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셀링, 시작은 했는데 안 팔린다고요?

국경을 넘어선 전자상거래 판매, 글로벌셀링이 여전히 활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1조4855억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8.8%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판매액이 2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성과다.

한국은 전 세계 마켓플레이스들의 소싱 기지가 된지 오래다. 미국의 아마존(Amazon), 동남아시아의 쇼피(Shopee), 중국의 알리바바그룹과 같은 업체들이 한국에서 더 많은 글로벌셀러를 입점시키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한국 판매자, 한국 제품이 많다는 방증이다.

글로벌셀러의 판매대금 정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솔루션 기업 페이오니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중국, 미국 다음으로 글로벌셀링 규모가 큰 나라다. 아마존이라는 단일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한국은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한다는 페이오니아측 설명이다.

안 팔리면 어떡하죠?

하지만 모든 글로벌 셀러들의 상품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이유야 많겠지만 결과는 하나로 귀결된다. 내가 파는 상품이 현지 소비자들 눈에 안 띄기 때문이다. 국내 여타 마켓플레이스와 마찬가지로 해외 마켓플레이스 역시 내 상품을 입점하기만 했는데 상품 검색 첫 페이지에 노출이 되는 달달한 상황을 만나긴 어렵다. 내 상품을 구매할 잠재고객들에게 최대한 내 상품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네이버쇼핑에서 ‘실리콘냄비’로 검색하면 노출되는 기자가 판매하는 냄비. 3페이지 13등으로 나와 있는데 말이 3페이지지, 한 페이지에 노출되는 상품만 40개다. 인터넷 공간이 무한하다고 하지만, 소비자의 시간도 무한한 것은 아니기에 대개는 첫 페이지에서 구매 결정은 끝난다. 굳이 100개 가까운 비슷한 상품을 3페이지까지 뒤져가며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글로벌셀링을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안 팔려서 고민인 판매자, 글로벌셀링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판매자를 대상으로 페이오니아가 18일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 진출 전략 및 가이드> 웨비나를 개최했다. 안영신 글로벌셀러창업연구소장과 신동호 페이오니아 사업개발팀장이 초보 글로벌셀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노하우와 참고할 수 있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트렌드를 공유했다. 아래는 웨비나에서 오고간 내용의 요약이다.

마켓 입점 전에 고민할 것

글로벌셀링 방법은 판매자마다 천차만별이고, ‘잘 팔기’ 위한 접근법도 다르다. 안영신 소장은 글로벌셀러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하나는 제조사. 이들은 ‘독립적인 상품’을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이들이다. 해외에선 생소할 수 있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힘써야 한다.

두 번째는 소매 판매자. 이들은 도매상으로부터 상품을 공급 받아서 판매하는 이들이다.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다른 판매자와 경쟁하기 때문에 어떻게 ‘경쟁우위’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리셀러. 소자본으로 재고 없이 판매를 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시장 반응을 고려하여 빠르게 상품을 소싱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안 소장의 설명이다.

‘시장 조사’는 이 세 가지 유형의 판매자 모두 마켓플레이스 입점 전에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게 안 소장의 조언이다. 여기서 시장 조사란 내가 판매할 상품이 특정 국가에서 어떤 단어로 검색되는지 ‘키워드’를 추출하고, 특정 마켓플레이스의 경쟁 상황을 미리 탐색하는 과정이다.

키워드는 당연히 진출을 원하는 국가의 현지 언어로 알아봐야 한다. 예컨대 미국에 용접용 장갑을 팔고 싶다면, 미국 소비자들이 ‘용접용 장갑(Welding Gloves)’을 어떤 단어로 검색하여 구매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 때 연관 키워드와 키워드별 트래픽까지 확인할 수 있는 유료 조사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안 소장이 추천한 글로벌 키워드 조사 도구 ‘Keyword.io’ 구동 화면

글로벌셀러가 소싱한 상품이 완전히 독립적인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진출을 희망하는 국가의 특정 마켓플레이스에서 펼쳐지는 ‘경쟁 상황’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방법은 간단한데 판매할 상품 키워드로 특정 마켓플레이스에서 검색을 하고 노출되는 상품들을 살펴보는 거다. 상품 가격은 얼마인지, 고객 리뷰는 어떤 것이 달렸는지 알아본다. 이 때 소싱 가능한 상품의 원가와 여기에 추가로 들어갈 해외 배송비, 아마존 입점이라면 FBA(Fulfillment By Amazon) 사용 등으로 추가로 들어갈 비용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셀러가 판매할 상품의 공략 키워드를 정했다면 이후 필요한 것은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다.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의 기준에 따라서 검색이 더 잘 되도록, 그러니까 최대한 키워드 검색 결과의 1페이지로 끌어오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다.

