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동대문 시장의 디지털 변혁…동테크 이끄는 ‘링크샵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일주일에 한 편,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동대문 시장은 나에겐 별나라 같은 존재다. 국내 최대의 패션 클러스터인 이곳에서는 디자인, 생산, 도매, 소매까지 이뤄지는데, 나 같은 사람은 잘 알지 못했던 신기한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사입삼촌, 화물삼촌 등 각종 정체 모를(?) 삼촌들이 난무하고,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며칠만에 이뤄지는 초초초 패스트 패션 시장이다.

국내 패션몰 창업자는 대부분 동대문에서 옷을 떼다가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임블리, 스타일난다 등 유명한 패션몰들도 이렇게 시작했다.

하지만 패션 쇼핑몰을 창업하는 사람에게 동대문 시장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동대문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 쇼핑몰 창업자는 최대한 자주 동대문 시장을 둘러보며 상품을 골라야 한다. 이것이 쉽지는 않다. 밤마다 동대문에 들르기도 어렵고, 원하는 상품이 있어도 제때 공급받기 힘들다. 이 때문에 ‘삼촌’이라 불리는 일종의 에이전시들이 사입을 비롯해 운반 등을 대행해 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동대문 시장은 가장 디지털화가 더디게 진행된 곳이다. 의류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직접(또는 사입삼촌이)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결제는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진다. 전자세금계산서 같은 걸 기대할 수 없다. 쇼핑몰 입장에서 보면 최종 소비자에게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판매하는데, 공급망 프로세스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별나라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철저하게 오프라인 중심으로 형성된 동대문 시장을 디지털로 바꿔 나가고 있는 회사, 바로 ‘링크샵스’다.

링크샵스는 동대문 도매상과 소매상(쇼핑몰)을 연결해주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도매상은 자신의 상품을 링크샵스 플랫폼에 올리고, 소매상은 온라인에서 원하는 상품을 골라 주문을 넣는다. 결제도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철저하게 오프라인에 존재했던 동대문 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일을 이끌고 있는 서경미 대표(CEO)와 오영지 부대표(COO)를 동대문에 있는 링크샵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른쪽부터 오영지 부대표, 서경미 대표, 이기일 CTO

링크샵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글로벌 패션 뷰티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다. 동대문 도매시장이 연간 거래액 30조원의 큰 시장인데, 지금까지는 오프라인에서 폐쇄적으로, 현금으로 형성돼 왔다. 이 시장을 일반 온라인 커머스처럼 만들려고 한다. 현재 링크샵스에는 동대문 도매상의 절반 이상이 입점해 있다. 그들이 상품을 올리고 판매하는 활동을 링크샵스 플랫폼에서 하고 있다. 주요 바이어들은 한국에 있는 온라인 쇼핑몰, 로드샵, 인플루언서 등이다. 저희는 도매상과 이들을 연결하는 중개자다.

과거에는 소매상이 도매상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대문에 가거나 사입삼촌을 통해 돈을 보내고 주문서를 보내고 했었다. 그런데 이 모든게 다 합법적이라든가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이것을 온라인  커머스라는 플랫폼에서 안착시킨 것은 저희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 아직 동대문 전체 거래에서 저희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하지만 매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얼핏 보면 사입 대행 회사 같은데?

그것도 맞다. 도매상에서 저희를 볼 때는 하나의 쇼핑몰이거나, 온라인 삼촌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대체 누군데 한달에 200억원을 떼어가? 니네 누구야?  이렇게 된거다. 이런 과정 있기 전에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저희가 팔아주기 시작하니까 관심이 올랐다. 이제 동대문 안에서는 링크샵스가 도매 쇼핑몰이라는 인지도가 생겼다. 처음에는 ‘온라인에서 팔면 동대문에 안 오는거 아냐?’하는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얘네들 덕분에 우리가 못만났던 손님을 만난다는 인식이 생겨 파트너로 인정 받고 있다.

