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타입드는 ‘문송’의 업무 환경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그렇죠. 가전은 가사노동의 어려움을 상당 부분 덜어줬고, 인터넷은 세상의 많은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해 그 결과물을 가져와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굳이 관공서에 가지 않아도 대부분의 서류는 집에서 컴퓨터로 뗄 수 있게 됐으니까요.

기술의 편리함은 업무의 영역으로도 당연히 파고들었습니다. 최근에 가장 뜨는 영역 중 하나가 ‘협업’ 부분입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조금 더 편하게 각자의 일을 하면서 또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가 많아졌는데요, 세상은 이런 걸 ‘협업툴’이라고 부릅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도 구글독스 같은 프로그램에서 공동으로 문서 작업을 하고,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국내외로 협업을 위한 툴도 많이 나왔습니다. 비즈니스캔버스는 이 영역에서 ‘핫’한 스타트업 중 하나입니다. 협업툴 ‘타입드’를 만드는데요, 구글독스와 같은 문서 작성 프로그램 위에 얹어 업무 관리를 편하게 하고, 조직 내 쌓여 있는 정보를 빠르게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에버노트에서 글로벌 전략을 짜왔던 트로이 말론이 전략 고문으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미국의 IT 스타트업 컨퍼런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배틀필드’ 같은 데서 한국 기업 중에는 유일하게 50 위안에 들었다는 낭보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클라우드로 제공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라 글로벌 진출도 쉽다고 이들은 주장합니다.

그러나. 저는 문송입니다. 사실 수많은 협업툴을 조금씩 깔짝대며 써보았지만, 끝까지 안착해 사용하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각자의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수많은 기능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저도 답답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들도 저를 보면 속이 터지겠죠. 아니 저걸 왜 저렇게 써? 하고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어디 저 하나만일까요? 문서 협업 프로그램의 타깃이 꼭 개발자만은 아니겠죠.

저같은 문송들을 위해서, 타입드는 어떤 협업툴인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비즈니스캔버스를 찾아 이 회사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신승헌 제품총괄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타입드가 그간의 협업툴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솔루션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일하는 환경까지 진짜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를요.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신승헌 제품총괄. 그 옆의 외국인이 트로이 말론 전략 고문이다.

문서 관리 협업툴은 이미 글로벌로 많이 있다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협업 서비스의 중점은 ‘지식 관리’ 영역에 있다. 결국에는 개인화된 지식 추천과 검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너무나도 좋은 협업툴이 글로벌로 많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직무관리나 업무 진척도를 관리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우리가 하는 것처럼 문서 기반으로 일하는 개인, 특히 지식 노동자들의 디지털 작업 환경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는 많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강점이 와닿지 않는다. 업무 관리 협업툴로 트렐로같은 것이 많이 쓰이는데

아사나나 먼데이와 같은 직무 관리, 진척 관리 툴이 있다. 그런데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직무와 진척 관리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고 개별적으로 체크하게 되어 있다. 실제 업무를 하고 나면 툴에 바로 반영되는 게 아니라, 업무를 다했다고 별도로 완료 처리를 해야 한다. 실제 문서 작업은 구글독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서 하는데, 이 일을 마치고는 협업을 위한 툴에 가서 완료했다는 업데이트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일을 위한 일을 한 번 더 하게 하는 케이스가 많았던 것 같다.

실제 업무에 쓰는 툴과 보고체계로 이용하는 툴이 다르니까 그렇다

그렇다. 실제로 일이 끝났을 때 같은 플랫폼 안에서 관리가 진짜로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한다고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많이 해소하려고 하고 있다. 실제 업무와 진척 관리를 통합한 하나의 협업 공간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게 다른 협업툴과의 일차적인 차이점인 것 같다. 두번째는, 처음에 말한 ‘지식관리’다. 그간의 협업툴이 말 그대로 업무관리에만 너무 많이 포커스를 하고 있어서 실제 업무에 기여하는 기능이나 효용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문서 기반으로 일하는 분들의 자료 활용을 더 쉽게 만들어주도록 개인화된 지식 추천과 검색으로 많이 파고 들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SaaS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이 수월할 거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닐 같다. 어디에서 기회를 보나?

