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도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 위치한 반도체 업체가 아시아 기업으로부터 받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엔비디아가 인텔 파운드리를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반도체 산업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텔은 미국 정부와 친한 기업이죠.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미국 정부가 미국의 팹리스 기업이 인텔 파운드리를 이용하도록 압력을 넣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엔비디아가 하나의 파운드리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여러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죠. 팹리스 기업들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TSMC와 삼성전자를 모두 사용하는 ‘듀얼라인(Dual-Line)’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텔까지 더해지면 3중 백업을 하는 셈이 됩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단 공정에서의 수율을 개선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삼성전자는 5나노 이하 공정 수율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세계 최초 당뇨병 디지털 치료제, FDA 승인 눈앞

세계 최초의 당뇨병 디지털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미국 제약사 베터 테라퓨틱스(Better Therapeutics)의 당뇨병 치료제 ‘BT-001’이 3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 BT-001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임상 3상을 진행한 결과 BT-001 투여군의 42.7%가 0.4% 이상의 당화혈색소(A1c) 감소폭을 나타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BT-001의 임상 3상 시험은 올해 2분기에 최종 완료될 예정입니다. 시험 완료 후 FDA에 드 노보(De Novo) 절차를 통한 승인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1997년 제정된 드 노보는 새로운 의료기기를 승인할 때 FDA가 직접 제품을 검토하는 제도인데, 기존 제도인 510K 대비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드 노보 절차 심사기간이 150일인 것을 고려할 때 BT-001의 승인 여부는 연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