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아이씨비, ‘알리바바 협력사’ 그 이상을 바라보는 방법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일주일에 한 편, 스타트업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 행사인 솽스이(쌍십일) 기간. 한국과는 별로 상관 없어 보이는 이 날에 난데없이 바빴던 한국의 물류업체가 하나 있다. 티몰에 입점한 한국 브랜드를 위한 한국부터 차이냐오의 지정 중국 물류센터까지의 역직구 물류를 처리하고 있는 업체 아이씨비(ICB)다. 아이씨비는 2013년 알리페이의 한국 공식 에이전트로 사업을 시작한 핀테크 업체로 2015년 1월부터는 알리바바의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의 한국 파트너로 물류사업까지 시작했다.

아이씨비의 지난해 솽스이 기간 처리한 출고량은 약 30만건. 아이씨비가 차이냐오 측으로부터 받은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중국 고객 주문부터 배송까지 48시간이다. 중국에서 중국으로 보내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 중국 전역의 고객에게 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종전 차이냐오가 요구한 배송시간이 5일, 3일내 배송이었다면 이번에는 특히 살인적인 일정이었다는 아이씨비 측 설명이다.

아이씨비는 목표시간을 달성하기 위해 물류센터 작업(Picking&Packing) 인력으로 평소보다 8~10배 많은 하루 약 200명의 인원을 충원했다. 아이씨비는 화물기, 여객기를 가리지 않고 ‘제일 빠른’ 선편에 화물을 선적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만들었다. 2017년까지는 전세기를 임차하여 중국까지의 물류를 수행했지만, 이 방식은 전세기가 가득 찰 때까지 대기 시간이 길어서 중국 고객까지 배송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는 데 그것을 극복한 것이다. 아이씨비에 따르면 지난해 솽스이 기간 동안 중국까지 48시간 이내 배송 달성률은 98%였다.

아이씨비가 인천 서구 오류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 5개층 총 연면적 4597평 규모로 이벤트 기간이 아닌 평시에는 하루 수천~수만건, 월평균 약 10만건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현재 티몰글로벌에 입점하여 판매하는 한국 브랜드는 60여개인데, 이들의 중국향 물류를 모두 ‘아이씨비’가 맡는다.(사진: 아이씨비)

아이씨비의 고민은 ‘중국’

아이씨비가 밝힌 지난해 매출규모는 약 220억원. 매출이 어느 정도 올라가고 보니 성장의 한계가 명확히 보였다는 게 아이씨비측 설명이다. 역설적으로 아이씨비가 가진 고민의 근원은 지금까지 아이씨비의 성장을 이끌었던, 아이씨비 역직구 매출의 9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 ‘중국 시장’이었다.

이한용 아이씨비 대표는 “아이씨비의 사명에서 CB는 ‘크로스보더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중국 일변도로 사업을 하고 있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시장이 사드, 메르스 등 정치, 문화적인 주변여건에 의해 흔들거리는 것을 보면서 중국은 중국대로 가지고 가되, 별도로 확장할 모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아이씨비는 중국이 아닌 아시아와 유럽시장까지 공략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업체가 될 것”이라 밝혔다.

아이씨비가 밝힌 중국 리스크 중 하나로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있다. 정치 갈등으로 비롯된 문제였지만, 결과적으로 사드 사태 이후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 고객의 선호도는 급감했다. 이는 곧 한국 상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업체들의 매출까지 영향을 줬다.

또 다른 문제는 물류였는데, 사드 사태 이후 한국제품이 중국 세관이나 물류센터에 묶여서 현지까지 배송되지 못하는 일들이 다발했다. 혹자는 이 현상의 원인으로 중국의 ‘보복성 통관’을 이야기했지만, 진짜 이유는 ‘정상적이지 않은 통관’에서 나왔다는 게 아이씨비 측 설명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통관이란 ‘관세’를 내지 않고 중국으로 상품을 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 면세점 등지에서 한국 상품을 통짜로 구매하여 중국으로 들여 와서 중국 고객에게 이커머스와 SNS 채널로 판매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사드 사태 전까지만 해도 보따리상의 판매 행보는 유야무야 넘어가거나, 세관원에게 kg당 비용을 내면 통과시켜주는 방식이 먹혔지만, 사드 사태 이후에는 아니었다. 통관에서 비롯된 문제가 속출했다.

