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작가에게 명함 같다 표현했는데, 작품이 영상화되는 것이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정확히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출판이다. 예전에는 출판이 모든 작가들에게 진짜 ‘영광’이었다. 나도 첫 출판할 때 엄청 들떴었다. 평생 살면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다는 게 말이다. 그 분위기가 요즘은 거의 영상으로 간 것 같다. 출판은 선택이 된 느낌이고.”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다를 테고?

“영상화가 되면 계약금도 발생하지만, 그보다 웹툰의 ‘다시보기’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웹툰 <머니게임>이 유튜버 진용진 씨에 의해 웹예능으로 나왔을 때 그걸 느꼈다. 웹툰이 완결된 지 꽤 시일이 지났을 때인데, 유튜브 <머니게임>을 보고 “이런 웹툰이 있었냐”면서 독자 유입이 엄청 들어왔고 수익도 크게 늘었다.”

OTT 드라마화가 확정된 작품이죠. 지난 여름 게재한 <머니게임> 배진수 작가와의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해봤습니다. 배 작가의 말에는 콘텐츠 시장 성장의 답이 들어 있습니다. IP가 ‘웹소설 -> 웹툰 -> 영상 -> 웹소설’의 선순환을 탈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콘텐츠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사진=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홈페이지

단적인 예가 최근의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에서 연재된 작품은 네이버웹툰에서 만화화가 되었고, 이후 래몽래인과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스엘엘중앙)가 합작해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JTBC에서 방영하지만 넷플릭스나 티빙 등 OTT 플랫폼을 타고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고요, 통합 콘텐츠 랭킹에서 전국 21.1%(11화 기준, 자료=키노라이츠)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제작사들은 재벌집 막내아들로 돈을 얼마나 벌었을까요?

(단위= 천원, 출처= 에스엘엘중앙 3분기 실적 공시)

위의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들어간 총 제작비는 352억원이 조금 넘습니다. 다만, 현시점 기준 수익률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추정치를 좀 보려고 하는데요. IBK투자증권 이환욱 애널리스트는 지난 1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이 “디즈니플러스, 티빙, 기타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 국내 판권 판매를 했고, 아시아 최대 OTT 플랫폼 뷰(Viu)를 통해 해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다수의 플랫폼과 계약 체결을 진행한 만큼 20% 이상의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을 것이라 추정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도 현 시점 기준, 재벌집 막내아들의 수익률을 30%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략 420억~46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제작비를 제외해도 100억원 이상의 영업익을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환욱 애널리스트는 또 “향후 중국 판권 판매와 기타 IP 관련 상품 판매를 통해 추가적 수익도 발생할 것”이라면서 재벌집 막내아들로 IP 보유사인 래몽래인과 에스엘엘중앙(스튜디오 룰루랄라)가 더 큰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콘텐츠에 투자한 플랫폼이 웃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벌집 막내아들은 원래 문피아에서 독점 연재한 소설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작가와 문피아에 짭짤한 수익을 가져다준 효자 콘텐츠지만 당시 수익을 지금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죠. 지난해 9월, 네이버웹툰이 문피아를 인수했고요, 딱 1년 만인 올 9월에 재벌집 막내아들이 웹툰으로 나왔습니다. 곧이어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웹소설을 다시 찾아보는 독자도 급증했습니다.

지난 1일 네이버웹툰은 “드라마 방영 후 10일간의 네이버 시리즈 매출을 동명의 웹툰 론칭 전 시점과 비교하니 웹소설의 매출이 230배가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네이버웹툰 측은 ‘웹소설-웹툰-영상’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IP 밸류체인을 만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문피아 인수 후 시너지를 만들어낸 사례 중 하나가 됐네요. 이런 사례가 재벌집 막내아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전지적 독자 시점>이나 <나노마신> 같은 경우도 문피아 독점 웹소설이 네이버를 통해 웹툰화된 경우죠.

소설이나 만화와 같은 원천 콘텐츠는 물론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영상 제작 시장은 방송사나 극장 위주로 편성되어 있었고요, 따라서 표현의 수위나 제작비 등의 문제로 이런 IP들이 영상화되는 데는 제약이 있었죠. 웹소설이나 웹툰에 장르물이 많은데, 장르물은 확고한 취향을 바탕으로 하므로 공중파에서 소화하기는 어려웠기도 했고요. 예컨대 리디에서 인기를 얻은 BL 장르 <시맨틱 에러>는 왓챠에서는 드라마화 해 방영할 수 있어도, KBS에서는 다소 어렵겠죠. 이제는 OTT 플랫폼을 비롯해서 웹 시장이 커지면서 더 많은 IP가 영상화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강영권 화인파트너스 이사는 이를 두고 “흥행 실패에 따른 투자금 회수 우려에 대해 배급채널의 다양화로 일정수준의 안전장치가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OTT를 통해서 IP가 세계 시장에서 뛰어놀게 됐으니 그만큼 가져갈 수 있는 수익 역시 따라 커졌고요. 기억나시죠? <오징어 게임>이요.

흐름을 타고 요 몇년 사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기대하는 자본이 웹소설과 웹툰 IP를 제작하는 곳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IP를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사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싹쓸이 쇼핑을 하는 분위기도 있었고요. 자회사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가와 작품을 확보하기도 했죠. 투자사가 작정하고 전문경영인을 앞세워서 제작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흘러들어간 돈은 당연히 웹소설과 웹툰 IP를 제작하고 발굴하는데 쓰였고요.


