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AI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월 2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리인벤트(re:Invent) 2023이라는 행사가 개막했습니다. 리인벤트는 AWS와 관련된 다양한 신제품과 서비스 개선이 발표되는 연례 행사죠. 특정 기업의 이벤트지만,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 행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많은 이들은 올해 리인벤트가 AI 중심의 행사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AI 광풍이 부는 상황에서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조용했기 때문입니다. AWS의 최대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를 발판 삼아 AI 분야를 휘어잡고 있는데, 이대로 두고 보다가는 클라우드 전쟁에서 AWS가 패배할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아마존은 AI 시장을 그냥 이대로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겨줄 생각이 없습니다. 최근 오픈AI와 비견되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리인벤트 2023에서는 AI 시장을 공략을 위한 자신의 다양한 무기를 선보였습니다.

기업용 챗봇, 아마존 큐(Q) 발표

아마존 큐는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챗봇입니다. 챗GPT처럼 질문을 하면 답을 줍니다. 아마존 큐가 챗GPT와 다른 점은 기업용이라는 점입니다. 회사 업무 중에 궁금증이 있을 때 아마존 큐에 물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부 파트너와 협업을 할 때 회사의 어떤 로고를 사용해야 하는지 잘 불분명할 때가 있죠. 아마존 Q에 물어보면 답을 줄 수 있습니다. 앱 개발자는 코딩하다가 조직 내의 다른 개발자는 어떻게 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일을 하다보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공유 드라이브나 파일시스템에 있는 수많은 파일 사이에서 길을 헤매곤 합니다. 아마존 큐를 통해 이렇게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마 아마존 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구글의 듀엣AI 등과 경쟁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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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Q는 하나의 모델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사는 원하는 모델을 선택해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메타의 람다2, 앤트로픽의 클로드2 등 원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선택하면 됩니다.

기업의 우려 사안 중 하나는 혹시 AWS가 우리 회사의 정보를 이용해서 모델을 학습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아담 셀렙스키 AWS CEO는 “고객의 데이터를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AWS는 아마존 큐를 일단 컨택센터 서비스인 ‘아마존 커넥트’에 적용했습니다. 컨택센터(콜센터) 상담직원 대신 챗봇이 응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 최신 칩을 가장 먼저 탑재한 AWS

엔비디아는 2024년 GH200이라는 AI 칩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칩을 AWS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리인벤트 2023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AWS는 GH200을 배포하는 최초의 클라우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GH200는 엔비디아의 유명 AI 칩 H100이 진화한 버전입니다. H100과 동일한 GPU를 사용하지만 메모리가 3배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추천 시스템, 벡터 데이터베이스 등 가장 복잡한 생성 AI 워크로드를 처리할 수 있는 슈퍼 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WS에 GH200 최초 배포라는 선물을 준 엔비디아는 반대급부로 무엇을 받았을까요?

엔비디아의 AI 전용 슈퍼 컴퓨터인 DGX 클라우드가 AWS에도 출시됩니다. AWS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DGX를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DGX는 생성AI 개발처럼 많은 리소스를 필요로하는 업무에 적합한 수퍼 컴퓨터입니다. 지금까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자사 인프라에서 DGX 클라우드를 제공해왔는데, AWS도 이 대열에 합류한 것입니다.

타이탄 이미지 생성 AI

AWS는 이미지 생성 AI인 ‘아마존 타이탄 이미지 제너레이터’도 발표했습니다. 타이탄은 AWS가 개발한 생성 AI 파운데이션 모델입니다. 타이탄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서비스를 만든 것입니다. 오픈AI가 GPT를 기반으로 달리(Dall.E)를 만든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아마존 타이탄 이미지 생성AI는 아마존 베드록 콘솔에서 자연어 프롬프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보유한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자동 수정 및 편집도 가능합니다.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 AWS 기계학습 담당 부사장은 “기존 이미지의 배경을 열대우림 배경으로 교체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AI 생성 이미지에는 워터마크를 붙인다는 점입니다. AI가 제작한 콘텐츠와 사람이 제작한 콘텐츠와 구분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있는데, AWS가 처음으로 이를 실제 서비스에 구현한 셈입니다. 예를 들어 AI로 만든 딥페이크 이미지에 워터마크가 달리면 부작용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시바수브라마니안 부사장은 타이탄 이미지 제너레이터로 생성한 이미지가 저작권 침해를 했을 경우, AWS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지 생성 AI 중 일부는 종종 학습된 이미지를 그대로 뱉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이용자가 AI로 생성된 이미지인 줄 착각하고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이용자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할 수도 있겠죠?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정책힙니다.

다만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활용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미지 생성 AI 개발을 위해서는 수많은 이미지를 학습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저작권 있는 이미지도 학습 데이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를 학습에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회사 측 입장에서는 굳이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이미지 데이터 소스는 밝히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AI를 위한 반도체, 새 버전 공개

테크 업계는 재미있는 면이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리인벤트 2023 키노트 무대에 올라 엔비디아와 AWS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소개했는데, 같은 무대에서 AWS는 엔비디아에서 벗어나기 위한 AI 칩을 소개합니다. 이번 리인벤트 2023에서는 그래비톤(Graviton)4와 트레이니엄(Trainium)2이 새롭게 소개됐습니다.

그래비톤는 ARM 아키텍처 기반의 서버 칩입니다. 2018년 첫번째 버전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트레이니엄은 기계학습을 위한 AI 반도체입니다. 새롭게 발표된 버전들은 기존보다 성능은 향상됐고 에너지 효율은 높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최근 대규모언어모델(LLM)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LLM 학습 수요가 늘고 있는데, 새로운 칩들이 유용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니다.

AWS가 칩을 직접 개발하는 이유는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함입니다. 인텔이나 엔비디아 등 전통적인 칩 회사의 인스턴스 이외에 AWS 자체 개발 칩 기반의 인스턴스도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AWS의 인텔, AMD, 엔비디아 등 칩 벤더와의 협상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사이에서 엔비디아 AI 반도체 수급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자체 칩이 있으면 외부 칩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이런 자체 칩 전략은 AWS뿐 아니라 구글, 애저 등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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