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반격] 심층상담, 때와 장소 안가린다

급변하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행의 강점은 영업점으로 꼽힌다. 단순히 영업점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이곳에서 받는 심층 상담이 강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영업점은 고객 입장에서 맞춤형 설명과 심층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고, 은행 입장에선 고객에게 비대면 대비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어 의미가 크다.

이런 점에서 시중은행도 영업점 서비스를 빅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차별점으로 보고 있다. 은행은 이 점을 온·오프라인 서비스에 녹여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영업점 수준의 상담 서비스를 다양한 서비스 채널에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 중 하나가 신한은행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화상상담서비스 확대 추진’ 사업공고를 내놓고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은 디지털데스크를 통해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향후 스마트폰, 영업점 단말, 메타버스, 인공지능(AI)은행원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측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디바이스와 화상상담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을 포함해 시중은행이 1차적으로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데스크다. 디지털데스크는 디스플레이가 놓인 책상에 고객이 앉으면, 직원과의 화상상담 혹은 AI 은행원을 통한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신한은행을 포함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은 영업점에 있는 디지털데스크를 통해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기예금·적금 가입, 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상담부터 실행 등 은행 창구에서 받을 수 있는 금융업무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다.

2차 고도화를 통해 은행은 디지털데스크의 화상상담 서비스를 뱅킹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뱅킹 앱에서 화상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화상상담 가능 기기를 전용창구, PC기반 인터넷뱅킹에 스마트폰으로 확장했다. 금융상품 가입, 부동산·세무 상담 등이 가능하다.

신한은행도 현재 운영 중인 디지털데스크 업무프로세스를 모바일로 확대한다. 스마트폰 기반의 화상상담 서비스를 위해 신한은행은 커스터마이징 상담화면을 구성하고 고객 맞춤형 사용자경험·사용자인터페이스(UX·UI)를 구축한다. 고객의 디바이스에 따른 전자서식을 맞춤 설계한다.

시중은행이 화상상담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서비스 대상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고르기 때문이다. 주로 은행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이나, 대면 서비스를 꺼리는 젊은층, 영업점 방문이 어렵고 모바일뱅킹 사용이 어려운 중장년층 등이 모바일뱅킹 화상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메타버스를 활용한 심층 화상상담 서비스도 이뤄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행태가 영업점에서 모바일 뱅킹으로 바뀌었다면, 금융권에서 차세대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를 보고 있다. 메타버스는 은행 영업점과 똑같은 환경이 구현되어, 아바타를 이용해 고객과 은행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 법이나 보안 등의 문제로 직접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금융권의 메타버스 활용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은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놨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메타버스 서비스를 금융과 연계했다. 메타버스에 영업점을 만들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체크카드를 개설할 수 있는 간단한 서비스를 탑재하기도 했다. 또 ‘용돈 조르기’ 등의 실제 금융으로 이어지는 서비스도 만들었지만, 해당 기능은 막아놓은 상태다.

만약 당국의 허용이나 법 개정 등을 통해 은행이 메타버스에 금융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은행은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에 화상상담 서비스를 구축할 전망이다. 영업점 직원 아바타를 누르면, 화상 화면이 띄워져 직원이 고객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국민은행은 내부 테스트를 거쳤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그룹사 메타버스 플랫폼인 KB금융타운에서 화상상담 기반의 각종 서비스를 내놨다. 이곳에서 화상상담, 비대면 업무처리 등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까지 내부 테스트용으로 공개여부는 미정이다.

시중은행은 디지털데스크로 시작해 모바일, 메타버스 등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고객에게 심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채널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화상상담을 통한 서비스 범위도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금융상품판매 방식 또한 은행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화상상담을 통해서도 고객에게 안전하게 금융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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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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