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남성 소비자, 여성보다 지출 많고 명품 직구 성향 높아

흔히 쇼핑은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아직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 편견은 일리가 있다. 국내 소호몰 매출은 여성 쇼핑몰이 압도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다. 그 자체로도 인기 쇼핑몰인 멋남(부건에프앤씨)이 멀리 보고 임블리를 인수했던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성 쇼핑몰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직구 시장에서 남성 제품의 매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캐시백 업체인 이베이츠 코리아의 자료를 보면 직구 시장에서만큼은 남성의 소비가 여성의 소비를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베이츠를 경유한 직구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평균 금액을 더 많이 지불한다. 상반기 남성 1인당 평균 구매액은 12만800원인데, 여성 고객 평균 구매액은 10만1000원으로 2만원 정도 낮다. 구매 건수도 남성이 14건, 여성이 11건으로 남성이 더 많다.

 

젊음을 상징하는 하이패션 브랜드

이 흐름을 견인한 것은 발렌시아가, 구찌 등 하이패션 브랜드의 청키 스니커즈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20대가 선호하는 스트릿 패션을 명품에 접합한 점이라는 것이다. 배경까지 찾아들어 가보면 이렇다. ‘젊음’을 상징하는 새로운 하이패션 브랜드인 베트멍(Vetements)의 디자이너 중 하나(뎀나 바살리아)가 발렌시아가로 이적했다. 그는 발렌시아가에서 베트멍 느낌의 고급스러운 스트릿과 발렌시아가 고유의 명품 느낌을 효과적으로 뒤섞은 스트릿 제품, 특히 신발과 모자 등을 만들어냈다. 이 상식을 깬 제품들이 굴지의 히트를 기록하자 구찌 등의 다른 하이패션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스니커즈를 만들어냈는데, 사람들이 좋아했던 면을 그대로 찍어내며 각 브랜드 고유의 느낌도 보여주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발렌시아가 스피드 러너

 

이 흐름에서 시장의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젊은 남성이다. 기존에도 하이패션 브랜드의 비싼 운동화는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아저씨’들이 신는다는 의식이 존재했다. 그런데 젊음을 명품이 상징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남성의 명품 소비가 늘어났다. 이는 ‘집은 못 사도 신발은 살 수 있다’는 스몰 럭셔리 등의 개념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젊은 남성이 신을 수 있는 신발이 더이상 나이키와 아디다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의미가 생겼다.

 

트리플 S

 

발렌시아가의 대호황을 이뤄낸 신발은 트리플S 트레이너 제품으로, 초창기 제품 가격은 약 190만원에 달했으며,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워 재판매 가격이 300만원을 상회했다. 현재 해당 제품은 원활한 유통을 위해 110만원 정도로 가격이 낮아졌다. 20대도 돈을 모으면 충분히 도달 가능한 가격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제품은 여성용으로도 동일한 것이 있다. 그러나 여성용 제품은 원래 고가 제품이 있었고, 나이에 맞게 다양한 제품이 존재해왔다는 점이 다르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남성은 수가 적은 인기 제품에 더 몰입하게 된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구찌 라이톤 스니커즈

 

이 흐름이 영원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언제까지나 베트멍과 발렌시아가가 젊음의 상징으로 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남성 시장의 급등은 일시적인 것일 수는 있다. 다만 브랜드 가치의 영속성을 일부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찌 등의 브랜드 행동에 따라 흐름이 길어질 수는 있으며, 남성들의 패션 제품 구매 경험 자체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저돌적인 남성 소비자 성향

그렇다면 이 대상을 공략할 때는 어떤 부분을 신 경써야 할까. 한국 소비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SAP 소비 성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 소비자는 ‘가격’과 ‘재고 현황’에 민감하다. 한국 소비자가 직구를 하는 이유 두 가지도 동일하다. 같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한국에 없는 물건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소비자는 ‘어떤 물건을 사겠다’는 목적성이 강한 쇼핑을 하므로 추천 항목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중 남성은 장바구니 결제를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집요하다. 패션 용품 쇼핑이 90% 정도로 매우 높기도 하다.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구매를 포기하는 성향이 높은 한국 전체 소비자에 비해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제공=SAP)

 

이 같은 흐름을 참고했을 때 ‘그루밍’ 등의 단어는 옛날 것이다. 이제 패션 시장, 특히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에 한해서는 남성은 더 이상 차선이 아니다. 여성과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가 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