링크샵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각각 전달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소매상의 경우에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도매상은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데 집중하면 나머지는 링크샵스가 다 해드리겠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소매상은 상품 기획이 핵심이다. 그래서 상품소싱, 계산서 처리, 정산처리 같은 비본질적인 업무는 링크샵스가 한다. 정산 서비스에 대한 소매상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동대문은 현금 거래여서 깔끔하게 진행이 되지 않았다.

동대문 도매상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세 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스스로 마케팅을 할 수 없었다. 도매상 입장에서는 링크샵스를 영업 대행이나 마케팅 에이전시처럼 사용하면, 저희를 통해 신규 고객을 모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가치다.

동대문은 철저한 오프라인 문화였다. 이를 어떻게 나가나.

동대문 상인들이 좋은 기술이 있는 거를 몰라서 못 쓰는게 아니다. 요즘 영세한 식당에도  PoS(판매시점관리)는 있다. 현금 거래의 이점 때문에 거부했던 거지 몰랐던 게 아니다.

링크샵스는 타이밍이 좋았다. 소매업자가 10년 전에는 모두 로드샵이었는데, 이제는 온라인 사업자로 바뀌었다. 온라인 사업자는 거래명부를 더이상 숨길 수 없게 됐다.  임블리나 스타일난다처럼 규모가 커지면서 세금 이슈가 불거졌다. 소매상의 세금 이슈가 도매상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도매상도 오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매상을 도울 사람이 누구냐 했을 때 옆에 있던 좋은 친구가 링크샵스다.

링크샵스를 창업하게 계기는 무엇인가.

서경미 대표 : 제가 2001년 미국에서 패션 소매업과 도매업을 했다.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이 시장을 알게 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시스템을 온라인화 시키고 싶었다. 어느 나라나 이 시스템은 낙후돼 있다. 2000년대 초반 알리바바의 성장을 봤다. 알리바바가 뭘 도와주는지 봤다. 그 땐 중국의 물건을 구입할 때 리스크가 있었다. 알리바바는 바이어를 보호해주고 에스크로를 해주면서 알리바바를 써야 하는 이유를 만들었다.

유학이 끝나고 2008년 한국 들어와서 2012년 초까지 동대문에서 도매 매장을 직접 운영했다. 그 때 이 시장이 왜 온라인으로 가야하는지 필요성을 느꼈다. 2012년에 법인을 설립했다.

시작하자마자 망했다. 장사 경험은 많았지만 회사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회사 운영을 잘 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을 수소문했고, 오영지 부대표를 소개받았다.

오영지 부대표 : 만나자마자 쉽게 합류를 결정했다. 저는 경영전략을 주로 했었다. 웅진의 전략기획실에서 일했다. 마지막으로 신사업을 했는데 이게 현재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남대문 아동복을 커뮤니티 기반의 커머스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그 사업은 잘 진행되지 않았다.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 기업이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이 사업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서 대표를 만나게 됐다. 기업에서는 못했지만 스타트업은 가볍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작하자마자 망했나

IT를 가볍게 생각했다. 외주에 맡기려고 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워가는데 아주 많은 힘든 과정을 겪었다. 외주를 맡겼는데 개발물이 잘 안나오기도 했고, 그래서 개발자가 들어왔는데 잘 못하거나 개발자도 아니면서 속인 경우도 있었고, 개발자가 개발물을 들고 나간 경우도 있었다.

법인을 설립하고 나서 링크샵스까지 몇 번의 서비스를 올렸다 내렸다 반복했다. 링크샵스를 열기까지 4년은 끊임없는 나락으로 땅을 파고 지하구덩이까지 들어갈 정도로 사고를 수습하고 수습하면서 버티고 버티던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하나의 물고가 터지기 시작하니까 제대로 돌아갔다. 그 때가 맞는 타이밍이었던 거 같다.

