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를 만나다] OTT 드라마로 제작되는 ‘머니게임’의 배진수 작가

약속된 시간에 배진수 작가가 겨울이를 안고 등장했다. 겨울이는 배 작가와 함께 사는 반려견이다. 오후 2시는 원래 배 작가가 겨울이를 산책시키는 시간인데, 나는 고맙게도 그 시간을 나눠 가질 수 있었다. 햇살이 드는 카페에서, 무릎에 앉힌 겨울이를 바라보는 배 작가의 눈에서 꿀이 떨어졌다. 이게 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생경한 장면이냐면, 배 작가가 네이버웹툰에서 <금요일>과 <머니게임>을 그린 그 배진수이기 때문이다.

2018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머니게임>은 아무런 규칙도 없는 공간에 갇힌 여덟명이 100일 동안 생존해 총상금 448억원을 나눠갖는 게임을 다뤘다. 느낌이 확 오겠지만, 여덟은 이 무간지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낙오자들이다. 살아만 남는다면 모두가 50억원이라는 상금을 사이좋게 나눠서 이곳을 탈출할 수 있겠으나, 이들은 서로를 믿을 수 없다. 생존을 위해 들어온 곳에서 생존을 위해 하는 선택이 불러오는 공포가 심장을 서늘하게 한다.

그리고 이 웹툰이 곧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영화 <우아한세계>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머니게임>을 선택했다. 류준열, 천우희, 박정민, 박해준, 배성우, 이열음, 이주영, 문정희 배우가 출연을 확정했다. <머니게임>의 영상화 흥행 잠재성은 어느정도 인정된 상황이다. 앞서 한국과 미국에서 <머니게임>이 유튜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큰 돈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설정의 <오징어게임>이 글로벌로 메가 히트를 쳤다. 인간의 본성을 극대화한 콘텐츠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린다.

자신의 작품으로 드라마 크랭크인을 앞둔 배진수 작가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간은 불쌍한 존재”라고 말하는 이 어두운 만화의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해맑은 표정으로 만사에 고마워 했다. 죽음의 공포를 갖고 태어난 모든 인간들이, 그래도 살만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주변의 사람들 밖에 없다는 듯이 말이다.

<금요일> <머니게임> 등 웹툰을 그린 배진수 작가. 최근 배 작가의 <머니게임>의 드라마화가 결정됐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배 작가를 만나 <머니게임>의 드라마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웹툰 <머니게임> 영상화

드라마 머니게임 감독과 배우가 모두 확정됐다. 언제 크랭크인에 들어가나?

올 상반기 중 촬영에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OTT가 뭐랄까, 약간 명함 같지 않나?

작품이 이렇게 영상화가 됐다!

그런데 자꾸 연락해서 물어보면 재촉하는 것 같아서, 궁금해도 참고 있다(웃음).

OTT 작가에게 명함 같다 표현했는데, 작품이 영상화되는 것이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정확히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출판이다. 예전에는 출판이 모든 작가들에게 진짜 ‘영광’이었다. 나도 첫 출판할 때 엄청 들떴었다. 평생 살면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다는 게 말이다. 그 분위기가 요즘은 거의 영상으로 간 것 같다. 출판은 선택이 된 느낌이고.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다를 테고

영상화가 되면 계약금도 발생하지만, 그보다 웹툰의 ‘다시보기’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웹툰 <머니게임>이 유튜버 진용진 씨에 의해 웹예능으로 나왔을 때 그걸 느꼈다. 웹툰이 완결된 지 꽤 시일이 지났을 때인데, 유튜브 <머니게임>을 보고 “이런 웹툰이 있었냐”면서 독자 유입이 엄청 들어왔고 수익도 크게 늘었었다.

이번 드라마의 연출을 한재림 감독이 맡았다. 그래서 기대를 받기도 같다

엄청 부담도 많으실 거고, 하지만 워낙 잘하는 대감독이시니까.

만나보셨나?

그렇다. 굴지의 대감독인데, 엄청 좋은 분이더라. 내가 미안할 정도로 나를 띄워주면서 “작품에 누가 되면 안되는데”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바로 “형님”이라고 불렀다(웃음). 분명 잘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해주시더라. 나는 그런 사람이 참 멋있다. 진짜 입지전적인 위치에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힘이 안 들어가 있는 그런 사람들. 흔치 않은데, 한 감독님이 그렇다. 너무 좋은 형님이다.

이제 남은 , 어느 OTT 플랫폼에서 선보이느냐인데

아직은 모른다. 그게 제일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협상 중인 것 같다.