최근 2년 사이에 있었던 투자나 인수합병 사례 중 일부를 살짝 살펴볼까요? 일단 키다리스튜디오가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죠. 원래 갖고 있던 봄툰 외에 레진이 합쳐졌고 프랑스에서 운영 중인 델리툰도 한 식구입니다. 올해는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로부터 476억원을 투자 받고 웹툰 공급 계약도 마쳤습니다.

코미코 프로듀서 출신 허세현 대표가 만든 소이미디어는 작가와 작품 육성을 중점에 두는 IP 스튜디오입니다. 지난 10월 F&F 파트너스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고요, 알려진 바로는 지난해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대표가 PD 출신으로 노블 코믹스 외에도 글로벌 팬덤을 공략할 수 있는 장르 IP를 꾸준히 발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레진코믹스를 경영했던 이성업 대표는 ‘노틸러스’라는 웹툰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지식교양 웹툰을 앞세워서 ‘이만배(이걸 만화로 배워)’ 시리즈를 공개했는데요, 이 대표는 웹툰과 IT 영역에서 네트워크가 넓은 인물입니다. 레진 출신 웹툰 베테랑들이 회사에 합류했습니다. 35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 등이 투자자 명단에서 눈에 띕니다.

‘오늘의웹툰’이라는 곳도 있죠. 웹툰을 직접 만드는 곳이 아니라, 어떤 웹툰이 시장에 잘 먹힐지를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흥행가능성, 기존 작품과의 유사성, 소재 등을 창작 초기 단계에서 분석하는 ‘웹툰 애널리틱스’를 제공하는데요, 작가나 에이전시가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또 일부 작품은 직접 투자하기도 합니다. 이 회사는 올해 2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내년도 투자 시장 위축 예상.. 콘텐츠는 어떨까?

이런 장밋빛이 무한정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우려도 있습니다. 웹툰과 드라마로 대표되는 K 콘텐츠의 가능성에 잇단 투자가 일어났지만, 정말 빵! 터진 IP가 아니라면 콘텐츠로 한 번에 큰 돈을 벌기는 어렵거든요. 냉정하게 보자면 한 편에 100원에서 500원 사이 콘텐츠로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단 이야기입니다.

시장 자체가 자본을 한꺼번에 많이 대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더더욱 경쟁하기 어려운 양극화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작가가 장인정신으로 그려낸 작품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아예 작가가 아닌 스튜디오 중심으로 상품성 있는 작품을 기획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경우들도 늘어나고 있죠. 이런 시스템은 자본의 지원을 받는 곳에서 구축이 가능합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와 통화한 한 웹툰 스튜디오의 대표는 “자금력 있는 회사들은 내부에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대량으로 작품을 생산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고, 지난 2~3년간 작품 기획에 굉장히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면서 “당시만 해도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실적이 있는 스튜디오를 흡수하거나 계열사로 둘 수 있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스튜디오에 투자해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스튜디오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 전문적으로 작품을 납품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를 말합니다.)

충분한 자본을 갖추지 못한 곳은 이런 시스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겠죠. 이미 괜찮은 IP를 가진 에이전시나 스튜디오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사이 투자를 받은 상태기도 하고요. 그러니 자본척박한 경쟁 환경을 맞이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미 투자를 받은 CP들은 모두 안전할까요? 이 대표는 이어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200억, 300억원을 투자해 50~100명 규모 작가를 확보하고 어느정도 검증된 웹소설 IP로 노블코믹스(웹툰)를 만들면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이 검증됐고 후발주자들도 많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옥석이 가려지는 중”이라고요.

스타트업 시장도 한동안 싹수가 보이는 곳에 성장을 목표로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몰려왔지만 지금은 지갑이 싹 닫긴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성장 우선에서 실적 우선으로 기조가 바뀌었는데 이런 요구는 웹소설과 웹툰 시장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 시장 위축과 각 기업의 처지에 따라 대형 플랫폼도 애초 기대와는 다소 다른 상황에 맞닥트리기도 했죠.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상장하지 못한 것입니다. 웹소설이나 웹툰을 만드는 스튜디오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사실상 가장 큰 돈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하고 그렇게 모은 자금이 스튜디오로 재투자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왔었죠.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네요.

물론, 그렇다고 콘텐츠 시장에 돈이 씨가 마른다는 이야긴 아닙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번에 큰 돈을 벌긴 어려울 수 있어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는 곳 또한 웹소설과 웹툰 시장이거든요. 당장 플랫폼에서 조회수를 검색해보면 해당 콘텐츠가 얼마만큼의 돈을 벌고 있는지 계산이 되기도 합니다. 유료 콘텐츠 수 x 객단가를 계산하면 가능하죠. 물론 이 돈은 플랫폼과 스튜디오(또는 에이전시) 작가가 나눠 갖습니다.

따라서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영권 이사는 “인기 웹툰, 웹소설 원작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그 결과를 조회수/구독자수 등으로 증명할 수 있어서 투자의사 결정을 할때 객관적 데이터베이스(DB)가 된다”며 “원작 IP가 있는 드라마는 시너지를 내는 것이 수치적으로 증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 부문에 대한 투자는 지속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웹소설과 웹툰을 만드는 스튜디오들도 실적 압박을 받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받은 투자금을 모두 쓰고 난 이후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매출과 수익은 필수조건이 되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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