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의사를 위한 대출 상품, 이걸 왜 만드냐고요?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의사들을 위한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상품이 있다?

직장인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의사들은 언제 대출을 받을까. 페이닥터의 경우 일반인처럼 집을 구하거나 결혼을 할 때 큰돈이 필요하다. 개원의사는 몫 좋은 곳에 큰 규모의 병원을 열 때 대출을 필요로 한다. 물론, 신용도가 높은 의사들은 1금융권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대출규제가 강화된 요즘 같은 경우 한도가 낮아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의사들을 위한 금융상품이 있다. 아니, 이들을 위한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회사가 있다. 온투업체 모우다는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의사를 위한 대출 상품을 만들어 공급한다. 

의사는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투자자들은 신용도가 높은 의사들에게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의 수요가 맞아 떨어진다. 이 둘을 이어주는 모우다는 ‘의료금융’이라는 특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온투업에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 출신인 전지선 대표는 오랜 시간 정치학을 전공했다. 통계를 활용한 게임이론 등을 연구했던 이력이, 지금의 모우다에서 신용평가 등의 데이터 사이언스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전지선 대표를 만나 왜 교수직을 뒤로 하고 온투업을, 그것도 의료금융을 선택했는지 또 어떤 상품을 서비스하고 있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우다는 어떤 회사인가?

한 마디로 의료 금융 플랫폼이다. 2016년부터 개인간개인(P2P)금융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해, 2021년부터 산업이 제도권에 편입되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으로 불리고 있다. 

다른 온투업 회사들과 다른 점은 대출을 받는 차입자들이 ‘의사’라는 점이다. 의사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의 연봉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의사들도 대출이 필요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보통 의사가 되기 위해선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거쳐야 하고, 남자일 경우 군대도 다녀와야 한다. 모든 시기를 지나 의사가 됐을 때 평균적으로 약 35세 정도 되는데, 그 전까지 연봉이 낮은 구간을 지난다. 그 사이 서울에서 집을 구해야 한다거나 차를 사거나, 결혼을 하는 등 큰돈을 써야 할 때 근로소득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또 대출규제로 인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낮다. 이럴 때 주로 연차가 낮은 일명 ‘페이 닥터’들, 수련 과정에 있는 젊은 의사들이 모우다에서 대출을 받는다. 

개원 의사들도 대출이 필요하다. 지역이나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른데, 예를 들어 임대로 작은 평수의 가정의학과를 개원한다고 하면, 약 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반면, 상권이 발달된 곳에 큰 규모로 병원을 차린다고 하면 30억원에서 40억원은 기본이다. 이때 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의 규모가 크진 않은데, 부족한 자금을 모우다를 통해 대출을 받는다. 

개원 의사들의 경우 어느 지역에 얼만큼의 규모로 병원을 개원했는 지에 따라 평생 소득이 달라질 수 있어, 좋은 조건의 지역에 시설 좋은 병원을 차리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 

초년생 의사와 개원 의사가 주요 고객군으로 보이는데, 각 대출 비중은 얼마나 되나?

대출 잔액기준으로 봤을 때 페이닥터가 약 15% 정도고, 나머지 85%는 개원 의사다. 

개원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은 2016년 12월 이후로 지금까지 쭉 집중을 해왔다. 페이닥터 대상의 상품은 2022년 출시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모우다 투자상품 종류

의사들은 일반인 대비 신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연체율은 어떤 편인가? 

신용등급으로 치면 4~7등급 사이를 중신용자로 보는데, 전체 의사들 중에서 저신용자의 비중이 약 2% 정도다. 전반적으로 신용이 좋은 편에 속하는 것은 맞다. 병원을 개원했다가 잘 안되더라도 의사로서 고소득 직장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전반적으로 신용이 좋은 편이다. 

신용평가 시에는 기존 금융권과 기준이 다른가?

개원 의사의 신용평가를 할 때 신용점수 등을 당연히 참고하는데 이외에도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있다. 개원의사의 경우 대출 상품이 개원 6개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개원 6개월 이전일 경우 개인신용대출에 해당된다. 이때 의사의 개인신용점수나 병원 과 등에 따라서 신용평가가 이뤄진다. 대출 한도는 1억원이다. 

개원 6개월 이후가 지난 병원은 매출 데이터를 신용평가 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용카드매출신탁 상품에 해당된다. 대출 한도는 평균적으로 월 매출의 150~200% 사이다.

의료 금융이 국내에선 생소하다. 창업 전에도 의료금융에 관심이 있었나?

창업 전에는 교수였다. 정치학을 전공해 석사과정을 밟은 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3년간 교수를 했다. 그리고 안식년을 맞았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로 결심하고 모우다를 만들게 됐다. 

전공과목이었던 정치학에서 주로 게임이론을 연구했다. 통계모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선거결과 등을 예측하는 내용의 논을 쓰기도 했다. 

연구했던 분야가 신용평가 등 지금의 모우다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 같다.  안정적이고 사회적 지위를 가진 교수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창업한 계기는 무엇인지?

개인적인 성향이 크다. 다이나믹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다. 교수를 하면서 어느 정도의 성취감을 느꼈고, 그 다음 평소에 가졌던 아이디어로 사회에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논문은 학계에 영향력을 줄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긴 쉽지 않다. 