이 대표는 “사드 사태 당시 아이씨비와 같이 모든 상품을 100% 신고하고, 세금을 내고 정상 통관하는 업체는 한 건도 물류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며 “우리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그레이 영역이라고 불리는 데서 편법을 쓴다면 더욱 저렴하게 물건을 보낼 수 있고, 마진도 많이 남길 수 있겠지만 사드 사태를 보면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 역시 정론으로 개척하는 것이 답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역직구 전략의 중심엔 ‘동남아’가

아이씨비가 중국 역직구 외에 새롭게 개척하는 시장은 ‘직구(인바운드 물류)’와 ‘역직구(아웃바운드 물류)’를 포괄한다. 구체적으로 한국 상품의 수요가 많은 동남아시아 시장은 ‘역직구’로 공략하고, 한국 소비자의 수요가 많은 유럽 시장은 ‘직구’로 공략한다.

먼저 역직구다. 아이씨비는 샤피(Shopee), 티키(Tiki), 라자다(LAZADA), 큐텐(Qoo10) 등 동남아시아 마켓플레이스들에 한국 상품 입점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해당 시장에 상품을 판매 니즈가 있는 YG, 라인, 청정원, MLB와 같은 고객사가 판매와 물류를 포함한 운영대행을 턴키(Turnkey) 계약으로 아이씨비에 맡겼다는 설명이다. 아이씨비가 티몰 입점 셀러의 물량을 한국 물류센터에 모아 처리하는 B2B2C 방식을 통해 중국까지의 물류비용을 EMS 대비 1/4 이하 수준으로 절감한 것처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같은 방식을 활용한다는 게 아이씨비측 설명이다. 한국에서 동남아시아까지의 물류는 포워딩업체인 판토스와 협의하고 있다.

김동철 아이씨비 부사장은 “YG의 경우는 굿즈(연예인 관련상품), 라인의 경우는 캐릭터 상품, 청정원은 매운 음식 등 ‘한류’를 대변하는 상품들을 동남아시아에 판매하고 있다. 한류 상품의 특징은 콘텐츠와 결합하여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편하다는 것”이라며 “아이씨비가 화주의 상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것이 30% 정도고, 나머지 70%는 제품을 원가로 받아서 마진을 남기고 판매하여 판매분 정산하는 방식으로 동남아시아에 한국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를 넘어 유통으로, 직구 플랫폼을 향해

두 번째는 직구다. 아이씨비는 2019년 하반기 자체적인 ‘직구 플랫폼’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씨비는 자체 직구 플랫폼을 론칭하기 전인 현재 위메프, 인터파크, 지마켓 등 한국 마켓플레이스에 셀러로 입점 판매를 하고 있다. 아이씨비가 투자한 업체인 레인지인터내셔널이 소싱하는 ‘앱터밀 분유’와 같은 독일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으며, 명품직구 플랫폼 ‘필웨이’ 상품도 제휴를 통해 한국에 입점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이씨비는 지난 2월 기준 월 5억원 수준의 직구 매출을 장차 월 5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분주하고 있다. [참고 콘텐츠 : 아이씨비, 레인지인터내셔널에 10억원 투자… “유럽 직구시장 공략한다”]

이 대표는 “아이씨비의 직구 서비스는 한국의 소비자가 아이씨비의 상품을 구매하면 레인지인터내셔널의 독일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한국까지 B2C로 발송하는 방식”이라며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네덜란드, 프랑스의 제품도 수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씨비 합정 사옥. 이 건물 1층에 필웨이와 협업하여 만든 명품 쇼룸이 들어선다.

아이씨비의 독특한 직구 전략 중 하나는 ‘오프라인 쇼룸’을 운영하는 것이다. 아이씨비는 필웨이와 협업하여 사옥 1층에 편집샵을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 전시된 물건들은 판매되는 용도가 아니다. 아이씨비의 결제 기술과 연결돼 QR코드만 찍으면, 바로 고객의 집으로 배송되는 구조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오래전부터 QR코드 결제를 통한 유통을 실험해 왔다. 사옥 지하 1층에 외부에도 공개되는 카페(디벙크)를 만든 이유도 암호화폐와 같은 새로운 결제수단을 테스트하는 샌드박스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며 “필웨이는 연간 1000억원 이상 거래액이 발생하는 플랫폼인데, 향후 아이씨비의 직구 플랫폼 론칭과 맞춰서도 협업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 설명했다.

아이씨비 사옥 지하1층에 있는 카페 디벙크 계산대에 보이는 결제 기술 테스트의 흔적들. 아이씨비가 돈 벌려고 카페를 차린 것은 아니다. 아이씨비가 개발한 결제 기술을 1차적으로 테스트하는 가맹점 역할을 이 카페가 한다.

아이씨비는 처음 결제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업체지만, 결제를 넘어서 물류로, 물류를 넘어서 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 역직구를 넘어서, 한류 상품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역직구와 벤더와의 제휴를 통한 유럽 직구 사업을 차근차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대표는 “결제, 물류, 직구 플랫폼은 모두 물류의 연장선”이라며 “알리바바의 신유통의 중심이 ‘물류’인 것처럼, 앞으로도 물류가 중심이 되는 유통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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