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의 봄은 갔는가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사이버 먼데이(11월 29일)’의 매출이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사이버 먼데이는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직후 월요일을 의미합니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날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펼치며 매출 경쟁을 벌입니다.

어도비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어도비 애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이버 먼데이 행사 거래액은 1년 전보다 1억 달러 줄어든 107억 달러(약 12조7천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어도비가 e커머스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한 이후 사이버 먼데이의 매출액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어도비는 원래 올해 113억 달러의 거래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예상에서 벗어났네요.

사이버 먼데이뿐 아니라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도 줄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거래액은 작년 90억 달러에서 올해 89억 달러로 마찬가지로 1억 달러 감소했습니다.

세일즈포스의 전망에 따르면, 2021년 커머스 성장률은 7% 수준에 머물 것입니다. 이는 지난 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도 비슷합니다. 세계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절에서 중국의 대표 온라인 쇼핑 플랫폼 티몰 성장률이 예년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국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알리바바 자회사 티몰은 광군제 매출이 지난 해에 비해 8.45% 증가했습니다. 티몰이 광군제에서 한 자리 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건 2009년 이 행사를 기획한 이후 처음입니다.

국내도 이커머스 성장률 역시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 성장 전망률을 12.9%로 점쳤습니다. 올해 성장률은 약 20%로 전망됩니다.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둔화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적으로 기저효과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지난 해 코로나19 특수로 인해 모든 대부분의 온라인 비즈니스가 급성장을 이뤘습니다. 올해도 코로나19는 여전하지만 기저효과로 인해 지난 해와 대비하면 성장률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옵니다. 또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오프라인 활동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쇼핑이 줄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물류대란도 최근 온라인 쇼핑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도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품절 메시지가 8% 증가했다고 합니다. 재고부족 메시지는 팬데믹 이전보다 169% 증가했다고 합니다.

물류대란으로 인해 온라인 소매상들이 상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또 판매자들의 할인율도 떨어졌습니다. 전자제품의 경우 지난 해 사이버 먼데이 할인율은 27%에 달했는데, 올해 할인율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전제품 할인율은 20%에서 8%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판매 원가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연료와 원재료 수급이 어려우니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는 제품 가격에 반영됐고, 판매자는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할인율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어도비는 사이버 먼데이 행사에서 물품가격이 전년 대비 13.9% 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온라인 침투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미래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온라인 침투율이 낮았던 식품과 의류 카테고리의 침투율이 높아졌습니다. 의류 및 식품의 경우 3분기 온라인 침투율이 35%에 가까워졌습니다. 전체 품목의 온라인 침투율이 40% 이상이기 때문에 의류나 식품의 성장세는 당분간은 지속되겠지만, 속도는 다소 둔화될 전망입니다.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는다는 것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생존경쟁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는 경쟁에서 다소 뒤쳐져 있어도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 이제는 정해진 파이를 두고 뺏고 빼앗기는 경쟁이 시작됩니다. 경쟁에서 뒤쳐지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겠죠.

특히 적자를 기록하는 상태에서 성장률만 좇아온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중위권을 달리는 일부 기업은 완전히 도태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한투 리포트는 “2022년은 본격적인 온라인 시장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며 “점유율 확대가 가능한 기업은 자본력을 갖추고 있어 경쟁 심화에 대응이 가능하거나 차별화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효과적인 프로모션 비용 지출이 가능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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