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테헤란로의 바퀴벌레, 뉴욕의 나비를 꿈꾸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소개합니다.

요즘 웬만한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보면 오른쪽 구석에 작은 상담 버튼이 있는 경우가 많다. 제품이나 구매에 대한 문의를 할 수 있는 상담창구다. 지루하고 짜증나는 ARS 전화 대신 간단한 채팅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다.

이 상담버튼을 제공하는 회사는 채널코퍼레이션이다. 채널코퍼레이션이 서비스하는 ‘채널톡’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객상담 툴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성장해 이제는 연간 반복 매출(ARR)이 360억원에 달하게 됐다.

아마 채널톡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는 ‘최근에 창업한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이 회사는 설립한 지 14년이나 된 ‘늙은(?) 스타트업’이다. 아이폰이 한국에 막 출시되고, 카카오톡이 세상에 등장할 즈음인 2010년 두 대표가 의기투합을 했다.

채널코퍼레이션 김재홍 공동대표

지금이야 채널톡으로 각광받는 스타트업이 됐지만, 두 대표는 창업이후 살아남는 것조차 힘들어하며 발버둥 친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래서 채널톡의 설립자 최시원 김재홍 공동대표를 두고 ‘테헤란로의 바퀴벌레’라는 웃지 못할 별명도 생겼다. 핵전쟁이 일어나도 살아남는다는 바퀴벌레처럼 테헤란로에서 절대 죽지 않고 살아남은 스타트업이라는 의미다.

바퀴벌레의 탄생과 좌절

두 대표가 처음 시작한 서비스는 ‘애드바이미’라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이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워가 많은 유명인이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개하면 성과에 따라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이었다. 애드바이미는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인 5억원의 초기투자를 받았다. 당시 두 대표는 20대였다. 20대의 야심찬 청년이 창업하자마자 5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니 의기양양한 것은 당연했다. 김재홍 대표는 당시를 두고 “스타트업으로서 하면 안 될 일들을 다 했다”라고 회고했다. 예를 들어 당시 애드바이미는 직원이 10명인데, 이사진이 7명이었다. 한국에서도 자리잡지 못한 회사가 투자를 받았다고 미국과 일본에 동시에 진출했다. 김 대표는 “할 수 있는 실수란 실수는 다 하고, 몸으로 전부 때려 맞으면서 4년을 보냈고 피봇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애드바이미는 성장의 한계로 포기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애드바이미는 ‘쿠키’라는 서비스로 변신했다.

쿠키는 가상화폐 기반의 SNS였다. 애드바이미를 통해 “광고는 뭐니뭐니 해도 미디어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디어를 가져야 다른 비즈니스도 펼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광고가 없이도 콘텐츠 공급자들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지 않았고, 그래서 투자를 받지 못했다. 결국 빚만 떠안고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분명히 엄청나게 열심히 했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성공하지 못하는 현실은 좌절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당시에 대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충격과 공포였다”고 전했다.

이 때 두 대표를 사로 잡은 것은 아마존 제프 베조스 창업자가 말하는 ‘고객 집착’이라는 단어였다. 경쟁사를 의식하거나 기술에 집중하지 말고,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는 데 집착하라는 철학이다.

돌아보면 서비스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지금 각광을 받는 마케팅 방식이고, 가상화폐도 의미있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고객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고객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이 때 두 대표는 베조스의 철학을 이어받아 ‘커스터머 드리븐(고객 중심)’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었다. 고객을 심장에 두고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지금도 채널톡은 틈난 나면 ‘커스터머 드리븐’을 외친다.

