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AI가 사람의 업무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전망은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도 상당부분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객센터의 상담 챗봇, 단순 반복 문서 업무는 AI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AI를 활용하는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영업점 축소에 나서고 있는 은행들은 시범적으로 AI 은행원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 KB국민은행은 일부 영업점에 AI 은행원을 배치했다. 아직까지 고객들에게 서비스나 상품을 안내하는 단순 업무를 수행한다. 궁금해진 기자가 직접 AI 은행원을 만나러 가봤다.

직장인들이 붐비는 시간대인 오후 1시. 여의도 영업점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대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앉아있는 쇼파 한 쪽에는 티비와 함께 대형 디스플레이가 놓여있었다. 약 2m 길이의 디스플레이 속에는 노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은행원이 있었다. 바로, AI 은행원이다.

국민은행의 AI 은행원

주변을 둘러보니 대기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AI 은행원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티비 소리만 흘러나오는 영업점에서 AI 은행원에게 말을 걸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소심한 기자에게는 AI은행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AI 은행원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AI 은행원은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곧 화면에는 AI 은행원에게 물어볼 수 있는 서비스 예시가 나왔다. 크게 서류안내, 지능형자동화기기(STM) 사용방법 안내, 금융용어·상품소개, 지점 시설 안내 정도였다. AI 은행원과는 화면을 터치하거나 말을 걸어(음성인식) 소통을 할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하지 몰라 고민하던 찰나, 하단에 추천 단어로 나온 ‘마이데이터’를 외쳤다. 이윽고 화면에 나온 단어는 ‘마이베이비’, ‘마이데이’. 민망했지만 용기를 내 다시 한 번 외친 끝에 겨우 마이데이터가 인식됐다. 그러자, AI 은행원은 기자에게 마이데이터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었다. 이윽고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자세한 내용은 지점 직원을 통해 안내해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AI 은행원 선에서 모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는 없을까. 다른 서비스도 이것저것 눌러봤다. 그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서류나 상품 안내, STM 사용방법 안내 정도. 이마저도 텍스트로 되어 있어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적막하고 다소 무거운 은행 분위기 속에서 AI은행원과 더이상 대화할 이유는 없었다. 특별한 서비스나 콘텐츠도 없어, 5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AI 은행원의 전반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AI 은행원은 극히 초보 수준의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다. 어쩌면 이미 보급화된 AI 스피커보다 더 초보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은 AI 은행원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2017년 우리은행에서는 소프트뱅크로보틱스의 로봇 페퍼를 도입했다. 움직임 없이 한 곳에 서서 영업점의 기본적인 안내를 맡았다. 이후 신한은행과 국민, 농협은행도 AI은행원 도입에 나섰다.

물론 앞으로 음성인식 등 기술의 발달로 AI 은행원의 성능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단순 안내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가입부터 상담 등 실제 영업점 직원이 하는 역할을 언제가는 대체할 수도 있다.

다만, 직접 AI 은행원과 이야기를 해본 결과 고도화가 됐을 때 한 가지 개선은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자동인출기(ATM)처럼 적절히 폐쇄적인 공간에 AI은행원을 둘 필요가 있다. 디스플레이가 커 다른 사람들에게 개인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있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날, 기자가 AI 은행원과 대화한 후 한 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AI은행원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의 대기 고객이 쇼파에 앉아 스마트폰이나 티비를 보거나, 필요하다면 영업점 직원, 안내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만약 AI 은행원이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나 금융소외계층에게 더 쉽고 친절한 설명과 응대를 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AI가 은행원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