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일주일에 한 편,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산너머남촌’, ‘강영월감자옹심이’, ‘영월애곤드레’, ‘영월보쌈’ 등… 1992년부터 오랫동안 한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해온 오프라인 요식업 전문가가 온라인 반찬 시장을 정조준하게 된 사연이 있다. 박종철 집반찬연구소 대표의 이야기다.

왜 그는 온라인을 시작했는가. ‘오프라인’만 하다가는 망할 것 같아서다. 2015년 메르스 사태는 요식업계에 한파를 몰고 왔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돌지 않으니, 오프라인 매출은 뚝 떨어졌다.

그 때 요식업계에 소문이 돌았다. ‘더반찬(2016년 7월 동원그룹 인수)’이라는 온라인 반찬판매 업체가 너무나 잘 된다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돌지 않는다고 음식을 안 먹는 것은 아니었다. 음식점에 직접 방문하는 고객은 줄어들었지만, 온라인 주문은 역으로 폭주했다. 온라인은 뜨고 오프라인은 가라앉는 것은 그 때 이미 박 대표의 눈에 보인 상황이었다.

박 대표라고 못할 것은 없어 보였다. 그 또한 ‘한식’이라는 콘텐츠를 쥐고 오랜 시간 일해 온 경력자였으니까. 그래서 2016년 온라인 사이트를 열었으니 ‘집반찬연구소’의 탄생이다. 온라인 판매를 위해 인천 남구에 생산 공장(키친)을 오픈했다.

인천 남구에 위치한 집반찬연구소의 생산 공장 내부 모습. 하루 6000개(2회전 기준)의 반찬을 생산하고 출고할 수 있는 규모다. 집반찬연구소가 판매하는 식품의 약 95%를 여기서 직접 조리한다고 한다. 나머지 5%는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완성되는 즉석조리 식품이라고 한다.

우여곡절은 있었다. 온라인은 그야말로 돈 먹는 괴물이었다. 박 대표는 “정말 놀랐다. 온라인 시장에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줄 알았으면 안했을 것”이라 회상한다. 온라인 서비스 오픈 후 2년 동안은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어떻게든 때려 막던 시기였다.

박 대표가 회상하기를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였다. 그는 “외식업계에서 날고 기는 사람들이 온라인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했는데, 전부 실패했다”며 “단순히 오프라인이 온라인을 유통채널의 일부로 생각하면 망한다. 온라인은 유통채널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이고, 마치 IT회사를 운영하듯이 조직원을 운영해야 한다. 그 당시에는 전혀 해보지 않은 시도였는데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집반찬연구소는 지난해 8월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 현재는 200개에 달하는 SKU(Stock Keeping Units)을 판매하고 있으며, 매일 수백개의 반찬을 출고하고 있다. 4번 이상 재구매 하는 고객의 비중이 50%가 넘을 정도로 충성고객의 층도 탄탄하다고 한다.

그래서 박 대표에게 물었다. 맛있는 반찬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사먹는 맛있는 반찬이란 무엇인가. 사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모름지기 반찬이란 맛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이다.

“맛있는 반찬이란 무엇인가요?”

반찬의 맛을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한식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반찬을 먹어왔잖아요. 그리고 반찬은 집마다 맛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집밥’ 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성인이 되죠. 그러니까 어느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반찬이 맛있고, 맛없고를 평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 하나 어려운 것은 사람마다 반찬의 맛을 구분하는 기준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양식’을 먹는다고 하면, 어느 정도 기준만 넘어가면 다들 맛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한식은 정말 미묘한 것에서 맛의 차이를 구분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경험으로 알잖아요. 한국 사람이라면 지금 먹는 밥과 반찬이 오래된 것인지 갓 만든 것인지 구분할 수 있어요.

“질문을 바꿔서 집반찬연구소가 만드는 반찬은 맛이 있나요?”

우리 제품을 드셔보시면 알겠지만 흔히 아는 제육볶음 맛이랑 조금 다를 거에요. 약간 심심한 느낌이 있어요.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데요. 재료를 선정할 때 기준이 있다면, 어머니들이 모르는 조미료는 넣지 않는 거예요. 가령 소르빈산칼륨이나 엘글루타민산나트륨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방부제와 MSG인데 당연히 어머니들은 이게 뭔지 몰라요. 그럼 안 씁니다. ‘옥배유’라고 또 아시나요? 옥수수 씨눈으로 짠 기름인데, 저희가 넣는 것은 현미유입니다. 어머니들이 현미유는 무엇인지 아는데, 옥배유라고 하면 모르거든요.

물론 누군가는 조금 더 센 간을 원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모두를 맛으로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심심하지만 중독되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같은 맛의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인지시켜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주문을 하고, 맛있다는 평가를 해줍니다.

집반찬연구소 반찬이 맛있냐고 물어보니, 식사 안하셨으면 한 번 직접 드셔보시겠냐는 답이 돌아왔다. 취재와서 밥을 얻어먹을 줄은 몰랐다. 확실히 독립적인 매력이 있는데, 무슨 맛인지는 직접 먹어보고 판단하시라.