지식을 추천하는 과정이나 알고리즘 같은 기능은 특정 지역에 한정받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당사자들이 활용해온 데이터, 그러니까 각 조직의 구성원들이 작성해온 문서나 자료 같은 것을 통합해서 그분들께 추천을 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 구애 받지 않는다. 또, 이런 기능은 글로벌 협업툴에서는 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타입드의 목적은 구글독스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문서도구를 대체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툴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구글독스나 마이크로소프트위에서 타입드를 통해 작업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구글독스 위에서 돌아가는 일종의 운영체제(OS)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든 구글에서 일하든, 타입드 OS를 얹혀서 일을 하면 실제 작업과 진척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실제 작업이 되면 그만큼의 진척이 보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입드의 1차적인 목표다.

지식관리나 추천은 익숙한 단어지만, 어떤 점에서 특별할 있는지는 모호한 같다. 예를 들어서 슬랙같은 데서도 과거 조직원들이 업데이트 해놓은 자료를 검색해서 찾아 있다.

예를 들어서 논문이나 기사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타입드에서 이 문서의 맥락을 파악해서, 참고하기 좋은 자료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는 개념이다.

추천은 로컬 컴퓨터 안에서 이뤄지는 것인가, 아니면 검색을 포함하나?

현재로서는 이미 갖고 있는 자료들 중에서만 추천을 하고 있는데 외부로도 확장할 계획이다.우선은 내부 자료부터 시작한 이유가 있다. 내부 자료들이 더 품질이 놓고, 업무 유관성도 높다고 가설을 세웠다. 추후에 외부로 나아가는데, 모든 소스를 다 취급한다기 보다는, 사용자가 선택할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소스의 풀 안에서 추천이 되도록 방향성을 잡았다.

업무 비서의 역할처럼 보인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천은 키워드 중심일 테니 문서에만 해당될까?

일단은 그렇지만, 경계를 두려고는 하지 않는다.

신승헌 비즈니스캔버스 제품총괄

구글독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위에 OS처럼 얹혀가는 기능이라면, 이런 기능을 회사들이 직접 하려고 하지는 않을까?

조금 어렵다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은 아주 좋은 문서 작성 툴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도 알고 그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은 수집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우리는 직접 확보해서 추천 엔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특정 문서를 만들 때 무엇을 참고하는지, 그 참고자료의 어느 부분을 얼마나 참고하는지 우리는 수집이 가능하다. 우리가 가진 고유한 데이터 셋으로 추천이 가능한데, 그런 일들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하기는 어렵다.

타입드는 그런 트래킹이 가능한가?

이용자가 우리 플랫폼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그 기록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사전에 다 허락을 맡고 있다. 이용 계약을 할 때 동의를 모두 구한다. 게다가, 우리가 확보하는 데이터 셋은 문서 간 연관성이지 문서의 내용 그 자체는 아니다. 문서에 어떠한 내용이 들어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이용자들이 A라는 작업을 할 때 B라는 자료를 얼마나 많이 활용하는지, 그 교류의 횟수로 관계성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다. 앞으로 타입드가 가진 숙제는, 문서의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도 고도화된 추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고.

장점이 많다고 해도 사람들이 도구를 쓰도록 설득시키는 다른 이야기 같다. 하나의 도구를 쓰도록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설득이 가능할까?

제품의 철학을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로 잡았다. 이미 문서 작업하는 툴이 무엇이든 그것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위에 탑재하는 형식으로 가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이다. 그래서 저희가 설득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대체하지 않고 그냥 같이 쓰면 된다”라고 접근을 많이 한다. 대신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백지에서 문서 작업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가장자리 빈 공간에 업무에 유용할 수 있는 파일이 추천된다는 것을 알리면, 그런 부분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제품을 알리는 건 어떻게 알리고 있나?