대표님은 동대문에서 장사 몇년 했나? 교훈을 얻은 있다면?

3년 반을 했다. 이 사업을 하고 싶어서 동대문에 들어가서 상인이 된 케이스다. 왜 이사람들이 24시간 빡세게 사는지, 각 나라의 패션 도매 상권의 주류는 왜 한국사람인지, 이분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시장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배우고 싶었다.

도매를 캐시카우로 갖고 가고 싶기도 했었는데, 한쪽으로 치우치면 중개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정리했다.

링크샵스의 현재 거래액은 얼마인가?

매달 성장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220억원이었다. 가을 겨울이 되면 시장이 커지기 때문에 더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동대문 전체 거래의 1% 수준도 안된다. 아직은 만나지 못한 시장이 굉장히 많다.

요즘 유니클로나 자라 같은 SPA 인기가 대단하다. 동대문 시스템이 앞으로도 유지될까?

SPA 얘기가 1~2년 된 게 아니다. 유니클로 때문에 동대문에서도 베이직한 라인은 죽었다. 하지만 여기도 변화한다. 이제는 트렌디한 상품 쪽으로 집중한다. 어떤 패스트 패션보다 빠른 곳이 동대문이다. 트렌디 함이 가장 큰 승부다. 동대문이 경쟁력을 키우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게 더 트렌디한 상품을 더 좋은 가격에, 더  잘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저희 메시지가 ‘본업에 집중하세요’다. 나머지는 저희가 한다. 고객인 사장님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저희가 성공한다.

동대문에는 해외 바이어도 있지 않나?

동대문의 좋은 상품을 만나지 못한 해외 바이어들이 많다. 해외의 작은 소매상들이 한국의 물건을 구매해서 판매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이들도 동대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와야 했다. 비행기표, 통역에이전시, 숙소 비용이 많이 든다. 또 세금문제도 처리하기 어려웠다. 비효율성이 많았다.

우리는 여기부터 해결을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중국 상인이 링크샵스 앱을 열면 중국어로 도매상품을 볼 수 있고, 알리페이로 결제 할 수 있고, 중국어로 CS(고객문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면 된다. 알리바바 같은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수수료 이외에 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있나.

동대문은 아직 감으로 만든다. 작년 이맘때 잘 팔았던 거 같은데 하는 감으로 만든다. 이런 거 중에 데이터로 풀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저희에겐 거래 데이터, 가장 잘 팔리는 상품 등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 도매상에 미리 통계적으로 소스를 주고, 생산량 조절을 도와줄 수 있다. 이런 것들도 BM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소매상에 안내하면 좋은 콘텐츠도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장님은 어떤 상품을 검색했지? 이런 것도 있다.

IT 부족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IT 로드맵 같은 있나.

작년까지는 거래의 프로세스를 플랫폼화 시키는데 집중했다. 현재 소매상용 앱, 도매상용 앱, 사입자 앱 세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IT인력이 20명이다.

이제는 단골 브랜드 외에 새로운 물건 찾고 싶을 때 수많은 아이템 중에 좋은 아이템을 어떻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까를 돕는 걸 하려고 한다. 아마존이 하는 걸 하고 싶다. 사장님의 위치 위치나 연령대, 쇼핑몰의 스타일, 가격대 등에 따라 알맞은 상품을 추천해주는 기능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글로벌 무역을 할 때 서류작업 이런 거를 간편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하다. 관세 같은 세금 문제를 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동대문의 모든 것을 온라인화 해서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앞에서 언급한 이외에 하는 활동도 있나

소매상 교육을 많이 한다. 많은 경우 쇼핑몰 만드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다. 그래서 폐업률이 높다. B2C  채널은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잘 돼 있는데, 동대문과 연결이 어렵다. 창업자들이 동대문을 어려워한다. 동대문에 대한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낀다. 최고의 교육을 통해 창업자들이 창업 이후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sm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