“그럼 집반찬연구소에서 파는 반찬은 어떻게 맛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나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맛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고객에게 우리가 만드는 메추리알 장조림의 맛을 항상 고르고 일정하게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항상성을 만드는 방법이 있으니 개발 단계에서 제가 직접 음식의 맛을 잡는 것입니다. 제가 먹어보고 이건 아니다 싶은 음식은 출시되지 않습니다. 맛의 기준이 저에게 맞춰지는 것이죠.

제가 입맛이 뛰어나서 이렇게 하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제 입맛에 맞추기 때문에 항상성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음식을 개발한 이후에는 우리 센터장과 조리실장이 계속해서 간을 보면서 조정을 합니다. 이때도 기준은 저에게 맞춰집니다.

근데 집반찬연구소는 기본적으로 대량 생산을 하잖아요. 일정한 맛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생각나는 사례가 하나 있는데, 언젠가 한 고객이 우리가 만든 반찬이 너무 짜다는 평가를 남긴 거예요. 이상했죠. 우리 반찬은 전체적으로 싱거운 편인데 왜 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이해가 안됐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반찬은 결국 사람이 만들잖아요. 똑같은 분이 똑같은 반찬을 만들더라도 반찬에 소금을 흩어 뿌리고 뒤집는 과정에서 어느 한 쪽에 소금이 몰릴 때가 있는 거예요. 어떤 고객은 그 소금이 몰린 부분의 반찬을 받은 것이죠. 사실상 저희는 똑같이 만들었고, 간도 전체적으로는 들어맞았지만 부분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개선사항을 고민했습니다. 예전에는 반찬을 만드는 이모님이 반찬에 소금을 느낌적으로 착착 뿌려서 간을 했다면, 지금은 흩어 뿌려서 최대한 버무리도록 가이드했어요. 마찬가지로 양념도 뭉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좀 더 개어서 골고루 뿌려서 섞고, 포장 전에 한 번 더 섞도록 가이드 합니다. 이런 디테일이 작업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례도 생각납니다. 예를 들어서 쇠고기 무국이라고 해봐요. 이걸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하면 그냥 국자로 슥 퍼가지고 먹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나가게 하면 망해요. 어느 고객의 포장에 고기가 더 들어갔는지 모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건더기와 육수를 다 분리해요. 고기 덩어리 숫자는 모든 고객에게 똑같이 배분 됩니다. 그걸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어떤 고객은 “얘네 왜 이렇게 고기를 많이 주지? 원가 생각도 안하나봐”라고 말하는데, 다른 고객은 “왜 이렇게 고기가 없냐”고 클레임을 남깁니다. 이것을 하나하나 잡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집반찬연구소의 포장 공정에도 ‘항상성’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박 대표가 강조하는 사항이 있는데, 반드시 반찬을 만들고 포장하기 전에 ‘냉각 공정’을 거쳐야 된다는 거다. 반찬을 갓 만들어진 뜨거운 상태에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10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충분히 냉각을 해야 하는데 이게 핵심이라고. 안 그러면 음식맛이 쉬어버린다고 한다.

“QC(Quality Control)가 중요하다는 말로 들리네요. 그러면 매뉴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매뉴얼 필요하죠. 저희도 매뉴얼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다년간 한식 요식업을 운영해 본 결과 매뉴얼로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식은 정말 미묘한 재료의 변화까지 고객이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저희가 A업체의 고춧가루를 쓰다가, B업체의 고춧가루로 바꿨다고 해봐요. 그러면 고객은 왜 이렇게 음식이 매워졌냐고 댓글을 남깁니다. 음식에 고춧가루를 넣는 레시피는 똑같이 50g으로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심지어 같은 브랜드의 고춧가루더라도 서로 다른 지역의 고추를 빻아서 만든 것이라면 맛이 달라지고, 고객은 그것을 알아챕니다.

한식이 그래서 어렵습니다. 손맛, 손맛 하는 게 이유가 있다는 거죠. 저희가 맛을 잡기 위해서 하는 것은 계속해서 맛을 보는 것입니다. 완성된 음식의 맛을 보면서 맛의 기준을 정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한 조리 담당자가 만드는 나물이 있다고 해봐요. 만약 이 분이 연차를 쓴다면 다른 분이 나물을 만들 것이란 말이죠. 그 때 처음 조리했던 사람이 만들었던 나물 맛이 나도록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고객에게 바로 나물 맛이 바뀌었다고 연락이 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게 노하우고, 제가 생각하는 항상성이에요.

아이스박스에 냉매와 함께 포장된 제품이 최종 출고된다. 집반찬연구소는 팀프레시(새벽배송), 체인로지스(당일퀵), 우정사업본부(택배) 등 외부 물류업체와 제휴하여 당일배송, 새벽배송,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오전 9시까지 주문한 상품이 당일 생산공정을 거쳐서 각각의 물류 프로세스에 따라서 당일, 새벽, 익일에 전달되는 구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