시장 진입 전략에 있어서, 타깃하는 페르소나는 우선 초기 스타트업이다. 타입드라는 제품이 해소하는 문제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분산된 자료를 한 군데 모으는 것, 두번째는 파편화된 워크 플로우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해외 엑셀러레이터들과도 많이 협업을 했는데, 이런 기능을 초기 스타트업들이 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타입드 채택할 있는 시장 규모는 어느정도라고 보나?

글로벌 SaaS 기장은 매우 크다. 그렇지만 일단 우리의 강력한 경쟁력은 구글 워크스페이스 이용자에 접근이 쉽다는 것이다. 구글 워크스페이스 이용자가 30억명 정도 되는데, 그중 10%가 타입드를 쓰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구글에서도 우리의 전략을 환영하는 것이, 타입드의 사용자 중 20~30%는 타입드를 통해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SaaS 쓰는데 한달에 1~2만원의 돈을 내는 것을 장벽으로 느끼기도 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나?

개인 소비자가 돈을 내야 하면 매우 민감할 것 같다. 그런데 타입드는 기업 시장을 우선하고 있다. 기업 같은 경우에는 시간과 비용 절약, 실질적인 효용을 검증하면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낼 의사가 있다.

최근에 에버노트에서 글로벌 확장 전략을 총괄했던 트로이 말론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타입드의 글로벌 확장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에버노트가 처음 만들어져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장을 만들어냈던 분이다. 타입드도 그때의 에버노트와 비슷하게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타입드와 같은 협업툴이 왜 필요한지를 알리는 역할을 트로이 말론 고문이 맡아줄 거라고 본다.

미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국내 IT 기업이 글로벌 진출해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현지 문화를 모르거나, 혹은 현지화에 올인하지 않을 경우에 진출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SaaS 경우에는 다른가?

잠재 고객의 문화를 잘 알아야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으므로 현지 문화를 잘 아는 것은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 직원 중에 미국에서 오래 살아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그러나 지금 우리가 판단하기에는, 업무용 툴에 관해서는 지역 간 차이보다 세대 간 차이가 조금 더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일하는 방식과 중국에서 일하는 방식, 한국에서 일하는 방식이 너무 달랐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지역 간 차이는 줄어들었다. 한국의 1~2년차 스타트업과 미국의 1~2년 차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할 거다. 대신 세대간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세대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업무 툴이 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그렇다. 업무에 새로운 툴을 도입하면서 작업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서 완전히 이메일만 사용하는 조직과 업무용 채팅 툴을 사용하는 조직은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미묘한 차이점 들로 조직의 운영 방식 차이가 많이 벌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이메일을 쓰는 조직에서는 하나의 보고서를 결제 받기 위해서 위로 올라가고, 올라가고,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슬랙 같은 툴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결제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면, 몇천만원 짜리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고 슬랙에 메시지를 보내면, 대표는 그걸 보고 그냥 ‘오케이’를 뜻하는 이모지 하나만 보낸다. 그럼 이게 바로 통과되는 거다. 이런 사소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제품에 차이를 크게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원격근무로의 전환이다. 한국은 아직 동시간대에 한국인들끼리 한 군데 모여서 치열하게 일하는 방식이 많긴 한다.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 여러 인종이 여러 지역에서 여러 시간대에 일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점차 그렇게 변할 거라고 본다.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해외의 인력을 채용하고, 원격근무로 일하는 방식이 좀 더 활성화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반을 협업툴이 조금씩 마련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공동창업자이자 제품총괄의 입장에서 회사의 비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일을 쉽고 효율적으로 하게 만드는 것이 비전이다.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는데, 이 변화를 수용하는 걸 넘어서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을 만드는 것이 지속적인 비전이 될 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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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타입드…인터뷰하시는분 조차 타입드가 뭐가 좋은지 제대로 설명 못하시는것같은데ㅜ 기술적으로도 금방 만들수있는 프로덕트이고 그렇다고 문서관리문제를 드라마틱하게 바꿔주는것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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