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웹툰 산업을 돌아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강철비’와 ‘신과 함께’가 연말 극장가를 양분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신과함께’가 일주일만에 누적관객수 510만명을 넘어섰다. 내년까지 천만영화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주호민 작가가 그린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 대표작 중 하나로 지난 2012년 완결됐다. 네이버웹툰 측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월 ‘완결보기’를 시작한 이후 올 상반기 까지 ‘신과함께’가 낸 매출이 10억원을 기록했다.

그보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강철비’도 누적 358만명을 기록, 선전하고 있다. ‘강철비’는 아예 웹툰과 영화를 동시 제작한 사례다. 앞서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1100만 독자를 불러모은 ‘스틸레인’의 후속작인데, 양우석 감독이 웹툰과 영화를 동시에 맡았다. 카카오 측은 이를 ‘감독판 웹툰’이라 부른다. 웹툰판 ‘강철비’는 현재 다음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절찬리 연재 중이다.

두 작품은 웹툰의 성장과 IP로 중요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 20년전만 해도 “만화 그리면(또는 보면) 밥 굷는다”고 했다. 옛 어른들말 틀린게 없다더니 틀렸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추산한 2016년 국내 웹툰 시장은 5840억원 규모다. 3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했다. KT 보고서는 오는 2020년까지 해당 시장 규모가 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물론, 이 안에는 웹툰 유료 결제(또는 코인 판매)부터 콘텐츠 수출, IP 판매까지 웹툰으로 인한 파생 상품을 모두 반영했다.

‘바이라인네트워크’가 국내 주요 웹툰플랫폼(네이버, 카카오페이지(다음 포함), 레진코믹스, 탑코믹스, 투믹스 등)의 지난해 매출을 합산해봤다. 언급한 주요 플랫폼의 지난해 거래액은 3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개별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매출에 반영되는 항목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미리보기나 다시보기를 포함한 콘텐츠 유료 판매, 광고, 수출 등으로 인한 수익 발생이다.

아직까지 웹툰 시장에 대한 자료가 드물고, 나와 있는 자료마저 편차가 있지만 시장이 성장한 것만은 확실하다. 2014년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던 레진코믹스는 지난해 3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년사이 네배 가까이 성장했다.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이 자리잡던 시장에 매출 200억~400억원 사이의 유료 웹툰 플랫폼들이 생겨나 허리층을 탄탄히 하는 중이다. 물론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부정적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큰 골칫덩이는 불법복제다. 국내와 국외 양쪽에서 모두 유사한 문제가 일어나 건전한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다. 이 외에 플랫폼과 작가 간 갈등 문제도 있었다.

시장이 커지면 밝은 면도, 어두운 면도 생긴다. 반가운 소식과, 반갑지 않았던 소식을 골라 올해 있었던 웹툰 시장의 대표적 명암(明暗)을 들여다 봤다.

■明- 황금알 낳는 웹툰, 상표출원 14% 증가/ 웹툰을 뛰어넘는 웹툰의 등장

강철비와 신과함께처럼, 웹툰 콘텐츠가 다방면에서 잘 팔리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웹툰 산업이 만화, 게임 등 영역을 확장하면서 상표출원 역시 늘어나고있다. 지난해 웹툰 산업에서 특허 출원은 총 3070건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장 많이 상표출원을 한 곳은 209건을 낸 카카오다. 2위는 91건을 낸 네이버, 3위는 65건을 낸 엔씨소프트다(엔씨소프트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11.9% 보유했다).

특허청은 관련 상표출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이 전체의 9%를 차지하는데 비해 중견기업은 14%, 중소기업 및 개인 등이 전체의 7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웹툰 산업이 대규모 자본이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사용자 접근이 쉽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봤다.

또 다른 재미있는 소식은 IT와 연계한 웹툰의 실험이다.

올해 있었던 대표적 사례가 인터랙션툰을 표방한 네이버웹툰 ‘마주쳤다’다. 독자와 쌍방향 소통을 한다는 것인데, 증강현실(AR), 360도 파노라마이미지, 얼굴인식 등 그간 네이버가 쌓아온 다양한 기술 노하우를 접목했다.

“웹툰이 생기고 시장이 커진지 20년 가까이 됐다. 작품수도 늘어나고 있는데 형식적인 연출이나 구성이 정형화되는거 같다. 안정적이게 되니까. 형식같은 걸 발전시키는 시도를 해보고 있다. 새로운거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저런거를 해보는거다.”

‘마주쳤다’를 연재하는 하일권 작가의 말이다. 1996년 한희작 작가의 ‘무인도’, 1998년 권윤주 작가의 ‘스노우캣’ 등이 국내 웹툰의 원조라 볼 수 있다. 웹툰이 벌써 20년이 됐다. 웹툰은 그 사이 스마트폰을 만나 컷툰, 효과툰, AR툰, 인터랙션툰 등 수많은 기술 발전을 실험 중이다.

