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의 정산 실험, 전체 유통사의 91% 참여 성과… 하지만, 시장 주름잡는 대형 유통사는 참여하지 않아”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입니다. 요새는 검색 뿐만 아니라 쇼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죠. 그러나 이 네이버도 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음원’이 그중 하나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네이버는 ‘바이브’라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멜론이라는 부동의 1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죠. 굳이 멜론이나 지니, 벅스 같은 스트리밍 강자를 말하지 않아도 유튜브 같은 곳들도 음악 서비스에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음원 부문을 놓고 본다면 도전자에 불과하죠.

그래서 네이버는 지난해 하나의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룰을 따라서는 1등이 될 수 없으니, 기존 음원 플랫폼들이 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음원을 듣는 사람들의 ‘팬심’을 공략하는데다, “음원 저작권자들이 정당하게 제 몫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정산 방법”이라고 명분을 챙길 수 있는 묘책을 발표하죠.

그게 바로 ‘VPS’라고,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IBE Payment System)입니다. 요약하자면, 이용자가 낸 음원 사용료가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도록 하는 ‘인별정산’ 방식입니다. 일명 ‘내돈내듣(내돈내고 내가듣는)’ 입니다.

이게 기존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뭐가 다르냐고 물으신다면, 다릅니다.

현재 대부분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음원 전송 사용료 지급시 전체 음원 재생수에서 각 음원의 재생 횟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비례배분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무조건 많이 플레이 된 음원이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라는 거죠. 만약 돈을 낸 개인이 아주 유행하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해도, 남들이 많이 듣는 음원의 비용 지급에 내 돈이 쓰이는 개념입니다.

바이브가 제기한 문제는 이거죠. 왜 내 돈을 내가 듣지 않은 음원의 사용비용을 지불하는데 쓰게하느냐는 겁니다. 네이버는 VPS의 개념을 지난해 3월 공개했고, 5월에 바이브에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1년. 11일 네이버 바이브는 VPS의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바이브 측에 따르면 현재 VPS 음원 정산이 적용되는 유통사는 총 311개입니다. 전체 유통사 340개 중 91%가 인별정산 방식을 이용 중입니다. 지난해 5월 첫 시행 때보다 194개사가 늘었고 유통사 단위가 아닌 기획사별로도 참여한 업체가 생겼다고 하네요.


일년만에 거둔 것 치고는 놀라운 숫자죠. 하지만 함정은 있습니다. 일단, 유통사들은 플랫폼 별로 원하는 정산의 방식을 택한 것이죠. 바이브하고는 VPS를 쓰기로 했지만, 다른 플랫폼하고는 기존이 정산 방식을 유지하죠.

또, 전체 유통사의 91%가 VPS를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빠진 9%가 국내 음원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힘센 유통사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들 유통사들은 기존의 정산 방식이 자신들에 유리할 뿐더러, 자신들의 플랫폼도 갖고 있습니다. 굳이 네이버한테 좋을 일을 자신들이 택할 이유가 없었겠죠. 이건 바이브가 풀어야할 숙제일 겁니다.

아직 음원사용료 징수규정이 변경되지 않아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네 개 신탁단체들에 지급되는 사용료는 기존의 비례배분 방식으로 배분되고 있다는 것도 한계죠.

그래도, 바이브가 내놓은 유의미한 숫자를 계속해서 더 보겠습니다.

“새로운 정산 방식 도입 후 이용자 및 이용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월간 청취자는 1년 전에 비해 22% 상승, 유료 가입자는 20% 증가했다.

특히, 트로트 장르의 인기로 50대 가입자가 39%, 60대 이상 가입자가 37%로 증가폭이 가장 컸고, 공정하고 투명한 소비 시스템이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어필해 20~30대 가입자가 전체 중 65%를 차지했다.

인당 월평균 재생곡 수는 451.7곡에서 574.5 곡으로 122.8곡(27%)이 늘어났고, 월평균 재생시간도 25시간으로 5시간 가량 증가한 반면, 일일 곡당 반복 횟수는 2.27회, 월별 곡당 반복 횟수는 7.56회에 불과해 월간 75곡(574.5/7.56)이 넘는 다양한 곡들을 청취하는 건강한 소비 패턴을 보여주었다.

이제까지 VPS로 정산 받은 아티스트는 20만8252팀으로, 가장 많이 오른 아티스트는 77%까지 정산액이 증가했다.

장르별로는 OST, 종교음악, 동요 등의 다수의 인원이 듣는 곡들의 정산액이 올랐으며, 발매일과 상관없이 과거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어온 스테디셀러들이 정산액이 증가한 곡 중 80%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장년층의 사랑을 받은 트로트가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매김하며 높은 상승폭을 보여주었고 종교음악과 방송사 음원을 취급하는 유통사들의 매출이 대폭 상승했다.

일부 아이돌 곡들은 정산액이 하락했지만, 블랙핑크, 악동뮤지션, 레드벨벳 등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아이돌의 음원은 오히려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바이브의 발표내용입니다. 기존에 ‘음원 차트 톱100’에 들어가지 않았던 음원들의 경우에는 이런 정산 방식이 아무래도 유리해 보입니다.

그래서 네이버 측은 나머지 유통사들에게도 VPS 적용시 정산액 데이터를 함께 제공하며 꾸준히 설득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저작자 및 실연자들에게도 적용을 위해 음원사용료 징수규정 개편 논의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음악계에서도 정산 방식을 바꾸려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같은 선택을 한 것이 바이브만은 아니라는 거죠. 지난해 초부터 프랑스 최대 음원 사이트인 ‘디저(Deezer)’가 이용자 정산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고요. 세계 최대의 음원 공유 사이트인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도 다음달 1일부터 이용자가 들은 음악에만 사용료가 지불되는 ‘팬-파워드 로열티(Fan-Powered Royalties)’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태훈 네이버 뮤직서비스 책임리더는 “신탁단체나 참여하지 않은 유통사에서도 지난 1년간 VPS 성과를 지켜본 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바이브는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 서비스 사업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해당 모델의 적용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