<오징어게임> 이야기를 없겠다. 극이 진행되면 내용이 다르지만, 초반에는 유사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머니게임> 먼저 나온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오징어게임> 대중적으로 아주 사랑을 받았다.

처음에 <오징어게임>을 봤을 때는 조금 놀랐는데, 그런데 돈을 걸고 게임을 하는 작품은 사실 너무 많지 않나. 나도 처음에는 <오징어게임>을 보고 “하고 많은 작품 중에, 하필 내가 준비하는 시기에 먼저 나왔네, 그런데 잘됐네”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먼저 했는데! 아쉬운 마음도 생겼을 같다

그런데 굉장히 마음을 가라 앉힌 다음 생각해보니까, 이게 맛집 골목 같은 거다. 족발 골목에 가보면 족발집이 이미 이렇게나 많은데도 계속해 새로운 가게가 생겨난다. 사람들도 어느 한 집에만 가지 않는다. 이 골목에 구경 오는 사람이 늘어나면 또 다른 가게에도 간다.

 이런 종류의 콘텐츠가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되면 관련 콘텐츠를 찾는 독자들도 늘겠다

그렇다. <오징어게임>이 잘 돼서 “한국에서 만든 이런 콘텐츠가 너무 재미있구나, 그래서 무슨 게임이 나왔다고 해서 찾아보니 이게 먼저 나온 거네? 그래도 따라한 건 아니니까 봐보자”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나(웃음). 그런데 이런거 다 빼고, 사실 본질적인 것은 심플하다. 잘 만들면 잘 될 거다.

<머니게임>이 드라마 제작에 앞서서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유튜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머니게임>이 어떤 부분에서 영상화에 매력적이라고 보나?

만화를 처음 그릴 때부터 만국 공통으로 소통이 되려면 ‘룰이 심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룰이 적용이 되면, 사람들이 저 룰 하나로 이 게임이 시작된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미있는게 뭐냐면, 룰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이 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 룰에 맞게 연출이 의도되기도 하고. 물론, 의도되는 연출도 재미 있다. 그렇지만 <머니게임>을 보는 시청자들은 조금 더 날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아주 간단한 룰과 사람만 있다면 그 후의 진행상황이 어떻게 될지 제작자도 모르는 거지 않나?

정말 아무런 룰이 없었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유튜브 촬영 전에 회의를 하지 않나. 이게 대박이 될지 쪽박이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건 ‘리얼’이니까 쪽박을 감수하고서라도 아무 대본도 주지 말자고 했다. 그러니까 대본은 당연히 없고, 지시문 같은 것도 없었다. 심지어 “너는 어떤 캐릭터야, 이런 역할을 하면 좋겠어”라는 그런 사전 조율조차 없었다.

시청자는 대본이 없는 이 야생의 게임에 무엇을 기대했다고 보나?

본성이지 않을까? 이 게임은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아끼고 사랑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내 몫을 나누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박 터지게 싸우고 배신해서 혼자 가져갈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시청자들은 그걸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 웹툰 <머니게임>이 보여주는 것들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보나?

이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엄청 오래 이야기 하고 다녔다. 항상 말하는데, 인간은 그냥 ‘불쌍한 존재’다. 그게 다다.

불쌍한 존재인가?

철학적으로 봤다. 인간은 의식이 있는 존재인데, 그 의식 자체를 인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의식과 세트가 ‘죽음에 대한 공포’다. 그러니까,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것은 하나 밖에 없다. “나는 태어났다, 그리고 끝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다”, 이게 다다. 돈이나 권력 같은 것은 내 생존 확률을 높이는 수단이다. 죽기 싫어서 아등바등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게 운명인데, 그게 너무 불쌍한 거다.

인간은 너무 불쌍하고, 만화는  엄청나게 어둡다

<금요일>이나 <머니게임>을 그릴 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어두운 시선으로 보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다. 그런데 만화를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머니게임>에 나오는 인물들은, 심지어 빌런 조차도 과거가 있다. 그러니까, 이 등장인물들이 무조건 나쁜 새끼라는 것이 아니다. 다 뜯어보면 누구나 불쌍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데뷔작인 <금요일>도 인간의 어둡고 악한 부분을 많이 보여줬다. 이유가 있을까?

데뷔하려고 그랬다(웃음). 원래 개그 만화로 데뷔를 준비했다. 그런데 첫번째로, 내 개그가 재미가 없더라. 두번째는, 개그를 잘 하는 작가분들이 이미 많다. 비교적 공포물 작품 수가 적었다. 그래서 “그럼 나는 공포를 해야지” 하고 간 거다. 다행히 어릴 때 B급 공포 영화를 많이 봤다. 지금도 좋아하고. 그래서 연출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공포 콘텐츠가 주는 가장 효능은 뭐라고 생각하나?