당시 미국의 P2P대출 업체 랜딩클럽이 화제였다. 국내에서도 P2P금융이 이제 막 꿈틀거리기 시작,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을 듯한 분위기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P2P금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내가 가진 스킬셋도 적합하고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서 개발자 미팅 등을 통해 사업을 준비하고 빠른 속도로 회사를 만들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온투업 중에서도 왜 의료금융이었는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의료금융을 염두에 뒀었다. 초기 멤버들 중에 의사들이 있어, 개원 시 대출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신용대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정형화된 데이터가 필요한데 당시 방대한 데이터를 구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개인 신용대출을 멈추고 집중할 수 있는 세부 분야를 찾은 것이 의료 금융이었다. 개원 의사들의 경우 공개 데이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매일 보여주는 자료도 있고, 병원 매출자료는 공개된 데이터가 있어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됐다. 

주 차입자가 의사인데, 의사에게 보통 어떤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업과 다른, 특별한 경로나 방식이 있는지?

과거에는 여러 시도를 많이 했었는데 영업을 위해 직접 병원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부동산을 다니면서 병원 시세정보 등의 데이터를 발품 팔아서 모았다. 그리고 상품 설명서 들고 회사 근처에 있는 병원을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으나 쉽진 않았다. 

지금은 의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플랫폼에 배너 광고로 회사 상품을 노출하고 있다. 또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 단체와 접촉을 하거나, 병원 컨설팅 업체들과 협조하고 있다. 

사실 온투업이 제도권에 편입되기 전 가장 큰 애로사항이 ‘대부업’이라는 타이틀이었다. 대출을 받게 되면 계좌에 대부업이라고 표기가 되는 점 때문에 계약이 왕왕 무산됐다. 온투업 이전에 페이 닥터를 적극적으로 출시하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온투업이 제도권에 편입되고 나서부터는 고객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8월에 온투업에 등록이 됐는데, 이와 함께 매출도 성장하기 시작했다. 대출잔액이 2021년 말쯤 30억원대에서 2022년도 말에는 60억원대로, 2023년 말에는 100억원대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 중에도 의사가 있나?

있다. 의사 투자자의 경우 개인 소액 투자자보다 투자 규모다 더 크다. 온투법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투자 한도는 4000만원인데, 대부분의 의사는 소득적격투자자로 가입되어 한도가 1억원이다. 의사 투자자들은 별도의 회원등급을 통해 관리를 하는데, 2년 사이 회원들이 두 배 늘었다. 

의사 투자자들은 주로 페이 닥터 상품에 투자한다. 아무래도 의사들 사이에서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는지?

2017년 첫 거래를 시작해 3번 정도 거래를 한 건강검진 전문 병원이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위치해 있는데, 지금은 유명하고 흑자도 큰 규모로 나는 곳이지만 과거엔 사정이 좋지 않았다.

병원 중에서도 검진센터는 특수하다. 검진이 특정 시기에 몰리기도 하고 기업 고객의 경우 연말(10월~12월)쯤 검진 채권을 한 번에 정산해주기 때문에, 일반 병원에 비해 회전율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검진센터는 3년 정도면 흑자전환이 되는데 이 병원의 경우 5년이 걸렸다. 

당시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이 병원의 개원 행정절차가 늦어졌다. 그러면서 기업과의 계약도 불발 됐는데, 일반적으로 검진센터와 기업과의 계약은 상반기에 이뤄진다. 그러나, 개원 승인이 늦어지면서 기업 고객을 놓치고 메르스 확산으로 개인 고객도 줄었다. 

결과적으로 한 해 농사를 망쳐 운영 자금이 필요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매출이 좋지 않아 대출을 받을 수가 없었고, 모우다를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했다. 지금은 큰 규모의 흑자가 나는 유명한 병원이다. 

모우다 서비스 화면

일반 온투업체는 온투법과 대부업법의 지배를 받는데, 모우다의 경우 의료법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렇다. 실제로 의료법에 신경써야 하는 상품을 기획하다가 중단하기도 했다. 병원 개원 시 플랫폼에 홍보를 하는데, 이 경우 모우다가 영리적인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한 걸로 비춰질 수 있어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의료법상 병원 간판에 전문의인지 일반의인지 표기를 해야 하는데, 모우다는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상품 내용에 이러한 안내를 하고 있다.

회사의 투자 유치 이력은 어떻게 되는지?

창업 초기 의사들로 이뤄진 개인 소액 주주들에게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 또 2022년 12월 기관투자로부터 14억원, 작년 말 개인투자조합으로부터 약 8억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이 다른 온투업체와의 차별성, 전문성을 긍정적으로 봐줬다. 

회사의 실적은 어떤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흑자전환을 할 계획이다. 거래액이 조금 더 늘어나면 손익분기점(BEP)이 월간 기준으로 맞춰질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온투업 기관투자와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혁신금융으로 풀어주겠다고 밝혔다. 긍정적으로 논의 중인 기관투자자가 있는지?

그렇다. 온투업 등록을 할 때도 저축은행 몇 곳과 논의를 하기도 했었다. 최근 빠른 속도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데이트

앞으로 모우다와 관련해 새로 나오는 뉴스나 관련 기사는 하단에 계속해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새로 궁금한 소식이 있다면 계속해 찾아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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