‘마주쳤다’는 독자 자신이 직접 웹툰 속 주인공이 되어 콘텐츠 내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 요소를 보다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독자가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거나 메시지를 수신 받게 하는 등 다양한 기술적 요소를 회차별로 제공해 보다 몰입감 있는 콘텐츠 경험을 가능케 했다. 특히 독자가 셀카를 찍으면, 독자의 얼굴을 하일권 작화풍으로 바꿔주는 기술에는 머신러닝이 도입됐다.

웹툰에 새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는 계속해 있었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AR툰 ‘폰령’을 선보였고, 이전에는 움직이는 그림 효과를 도입한 효과툰 ‘고고고’를 공개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스크롤을 오르내리며 보는 만화 ‘웹툰’이 등장한 이래, 모바일로 플랫폼이 옮겨지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을 최대한 활용한 여러 웹툰 형태가 진화해가며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지면과 달리 웹툰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새로운 콘텐츠 영역”이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콘텐츠와 독자의 거리 역시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콘텐츠 본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실험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暗, 웹툰 불법복제/ 유로 플랫폼 성장…작가와 갈등 표출

플랫폼 취재를 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불법복제’ 문제다. 포털이고 유료 플랫폼이고 할 것 없이 불법복제를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 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사이트가 서버를 국외에 두고 불법 복제 콘텐츠를 올리는 문제가 심각하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투믹스도 피해를 입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불법 복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에는 제자리 또는 마이너스 성장이 될수도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네이버도 지난해 페이스북 등 SNS에 웹툰 미리보기를 캡처해 불법으로 올린 이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정재 의원(자유한국당)은 불법복제물을 제작·배포하는 해외 서버 불법사이트들의 통신망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부분의 불법복제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있어 저작권 침해 발생 시 최초 신고 시점부터 최종 차단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되어, 현행법은 실질적인 대응책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재 의원은 “해마다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불법 사이트들이 횡행하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이번 저작권법 개정이 국내 콘텐츠 저작권 보호는 물론 한류 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정혁 저작권해외진흥협회장 겸 레진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레진코믹스 뿐 아니라 수많은 웹툰플랫폼 운영사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웹툰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사활을 건 상태”라며 “저작권 보호는 기업들만의 노력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어 불법복제 해외서버의 실시간 ISP 차단 등 실효성 있는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플랫폼과 작가간 갈등도 심각했다.

대표적 사례가 레진코믹스다.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무조사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는데, 지난 25일 기준 참여자가 6만명을 넘어섰다. 회색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레진코믹스로부터 2년만에 돈을 받았다”는 글에서 시작된 일이다. 작가의 글을 요약하자면 레진코믹스가 작가와 협의 없이 중국 내 작품 서비스를 종료했고 정산도 늦어졌다. 그러나 레진 측은 우선 정산은 모두 마무리됐으며, 중국 서비스 고료는 그 수익이 매우 미미해 일부러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작가들은 레진의 해외판권 계약 방식도 문제 삼는다. 국내 연재를 할 경우 해외 판권까지 묶어서 계약하기를 종용받았다는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에서는 이와 관련,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미니멈 개런티(MG)에 대한 논란도 있다. MG는 포털이 작가들에 주는 원고료와 비슷하지만, 미래의 수익을 미리 당겨와 작가들에 먼저 주는 것이란 점에서 조금 개념이 다르다. 레진 입장에서는 “MG보다 수익이 적게 나는 작가들에게도 최소 200만원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작가들에 이익”이라고 말한다. 그 이상 수익이 날 경우 작가들과 나누는 구조이고, MG보다 매출이 적게 나와도 플랫폼이 손해를 떠안고 가는 구조라고도 설명한다.

그러나 작가들 입장에선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최소한의 준비 비용을 원고료로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다. 원고료와 MG가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름을 MG로 바꾼 것 자체가 하나의 꼼수이며, 처음 계약과는 달리 수익이 적은 웹툰의 경우 조기완결을 유도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아울러 MG조차 제공할 능력이 안 되는 플랫폼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작가들의 입장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엔 레진 인기 작가인 은송 작가, 미치 작가도 각각 블로그에 레진에 대한 의혹을 올렸다. 은송 작가는 레진의 복지 시스템에 의문을 갖고 공론화한 이후 한희성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직접 지시한 블랙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올랐으며, 그 이후 모든 프로모션에서 제외됐다는 문제제기다. 미치 작가의 역시 레진이 복지 시스템으로 내세운 ‘작가 건강검진’이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레진 측은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신설하고, 작가 간담회를 여는 등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는 내부에서 조직을 통합하고 신규 인력을 채용해 집중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 레진코믹스 웹툰팀은 작가들과 ‘작품’관련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신설 부서는 계약,정산,운영을 포함 ‘작품 외’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게 된다.

1월 중 진행될 간담회는 신설되는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방향에 대한 의견수렴과 최근 논란이 된 여러 사안에 대한 작가들의 의견을 받아 최종 준비될 예정이다. 특히 2월 지체상금 폐지 후의 마감관리에 대한 문의도 많을 것으로 예상, 이에 대한 협의가 함께 진행예정이다. 향후 운영상 플랫폼의 귀책사유에 따른 보상 관련 조항을 계약서에 추가하고 세부적인 보상가이드를 단계적으로 구체화 해 나가는 방향도 논의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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