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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국회 ‘갑질’ 지겹다

국정감사(國政監査).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국회)가 행정부를 감사하는 제도다. 매년 이맘 때 정기국회 전에 열린다. 이 기간 동안 국회는 행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국민의 혈세가 잘 사용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런데 행정부를 감사하는 이 제도 때문에 엉뚱하게 사기업들이 피곤해질 때가 종종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인을 불러 호통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국감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IT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두 사람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프랑스 전 디지털 장관 트위터에 따르면,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는 이 시기 프랑스 공공투자은행장 니콜라 듀프크스, 무니르 마주비(Mounir Mahjoubi) 프랑스 디지털 장관 등을 만나고 있었다. 네이버는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중이다. 아마도 이 미팅이 네이버에는 매우 중요한 일정일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프랑스 정부의 관료들과 만나고 있다(출처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장관 트위터)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이 창업자와 김 의장이 국감에 불출석하자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이 창업자가 올해 8월 주식을 매각한 점과 김범수 의장의 해외 원정 도박 등 개인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관련 내용에 대해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 하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국감출석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가 사인(私人)의 주식매매를 따지고, 도박의혹을 파헤치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걸까?

김 의원은 “국회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의 권위는 사기업에 호통치라고 준 것이 아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서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을 정하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일을 하는 기관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권위는 필요하지만, 아무한테나 막 권위를 들이대는 것은 갑질이다. 공무원들이 국회에 나와서 국회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그들이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인(公人)이기 때문이지 그들이 국회의원보다 못나서가 아니다.

물론 기업인을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기업인들의 증언이 필요하다면 기업인들도 함께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소 귀찮더라도 공적인 일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측이 국감출석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도  아니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 대신 한성숙 CEO가, 카카오는 이병선 부사장이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가장 잘 아는 인물들이다. 국회가 네이버와 카카오에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이들에게 물어도 된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거부했다. 국회의원의 권위가 너무 높아서 전문경영인과는 대화하기 어려운걸까?

이걸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국회는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도 호출했다. 왜 그렇게 권위있는 국회가 순다 피차이 구글 CEO나 에릭슈미츠 알파벳 회장,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를 부르지 않고 일개 지사장을 오라고 했을까? 한국 기업의 전문경영인은 국회와 급이 안 맞고, 외국 기업 지사장은 급이 맞는 것일까?

또 하나, SK텔레콤은 박정호 CEO가 나왔다. 한성숙 CEO는 안된다면서 왜 박정호 CEO는 되는 걸까? 감히 재벌총수는 건드리기 어려운가?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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