커스터머 드리븐이라는 철학 아래 등장한 서비스는 의외로 오프라인이었다. 모든 온라인 사업자들은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분석 툴을 이용한다. 누가 어디를 통해 방문하는지, 방문해서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머무는지, 재방문은 얼마나 많이 하는지 등을 분석한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고객에 대한 분석을 하지 못한다. 주인이나 점원의 기억력에 의존할 뿐이다. 오프라인 사업자도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도구를 필요로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워크인사이트라는 서비스였다. 고객 스마트폰의 신호를 감지해 고객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한다. 매장 앞을 지나가는 잠재 고객 중 몇 명이나 매장 안에 들어오는지, 얼마나 매장에 머무는지, 구입까지 이어지는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고객의 니즈에 기반한 서비스는 역시 반응이 좋았다. 서비스를 내놓고 매년 두 배씩 성장을 이뤘다. 아모레퍼시픽,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ARR(연간반복매출)이 40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 역시 끝내 좌절을 맛봤다. 문제는 기술이었다. 스마트폰의 디바이스값을 수집해 분석을 했는데 애플이 이를 막았다. 고객이 가장 관심이 많았던 ‘재방문’ 데이터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이 역시 안정적인 비즈니스가 되지 못했다.

채널톡의 등장, 생존을 넘어 나비가 되는 꿈

부분적 성공을 경험했던 워크인사이트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고객의 중요한 문의가 들어왔는데 이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2~3일이나 흐른 후에야 알게 되는 일이 빈번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채널톡이다. 채널톡은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합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하면 고객의 문의를 놓칠 일이 줄어든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수시로 대화를 해야 해서 항상 열려 있다. 이 채널에 고객의 문의가 들어오니, 고객의 메시지를 놓칠 일이 없어졌다.

‘커스터머 드리븐’이라는 철학은 계속됐다. 채널톡이 인기를 끌고 채널톡 이용 기업도 고객문의가 늘어나다 보니 고객 응대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챗봇 기능을 통해 문의를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배송 주소 변경 같은 반복 되는 문의는 내부 직원이 투입될 필요 없이 고객 스스로 채널톡에서 바꿀 수 있게 됐다.

또 마케팅 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고객사를 보면서 채널톡에 마케팅 기능을 넣었다. 고객의 문의를 받는 창구인 동시에 고객에게 마케팅 메시지를 보내는 창구가 됐다. 전화 문의도 받고 싶다는 요구에 전화 기능을 추가했다.

채널톡은 3일 서울 강남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채널콘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알프(ALF)’와 ‘커맨드(Command)’라는 새로운 기능 출시를 예고했다. 단순문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위한 기능이라는 게 최시원 대표의 설명이다. 알프는 거대언어모델(LLM)과 RAG(검색증강생성)을 이용해 고객 문의를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커맨트는 단순·반복문의 응대에 필요한 액션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질문을 하기 전에 질문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보여주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채널코퍼레이션 최시원 공동대표

패션 쇼핑몰 ‘라룸’은 지난 한 달 동안 알프를 활용하는 비공개 베타 테스트에 참여했는데, 전체 고객문의 30% 감소, 알프를 통한 단순문의 해결률 55%, 커맨드를 통한 해결률 80%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런 ‘커스터머 드리브’ 전략으로 채널톡은 테헤란로의 바퀴벌레를 벗어났다. ARR은 360억원을 돌파했고, 고객수도 16만개사를 넘어섰다. 한달에 채널톡에서 오가는 메시지가 500만건을 넘어섰고, 98%의 고객이 떠나지 않고 계속 채널톡을 이용한다. 음성 통화도 155만분(1000일)을 넘었다.

이제 테헤란로의 바퀴벌레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경을 벗어나고 있다. 첫번째 타깃 국가는 일본인데 매우 성공적이다. 현재 25% 이상의 매출이 일본에서 발생한다. 베이크루즈, 빔즈 등 유수의 일본 핵심 패션 브랜드 포함 총 1만6000개의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난 해 6월에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지사를 설립했다. 김재홍 공동대표가 직접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직 10명 정도의 작은 조직이지만, 창업자이자 공동대표가 직접 시장을 개척한다는 건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시원 대표는 “인구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 산업의 급성장으로 CS와 고객관계관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채널코퍼레이션의 기술로 단순 문의를 처리하고, 사람은 더욱 중요한 상담에 집중해 구매전환율을 높이고 고객관계에 힘쓸 수 있도록 조력해 글로벌 CX 산업의 패러다임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업데이트

앞으로 채널톡과 관련해 새로 나오는 뉴스나 관련 기사는 하단에 계속해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새로 궁금한 소식이 있다면 계속해 찾아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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