잘 만든 공포를 볼 때는 잘 만든 영화를 본 것과 같다. 특히 B급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데, 불량식품을 혼자 몰래 열심히 사서 먹는 느낌 같다. 회식이나 회의 자리에서 먹기는 어려우니까 그렇게 먹는 재미가 더 증폭되는 것처럼. 그리고, B급이 2급이라는 것이 아니다. B급에 더 재기발랄한 게 많다.

주류가 아닌 정서라는 맞을 같다

주류 정서에는 거대 자본과 베테랑들이 들어온다. 큰 호불호 없이 누구나 재미있어 하는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B급에는 누군가 “저런 쓰레기를 왜 보냐”고 하는 작품도 있다. 누군가한테는 불편한 지점도 있다는 거다. 그렇지만 그런 작품에 보석 같은 부분이 있다. 나는 그걸 더 반짝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반짝이는 창의성이라는 것이 사실 불편한 지점을 건드릴 있어야 나오는 것도 같다

그런가? 그렇게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런 것도 같다(웃음).

그런 불편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관찰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잘 안한다. 그냥 정말 계속 보면서 이런 면, 저런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작품에) 반영이 되는 것 같기는 하다. 사람의 얼굴은 잘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대신에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에 대해 약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예민하게 보는 것 같기는 하다.

<머니게임> 체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100% 체제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는데, 매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캐릭터를 만들어 놓으면, 이 캐릭터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등장하는 여덟명의 캐릭터에게서 사회화나 법, 도덕 같은 것을 빼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어쨌든 민주적으로 하려고 하다가 작동이 안 되니까 독재로 가고, 사회주의로 갔다가 마지막에 샤머니즘까지 가는 그 과정을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너무 흥미로운 게 사회의 발전 과정과 정확히 역방향으로 간다

희한하게 그렇게 되더라.

극에 등장하는 여덟명의 인물을 설정할 염두에 것이 있나?

항상 캐릭터를 잡을 때마다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금요일>부터 <머니게임>까지 등장인물 중 이름을 가진 이가 한 명도 없다.

듣고 보니 그렇다. 정말로  누구도 이름이 없다. 예를 들어서 머니게임도 서로를 1, 2, 3호라 부른다. <금요일>도 그렇고.

<금요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물은 의미가 없다. 사건만 있다. 사실 인물은 사건을 전달하는 역할이다. 조금전에 제가 “사람을 관찰한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은 사람 간의 관계나 미묘한 감정 같은 걸 관찰하는 게 아니다. 만약 관계에 집중한 스토리라면, 저는 책을 못 만든다. <머니게임>도 보면 사건만 있다. 이 사람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고, 할 것이라는 사건만 있다. 그리고 (스토리가) 그걸 별로 배반하지도 않는다.

등장인물을 다른 이로 갈아 껴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정확하다. 그래서 그냥 이 사건을 전달할 스피커를 뽑는 거다. 캐릭터의 시점으로 과거와 미래를 그리고 마음이 어떠한지 진짜 디테일을 잘 짜는 작가들도 있는데, 저는 그 대신 중심에 사건이 있다.

작가의 성향이나 철학과도 연관이 되어 있는 걸까?

그렇다. 인간은 불쌍한 존재라고 말했는데, 그 상황에서 선과 악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한다. 어차피 지성인인 척, 사회화된 척 하지만 싹 걷어내고 나면 다 똑같은 짐승들 아닌가. 그렇다면 인물보다는 사건에 집중하는 게 나한테는 더 잘 맞다고 봤다.

그래서 그런지 극에서 인물의 감정이 많이 배제되어 있다. 그런 작법은 어떤 효과를 가져온다고 보나?

지금도 미스테리하다. 어떻게 보면 진짜 드라이한 작품 아닌가. 강렬한 감정의 표현도 없고. 이 작품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없는데 괜찮을까 싶었다. 그런데 편집부에서 문제 없다고 작품을 가져오라고 하더라. 감정을 뺀 대신에 사건을 지독하게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는것이 오히려 사건의 전개를 빠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감정선을 배제하고 정말 사건만 탁탁 던져서 풀어주니까 그렇다. 뭔가 술술 익히는 느낌이 들게도 하고.