물론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이 검색 노출 기준을 판매자들에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이건 한국의 마켓플레이스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안 소장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SEO 기준은 있다. 예컨대 상품의 핵심 검색어를 상품명에 포함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상품의 가격, 자체 및 외부 유입 트래픽이나 리뷰, 평점, 배송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노출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아마존의 경우 고객 대상의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상품을 우선 노출해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마켓 특성에 따라서 SEO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안 소장은 “언젠가 글로벌셀링을 고민하는 사업자에게 어느 국가에 팔고 싶냐고 물었는데 ‘전세계’라고 답변한 이가 있었다. 이러면 답이 안 나온다”며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소싱한 상품이 어떤 국가에서 잘 팔릴지 먼저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 키워드를 알고, 그 키워드가 국가별로 얼마나 많은 트래픽을 만들고 있는지만 봐도 큰 틀에서 진입할 국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셀링도 멀티채널?

한국의 많은 글로벌 셀러들이 특정 마켓에만 집중, 입점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미국이라면 아마존이나 이베이, 동남아시아라면 쇼피나 라자다 같은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특정 채널에만 집중해서 판매를 하곤 한다.

하지만 해외에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복수 마켓플레이스 입점은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혹여 예기치 못한 부정 이슈가 발생하여 판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안 소장은 “국내 이커머스 채널에 판매할 때 쿠팡, 지마켓, 네이버, 위메프뿐만 아니라 종합몰, 복지몰, 폐쇄몰과 같은 굉장히 많은 채널을 고려하는 것처럼 글로벌셀링도 마찬가지”라며 “지마켓에 입점하면 11번가에 쉽게 들어가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할 수 있듯 글로벌 마켓플레이스 또한 큰 틀에선 언어와 시스템만 다르지 복수 마켓 입점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페이오니아에 따르면 최근 유럽의 C디스카운트(Cdiscount), 줌(Joom), 프라이스미니스터(Price Minister)와 같은 마켓플레이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규 진입하는 한국 판매자들 또한 늘어나고 있는데, 아직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판매자가 많지 않은 만큼 신규 포트폴리오 구축을 권한다는 게 페이오니아측 설명이다. 미국과 같은 경우 월마트 마켓플레이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특히 식료품(Grocery) 관련 카테고리를 다룬다면 확장을 고려할 수 있는 채널이 된다는 조언이다.

장기적으로 ‘브랜딩’을 하기 위해선 회사의 자사 독립몰 또한 보유, 운영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함께 나온다. 안 소장은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 우리 회사만의 해외 현지 독립몰 또한 하나 정도는 구축해두길 추천한다”며 “아마존, 쇼피와 같은 마켓플레이스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비전을 갖고 오래 사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셀러들의 상품 소싱 채널 또한 전 세계로 분산되는 추세가 관측된다. 한국에선 위탁 판매라고도 불리는 드랍쉬핑(Drop Shipping) 솔루션의 확산 때문이다. 드랍쉬핑이란 실물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제조업체, 도매상 등 공급자가 소비자까지의 물류를 대신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한국의 도매매와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이게 글로벌 소싱이 가능한 버전으로 확장하고 있는 게 추세다.

쇼피파이의 드랍쉬핑 솔루션 ‘오벨로(Oberlo)’ 구동화면.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을 탐색하여 소싱, 판매할 수 있다.

신동호 페이오니아 사업개발팀장은 “쇼피파이나 마젠토 등을 활용해 자사 판매 플랫폼을 구축, 운영하면서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판매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야말로 엄청나게 많은 국가에서 상품을 소싱하고, 다양한 국가에 배송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베트남 같은 경우는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티셔츠를 커스터마이징해서 제작해주는 사이트가 많이 늘어났다”며 “구매가 일어나면 제조사인 판매자가 직접 제작해서, 혹은 드랍쉬핑으로 배송되는 구조로 운영되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크게 나온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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