개그를 한다고 했지만, 중간중간 상당히 많은 개그의 시도가 보인다

그건 병이다. 안 할 수가 없다. 초반에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진지한 만화에 왜 뻘짓을 하냐고. 그런데 저는 그게 재미있어서 한다. 감정이라는게 낙폭이 있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우울하기만 해도 안 될 것 같다.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작품이 있나?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의 후속작을 준비 중인데, 제목은 미정이다. 트리트먼트는 쓴 상태다.

 로맨스를 그릴 생각은 없나?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하고 싶지만, 20대 여성이 타깃은 아닐 것 같다(웃음). 뭘 그려도 개그만화가 되지 않을까.

개그만화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jpg. 이래보여도 키스신. 더욱 놀라운 것은, 배진수 작가가 예능 프로그램인 <짝>에서 진짜 ‘짝’을 만나 결혼까지 했다는 사실. 남자 5호와 여자 3호는 행복해 보인다.

 

▀ 네이버라는 플랫폼

놀때는 하고 노나?

지각이라는 게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게임만 해왔다. 게임이 너무 좋은게, 이렇게 돈 안드는 경제적 취미가 있을까. 등산을 하더라도 제대로 장비를 갖추려면 돈이 드는데, 게임은 한달에 5만~6만원만 쥐어주면 정말 신나게 놀 수 있다. 집도 안 비우고. 심지어 거장의 음악, 거장의 스토리, 거장의 연출이 다 반영되어 있다. 보통 극장에서는 두시간이면 한 편의 콘텐츠가 다 끝나는데, 게임은 길게는 300~400시간까지 할 수 있지 않나. 정말 (취미로) 완벽하다. 게임이 콘텐츠의 끝판왕이라고 확신한다.

하고픈 말이 있다면?

이말을 꼭 해야 되겠다. 네이버는 정말 좋은 곳이다(웃음).

, 네이버나 카카오라는 플랫폼이 있어서 웹툰이라는 장르가 커진 것은 맞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플랫폼이 너무 많은 몫을 가져가거나 영향력을 가지는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 않나

그렇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오래 같이 일한 한 명의 작가로서 말하자면, 네이버는 작가 친화적이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대우해주지?”이런 생각도 가끔 한다. 김준구 대표가 네이버웹툰이 아주 작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비롯한 웹툰 담당자는 작가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왔다.

만약 네이버가 지금과 같은 위상에서 (수익) 배분 비율을 작가한테 처음부터 불리하게 짰다면, 지금 작가들은 너무 괴로울 거다. 이렇게 큰 플랫폼은 네이버와 카카오 밖에 없는데 이들이 작정하고 “우리가 열어준 덕분에 여기서 다 먹고 사는 거니까 얼마 주겠다”이렇게 말했으면 너무 비참했을 거다.

또, 이런 부분도 있다. 내 그림 실력으로는 출판 만화 시절이었다면 데뷔가 불가능했을 거다. 당연히 출판이 안 된다고 했을텐데, 아이디어를 갖고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게 다르다. 이런 그림으로 베스트 도전에 나가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건이 좋은 플랫폼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이만큼 바닥을 끌어올렸다고 분명히 생각한다. 최소한의 바닥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난리치는 것을 봤다. 단적으로 강연료나 광고료, 외주비 같은 것이 많이 올라왔다. 어느 순간, 선배 작가들과 네이버에서 “(단가 후려치기의 조건에서 작업을) 하지 말자. 이 돈에 우리가 작업을 하면 (후배나 덜 유명한 작가들이) 이 돈보다 더 적게 받고 일할 수밖에 없다”라고 결정했다. 그 덕분에 저처럼 나중에 합류한 후발 작가들도 끌어올려진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연대로 이루어냈다

그걸 보고 약간 놀랐다. 어쨌든 나는 작가가 되기 전에 조직생활을 하다 온 사람이다. 알량한 선입관으로 작가들은 다 개인적이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멋있는 사람들이더라. 우리가 조금 더 벌기 위해서 이런 선택을 하면 덜 유명한 작가들이 돈을 못 번다, 우리는 이만큼 벌었으니 그렇게 페이를 받으면 안 된다고 그러는 것에서 사실은 감동했다.

 

인터뷰 말미에 배 작가의 말을 듣고 나는 사실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그가 말한 것은 ‘연대’다. 그의 만화 속 인물들은 비록 서로를 믿지 못해 파국을 겪게 되지만, 현실의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배려하면서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 그게 인간이 생존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일테니 말이다. <머니게임>의 공포는, 그렇게 연대를 환기시키는 장치가 된다. 불쌍하게 태어난 세계인이, <머니게임>이라는 드라마에서 해방의 키워드를 얻어낼 수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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